수시 붙고 떠오르는 착잡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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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 논술로 대학이 결정되었네요. 굳이 대학 및 학과를 밝히진 않을게요. 자랑하려고 쓰는 글도 아니고, 아쉽지도 않으니까. 나름 정시로 무난하게 갈 수 있는 대학에 붙었어요. 수시도 하나만 넣어놨기 때문에 꼼짝없이 그 학교에 가는 것으로 확정됐고요.
전 재수를 하면서 1년 내내 수능만 공부했어요. 지방에 변변찮은 재수학원에서 재수를 했는데, 한 달 동안은 논술특강도 들어봤는데 제 능력 밖이라 도저히 못해먹겠더라고요. 학원 수업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는 논술 수업만 들었고 (그것도 거의 다 잤지만...) 이외의 시간에는 수능 공부에만 전념했어요.
올해 수능이 개판이었던만큼이나, 제 성적도 개판이었습니다. 간간히 최저 등급을 맞춰서 논술을 치러갈 수는 있었지만, 그때 제 맘은 주위를 원망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었어요. 난 정말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는데 세상은 왜 이렇게 나한테 모진건지, 평가원 개객X, 원래 나보다 못하던 친구들이 잘쳤다는 소식에 대한 분노...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학원에서 개강한 논술 강좌를 신청했어요. 1주일동안 진행되는 논술 수업, 사실 큰 효과가 없으리란 것도 알고 있었고 저도 논술에 큰 기대도 걸지 않았지요. 하지만 저한테 남은 길이 이것밖에 없기에 수능부터 논술 시험까지 1주일동안 친구 하나 만나지 않았고, 논술 수업 내용은 도서관에 가서 매일 복습했어요.
그리고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논술이 되어버렸습니다. 논술 문제가 너무 쉬워서 거의 모든 수험생이 풀만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었고, 발표가 나는 날에도 친구를 만날 약속을 잡았어요. 허허, 그런데 당구 치다가... 큐대 집어던지고 서로 부둥켜 안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붙어버렸더라고요. 몇 시간동안은 정말 세상이 밝아 보였어요. 이 빌어먹을 세상도 살만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계속 생각해보니까... 저도 그저... 제가 그토록 증오했던 우연, 속된 말로 운빨의 산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전 저보다 수능 성적이 높은 많은 친구들보다 수능 공부를 더 열심히 했다고 망설임없이 자부할 수 있어요. 하지만 논술 공부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학기 중에 논술 수업을 들은 친구들도 있을 테고, 여름방학 때 짬을 내서 논술 수업을 들은 친구들도 있을 테니까요. 제 논술 성적은 결코 제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태껏 전 스스로를 피해자의 위치로 여겨왔어요. 올해 수능은 정말 잘못되었다, 도대체 실력을 측정하는 거냐 실수를 측정하는거냐, 수능을 잘친 많은 친구들이 노력을 했겠지만 그중 일부는 그저 운빨로 시험을 잘쳤을 뿐이다 등의 생각을 계속했죠. 지금은... 제가 다른 친구들로부터 이런 원망의 화살을 맞는 게 아닌가 두렵습니다. 그렇게 우연을 증오했던 저 역시도 그저 우연의 산물일 뿐일까요? 그리고 수시를 붙고나니 세상이 살맛난다고 생각하는 저는 속물중의 속물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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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노력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일겁니다. 좋은 결과를 두고 굳이 자책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는것과 잘하는건 다르잖아요? 님은 수능보다 논술에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는거죠. 혹은 수능준비하면서 논술준비도 되었거나.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을것같아요. 어차피 입시라는건 과정만큼이나 결과도 중요한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