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577744
내 안의 그릇이 커 보이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지만 그 과정을 위한 인내는 대단히 힘들다. 내가 때때로 그릇 주변에 지식을 발라놓고 억지로 지식을 움켜쥐어 가루로 만든뒤 흩뿌려 인위적 향을 만든 것도 아마 그런 인고의 세월을 참아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금 나이든 지금 생각컨대, 지식을 쌓는 일보다는 그 소량의 지식을 내보이는 욕구를 억누르는 일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을 곱씹어보면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요즘 저러한 인고를 견뎌내기가 더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SNS가 활개치고 내가 오늘 뭐먹는지도 자랑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에서 하물며 좀 쌓아낸 지식을 자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럴 땐 하나만 명심하면 된다. 당신이 분출한 그 욕구가 지식이 가득차 그게 배어나오는 향기인지, 아니면 속은 비었고 겉에만 흩뿌려놓은 객기인지 읽는 사람들은 다 포착한다. 모르는 것은 현재의 자기자신 뿐이다. 훗날 본인이 그 글을 보고 낯빛이 붉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이유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스누로망님 글 오랜만이네요ㅠ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명언
좋은 글이네요.
아.. 많이 찔리는 글이네요.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