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시 해석 정석대로 하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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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제 해결을 위해 시 해석법을 정석대로 공부하면 안될까요?
저는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배우는 여러분 가운데에는 그리고 가르치는 어떤 분들은 필요한 것만 익히면 된다고 말을 하지만 문제에 직결되는 것만 공부해서 실력이 나아지지 않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아직 성적이 오를지 안오를지 드러나는 때가 아니라서 마냥 공부하고 있는 분들도 주의깊게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2014학년도 B형 42번 문제(찾아보지 마시고 생각만 해보세요)와 43번 문제는 모두 보기가 있는 문제입니다. 보기가 나오면 보기를 읽고 시를 보라 하지요. 제목을 보라고도 하는데, 시 제목은 사평역입니다. 제목에서 기차역인가보다 외의 것을 얻는 천재라면 이 글을 읽지 않아도 됩니다. 어쨌든 보기가 있는데요, 42번은 보기를 읽으면 선택지가 보기와 일치하는지 아닌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43번 문제는 보기 문제면서도 보기를 통해 시를 바라보는 것으로 선택지를 판단하는 것 외에 시 자체만을 읽고서 얻은 감상을 통해 선택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42번과 43번 모두 이것 이것만 보면 답이 딱 나온다는 설명이 그럴듯하기도 하지만 나는 다른 문제를 만나서는 도저히 써먹을 수가 없다는 학생이면 이렇게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사실 모두 이렇게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시를 이해하는 바탕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치킨에서 다리만 빼먹듯 문제와 직결된 부분만 보지 말고 시 전체를 해석하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한 마리 통째로 먹고 배부르듯 충분한 시 해석 학습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표현 하나, 개념 하나만 쫓아다니지 말고 시 해석 원리, 문제 해결 노하우를 익히기 바랍니다.
앞에서 말한 문제의 작품 중 한 파트입니다. 이 파트의 모든 행을 분석하는 연습을 합시다. 다만 하나의 일관된 해석 원리를 적용해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 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시는 이런 순서로 해석합니다. 이 과정의 명칭과 단계가 제 나름대로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글을 이해하는 인지과정에 따라 표면구조surface structure-텍스트 구조text structure-상황모델situation model을 구성하는 심리적 과정으로부터 나온 것입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는 언어 표현은 해석할 것이 없어보입니다. 바로 이 상황, 막차가 오지 않는 상황임을 기억하면서 다음 두 행의 언어가 말하는 바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막차(일반 기차가 아닌)가 오지 않고 있다+눈이 쌓이고=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기분일까요? 눈이 오는 겨울 밤(막차이니)에 추우면 어떻겠습니까? 거기서 톱밥난로는 어떤 의미가 있겠습니까? 난로야 현실에서는 방을 뎁혀주는 것인데, 앞에서 한 것처럼 막차를 기다리는 밤, 정거장에서의 난로라는 맥락적 의미로는 추위와 함께 답답하거나 우울하거나 지친 기분을 막아주는 것이 되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앞에서 만들어 놓은 그 분위기처럼 다른 사람은 그믐처럼 어둡게 졸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왜 그리웠던 순간을 생각하겠습니까? 깨어있는 나 역시 막차를 기다리고 밖에는 눈오는 그런 정거장에 있으므로 그 시각 r 그곳에서의 기분을 피하려고 그리웠던 순간을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때 난로에 톱밥을 던지는 행위는 무엇입니까? 자연스럽게, 이전에도 그랬듯이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사람의 추위와 부정적 기분을 쫓을 수 있는 행동이 됩니다. 그럼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런 내가 저렇게 잠들어 있는 공간을 바라보며 어떤 정서와 정서구조가 떠오릅니까?
자 이런 해석이 문제를 풀기에는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먼저 읽고서 알아야 할 것을 간추리고 그것만 파악하려고 시를 들여다보면 된다고 여기저기서 배울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방법’을 여러분이 적용 가능하게 되려면 문제에서 간추린, 파악해야 할 최소한의 그것이 시를 보자마자 알아차리게 하는 그 능력은 무엇입니까? 그게 바로 문제 없이, 다른 보조 자료 없이 시 그대로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문제를 먼저 보고 시를 보면 시를 해석하는 능력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아주 잠깐만 등장하고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다리를 놓아 주어야 선택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문제에 따라, 43번 문제처럼, 또는 학생에 따라 시를 해석하는 능력을 더 필요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전을 위한 문제해결방법의 리허설이 아니라 평소 학습은 위와 같이 시의 모든 행을, 일관성이 있는 원리에 따라 해석하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 아래 댓글에 시 해석 예를 올린 글을 링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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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늘 생각하던 시문학 공부법이랑 같네요. 공부하며 시를 정확하게, 제대로 해석할 줄 알아야 시험장에서 간단하게나마 시를 해석할 수 있죠ㅎㅎ
그렇지요 필요한 만큼만 공부한다고 하면 문제를 풀기에는 불충분한 공부가 됩니다
조용히 추천드리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ㅎㅎ
근데 국어독해에 관해 한가지 질문하고 싶은것이 있습니다.
대부분 국어강사분들이 이야기를 하는것을 들어보면 '독서파트에서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배경지식의 개입을 제한해야한다.' 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근데, 교과서나 수능특강의 개념파트를 보면 '독자는 배경지식을 사용해서 글을 읽을 수 있다' 라 서술되있고 또 수능특강 독서영역의 어느 글에서는 '스키마'라는 소재를 이용해 문제를 만든것도 있더군요.
제가 요즘 헷갈리는게 바로 이 '배경지식과 연관시키는 독해'라는것인데, 혼란스럽다 라고 할까요?
예를 들어 국어 2014 A형 6월 평가원에서 빛의 산란현상을 설명하는 글이 있는데, 이 글의 주제를 빛의 파장, 진동수를 이용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는 탐구과목으로 물리를 하기 때문에 이 '파장과 진동수'에 대한 개념을 알고 있지만, 이 설명문을 가지고 연습할때는 일부러 '나는 물리를 모르고 여기있는 개념어들, 즉 단어들은 처음보는것이다'라는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고교 물리를 하신분들이라면 이 글에서 다루는 진동수, 파장과 빛의 색깔의 관계를 정의하는 부분은 빠르게 읽거나 심지어는 넘어갈 수 도 있겠죠.
종이 옆에 간단히 진동수를 뜻하는 기호 f와 파장을 뜻하는 람다 기호를 써놓고 그냥 슉!
하지만 국어공부라는것에서 약간 이런 외부적 지식? 혹은 제가 알고 있는 사전 배경지식 개입에 강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글이 이상하게 됬는데, 결론은 도대체 국어읽기에서 말하는 '배경지식의 활용'은 무엇을 말하는건가요??
국어의본질은 지문이해입니다 아는 단어 아는 지식 모두 스키마로서 활용이되면 당연히 독해의 유용하겠지요 인강강사들이 배경지식을 배제하라는 말은 지문에서 자기가아는 내용을가지고잘못된 추론을 하지말라는것이구요 배경지식이 풍부하면 당연히 독해에 도움이됩니다 ebs를 정리하는 이유도 그때문이구요 주의할건 자기가아는 내용이나왔다구해서 빠르게 대충읽고 문제를 풀어선 안된다는 얘기겠죠 덧붙혀서 국어에서 독해력을 기르기 위해서 모르는 단어와 모르는 지식들이 나왔을때 문맥을통해 최소한의 지식으로 이해하는 훈련을 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데 이건 훈련의 척도일 뿐이지 시험장에선당연히 배경지식이 있으면 독해에 유리하죠
좋은 질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사람들이 독해를 논할때 거부감을 표시하는 배경지식이란 지문에 대한 지식입니다. 지문에서 다루고 있는 것에 관한 지식입니다. 그런데 국어 읽기에서 말하는 '배경지식의 활용'에서 배경지식은 같은 것이면서 또 조금 다릅니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배경지식이란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언어심리학에서 배경지식을 background knowledge라고 하고 비슷한 개념으로 세상사지식world knowledge, 영역지식domain knowledge등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지식들은 어느 글 읽기 상황에도 당연히 동원되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만큼 지식적이지 않습니다. 방금 제가 '지식적'이라고 말을 했는데, 이 단어를 본 순간 여러분의 기억 속에서 이 개념이 연상되어 나왔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요? 마찬가지로 제가 방금 롯**아에서 햄버거를 먹었어요라고 말하면 그 곳, 그 햄버거의 개념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그곳에서 햄버거를 먹은 경험까지도 떠오릅니다. 그런 경험, 지식 등 기억 속에 있었던 것이 모두 배경지식입니다. 간단한 지식에서 복잡하고 학술적인 지식까지 모두 해당됩니다. 여러분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아... 맥***에 갈껄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을 하면 읽는 사람은 자신의 경험-배경지식-을 불러내면서 이 말을 이해합니다. 롯***을 좋아하는 사람은 왜? 거기 행사해?라고 생각했겠고, 싫은 경험을 한 사람은 그래 맞아 내가 경험한 그런 경험을 했을 꺼야 라고 생각하겠지요.
아! 감사합니다. ㅎㅎ
배경지식이 '지식'이 아닌 경험적 지식이라는 말씀이시군요.
안어린왕자님 글 들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ㅎㅎ
타임님도 감사합니다. ㅎㅎ
수업을 하느라 댓글을 달다 말았습니다. 흔히 지식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지만 습득을 하고 나면 점점 자신의 것이 됩니다. 단순할수록 잘 알고 많이 활용할수록 사고과정에 쉽게 동원됩니다. 그래서 '지식적'이지 않다고 했습니다. 화분을 들고 있다가 놓으면? 떨어지겠지요. 중력에 대한 배경지식 때문입니다. 화분을 든 손이 덜덜 떨리면? 중력과 덜덜 떨린다는 배경지식 때문에 곧 떨어뜨리겠군 하고 생각합니다. 이런 배경지식의 연상을 통해 지문을 이해하는 과정이 독해입니다. 배경지식을 완전히 배제하면 한 자도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배경지식은 단순하고도 일상적인 지식보다 조금 더 학문적이고 복잡한 것으로 통용되고 있고 그런 배경지식에 의해 이해하는 것은 독해력이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틀린 말입니다만, 완전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여러 추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는 유용한 말입니다.
고전시가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어릴때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비문학은 어려움을 못느끼겠고 실수제외하고 맨날 백점 아니면 한갠데 고전시가는 알지를 못하면 읽기도 못하니 풀지를 못하겠네요...그냥 외워야 하는건가요? 고2입니다!
내신은 그냥 차분히 배우는 대로 하라는 대로 공부하세요^^ 저는 그 말 외는 더 말씀드릴 것이 없네요.
모의, 수능 고전 문학은 아래와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래 전에 써 두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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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 고전소설이 어렵다고 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가끔 더 쉽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대부분 어렵다고 하거나 드물게 쉽다고 말하는 학생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쉽다고 하는 학생들은 어렵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갖고 있지 못한 능력을 갖어서 그럴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만, 어려워하는 학생이 갖고 있지 못한 능력,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또 그것만 극복하면 될 만큼 고전문학의 주제와 특성은 현대문학보다 단순하고 쉽습니다.
저는 고전문학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의 문제가 두 가지 원인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난다고 봅니다.
1. 현대문학을 이해하는 능력 부족
2. 한자어 단어의 의미이해 어려움
사실상 2가 주된 어려움인데, 1이 완벽하게 되어 있으면 부족한 정보들을 통해서도 어렴풋이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통으로 1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2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에 더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반드시 현대문학 이해 능력을 향상시킨 후, 2를 발전시키고 그런 다음 한자어 이해 단계 후에도 변함없이 현대문학 이해 과정을 거치도록 합니다.
합성 한자어 중 익숙한 형태소의 의미를 통해 한자 합성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훈련을 함으로써 한자어 단어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유의할 점은 고전 시가에서 등장하는 상투적인 표현들은 빈도나 의미투명성과 무관하게 암기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홍진(紅塵)과 같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와우 머리속이 쾅하고 울리네요
신문 이런데서 접했던 시 평론 뭐 이런것같네요
상당히 학문적이신데 어디서 이런방법론을 얻었는지 질문드려도 될까요? 텍스트언어학인가? 그런분야가 있다고 들어서..
너무 광범위하다면 서적 혹은 교재라도...
좀 민망하군요 제가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런 걸 안다고 말해야 하니
텍스트 언어학을 아시니 박식하시군요 텍스트 언어학이 제가 처음 글에 대한 질문에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살펴봤던 분야이긴 한데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글 보다는ㅇ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인지심리학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인지과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이 협동과정이라고 해서 여러 학문이 융합된 공부를 하면서 언어심리학 연구를 하고 학위를 받았습니다 인지심리학을 위주로 하되 문학이론 중에 인지시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도 참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참고할 책 하나를 알려드릴 수는 없네요 살짝 말씀드리면 여름에는 그런 책이 있을 겁니다
와 상세한 답변 감사합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ㅎㅎ
많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해석 예를 하나 올렸습니다. 사실 이년 전에 쓴 것인데 그때도 좀 반응이 있었습니다.
http://orbi.kr/0004566950
혹여나 도움되실 분들 있을까 싶어 제 의견을 써봅니다.
저는 문학 문제.. 특히 시를 풀때는 해석을 안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내가 화자다'라고 생각하면서요.
그렇게 할 경우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습니다.
'톱밥을 던졌다'라는 것은 그냥 톱밥을 던진 겁니다. 시인이 시를 쓸 때 참고서 교과서에 나오는 그 온갖 의미들을 생각하면서 치밀하게 쓰는 것이 아닙니다.
윤동주가 별을 헤는 건 그냥 별을 헤는 겁니다.
이상이 질주하는 건 그냥 질주하는 거구요.
어떠한 의미를 뽑아내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시는 그냥 받아들이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
본인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그 화자라고 생각하면 더욱 편합니다.
열정적인 어투가 마음에 듭니다.
저도 시를 그냥 읽습니다. 시를 읽으면 시가 느껴집니다. 그런데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충고를 할 수 있을까요. 어떤 과정을 연습해 나가면 그 과정이 그 사람의 것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행할 수 있게 되는 길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야구 선수들이 타격이 매우 어렵다고 말을 합니다. 그런데 어떤 천재적인 타자가 말하기를, 아무 생각 하지 말고 배트를 휘둘러라고 한다면 이 말을 다른 타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야구 선수들이 비시즌에 하루에 몇 백 번씩 배트를 휘두르는 것은 투수가 던진 공을 보면서 배트를 휘두를 때 '자연스럽게', 굳이 어떤 생각을 하지 않고서 공을 때리기 위함입니다. 님께서는 원래 하시던 대로 하시면 됩니다.
첨언하자면, 시는 시의 화자가 말하고 있지요. 우리는 남의 말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님의 말대로 '내가 화자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시의 화자가 말한 것들을 내가 말하고 있는 듯, 나의 경험과 지식을 연상하면서 '해석'하게 됩니다. 이때의 연상과 해석은 내가 행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순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어떤 지식이 연상되는 현상을 점화ignition이라고 부릅니다. 번쩍하고 떠오르고 그걸 활용해서 시를 이해하지만 정작 본인은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해석하는 과정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입니다.
정신 활동을 기술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남의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것조차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을 많이 참고하고 반영하여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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