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4-02-24 18:08:54
조회수 3,228

친목 in Orbi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379406



오르비를 한 지도 햇수로 10년 째이지만, 이제껏 친목을 쌓아오지는 않았다..

이유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의 목적이 다르고 따라서 구현하고자 하는 정체성(Self-identity)도 다른데 구태여 둘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한 쪽이 애매해지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오르비를 통해 만나거나 메신저를 하기는 커녕, 내 이름과 하는 일, 전공조차도 누구에게 말한 일이 없다. (물론 몇몇 회원은 내 과거 글의 조각들을 조합해 어느정도까지는 알고 있다)

물론 유혹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사적인 대화를 주고받았던, 누적 교환쪽지만 수천개는 가뿐히 넘었을 여성회원과도 정작 전화통화는 망설인 끝에 하지 못했고 평소 내게 조언을 구하고 잘 따르던 동생같은 후배에게도 끝내 한 번 만나달라는 요청은 뿌리쳤다. 세월이 지나며 '뭐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최근 마음을 조금은 고쳐먹었다.

하여, 근래 쪽지를 보내오는 후배들 중에 (굳이 같은 학교가 아니더라도 후배 수험생이니 난 다 후배라고 통칭한다) 정말 내 조언이 필요할 것 같다고 판단이 되면 전화를 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확실히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 후배는 보다 실질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어 매우 만족해하고 있고 나 또한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장문의 쪽지 쓰는 시간과 비슷한 비용만으로 줄 수 있어 흡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언 이상의 친목은 차단하기 위해 Ghost Number를 사용하는 회사 전화를 활용해 전화하고 인연은 그걸로 끝낸다. 누군가 나랑 친하게 되면 나의 글 혹은 댓글에 본인의 실질생각과는 다른 감정을 실은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이고 나도 그것을 기대하게 될 텐데 그게 싫다. 그래서 쪽지함에 있는 닉네임도 가급적 보지 않으려 한다. 옆에서 보기엔 아주 사소한 것들 같아서 '뭐 그런 것까지 그러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게 내가 이런 입시 사이트에서 10년째 글을 남길 수 있는 이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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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로몬과낑깡 · 330158 · 14/02/24 18:12

    역시 오르비에는 Snu Roman님같이 견식이 넓은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 Snu Roman. · 69422 · 14/02/24 18:19 · MS 2004

    감사합니다만,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회원에 불과합니다.

  • 의느의느 · 496313 · 14/02/24 18:12 · MS 2014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Snu Roman. · 69422 · 14/02/24 18:21 · MS 2004

    바쁘더라도 밥도 먹고 운동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다 합니다. 그러니까 님같은 분들에게 댓글도 이렇게 달아드릴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의느의느 · 496313 · 14/02/24 18:22 · MS 2014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 3급 모욕죄 (Horus Code 제5조 4항)
  • 레이테르 · 444325 · 14/02/24 18:55 · MS 2013

    태그도 '나의일기장'인데 이 글이 이렇게 비꼬면서 댓글 달만한 글인지.. 참 배배꼬이신분 많은듯^^;;

  • ♡유진짱짱걸♡ · 470060 · 14/02/24 18:36

    댓글에 가시가 돋쳐있네요. 무의식적인 건가요?

  • 의느의느 · 496313 · 14/02/24 18:13 · MS 2014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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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수 · 496285 · 14/02/24 19:06 · MS 2014

    停滯性과 正體性 구분하려는 것 아닐까요

  • 의느의느 · 496313 · 14/02/24 19:15 · MS 2014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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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통° · 473387 · 14/02/24 18:18 · MS 2017

    글 정말 잘쓰시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신 것 같아 어떤 분인지 한번쯤 뵙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세요~ :)

  • Snu Roman. · 69422 · 14/02/24 18:23 · MS 2004

    글로써 저 자신을 잘 포장해온 것 같아 흐뭇하네요. 포장한 것 맞습니다. 다만, 실제로는 덜 철저한 사람입니다. 철저해지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 의느의느 · 496313 · 14/02/24 18:24 · M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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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사서독 · 383625 · 14/02/24 18:36 · MS 2011

    이 부분은 저와 비슷하시네요.

    저도 오르비 10년 넘게 하면서 따로 연락처 주고 받은 회원이... 서너 명에 불과하고,

    친목이란 것에도 좀 거리를 두고 살았는데...


    요즘엔 생각이 좀 바뀌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픈 마음도 있네요. ㅎ

  • Larki · 60 · 14/02/25 03:26 · MS 2010

    전 오르비에서 친목 쌓은 사람만 소대원 숫자보다 많은 거 같은데 그래도 10년째 글을 쓰네요 ㅋㅋㅋ

  • 지식의망치 · 429603 · 14/02/25 07:38 · MS 2012

    아.. 아이민 60???? 와 역사인데요

  • 민트하늘 · 468805 · 14/02/24 19:13

    오르비를 '사유화'하실 생각만 없다면야 다함께 어울려 지내도 괜찮죠. :) 오르비엔 다른 곳들보다 좋은 사람들도 많고요..!

  • BLUE7 · 56107 · 14/02/24 20:15 · MS 2004

    전 반말로 누구랑 댓글로 다툰적 있는데
    그게 독포감인줄도 모르고 ㅋㅋ

  • 버봉 · 243365 · 14/02/24 20:24

    예~~전에 혹시 여행 관련해서 글 연재하신 적 있으십니까
    /
    저는 20일에 한 번씩 꼭 닉네임을 바꿔서 남이 기억하기 어렵게 하는데... 손가락 때문에 알아보는 분은 알아보네요ㅠ

  • 딸기모찌 · 437703 · 14/02/24 21:40

    아 정말 느낀건데 오르비에 친목이 어마무시 한거같아요.. 닉언급도 심심찮게 보이고 질문받겠다는 글 댓글 보면 다 아는분들끼리 잡담하고. 저는 님이 좋아요 등등.. 오르비 들어온지 얼마 안돼서 분위기가 원래 이런건가 싶어서 말도 못꺼내고 ㅠ

  • ✨VENU · 448229 · 14/02/24 21:46

    죄송해요...자제 하겠습니다..정말
    사실 저도 별로 안친한사람인데..
    그냥 친한척하면..

  • 딸기모찌 · 437703 · 14/02/24 23:30

    에고 딱히 저격하려고 한건 아니었어요.. 오늘 봤던 댓글 생각나서 적은거지 다른분들도 엄~청 많음 ㅠ 앞으로 신경쓰시겠다니 감사해요

  • 아따까 온팩 · 346020 · 14/02/24 21:47 · MS 2010

    사랑해요 스누로망님

  • 지식의망치 · 429603 · 14/02/25 07:39 · MS 2012

    에쎈유

  • 의대jun · 407732 · 14/02/24 22:25 · MS 2017

    작년이맘때도 이글 본거같애요!ㅋㅋ

  • Sapientia · 421336 · 14/02/25 17:09

    흠.... 개인적인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행동하시는 듯 합니다.

    그러나 제 개인적으로는 꼭 배척할 필요가 있을까 싶네요... 저는 오르비 입문한지

    얼마 안됐고, 전후상황을 알지 못하기에 왜 이렇게 극도로 (제 주관) 친목을 경계하시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 딸기모찌 · 437703 · 14/02/25 17:25

    '친목질이 커뮤니티 망치는 만화'를 검색하시면 알수 있을듯~

  • meoooh · 491026 · 14/02/27 12:00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