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4-02-20 19: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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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 i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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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두어라"


  이 마법의 주문은 갖은 고통과 골아픈 난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 우리의 문제 중 대부분은 사실 문제가 발생한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고민하는 데서 출발한다. 근데 그냥 둬버리면 해결할 것도 없으니 나도 편하고 모두가 편해진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이 마법의 주문은 현실의 벽에 지친 많은 이들을 달랜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5수까지 했음에도 수능 성적이 안 나와 낙담한 이에게 "그냥 두어라"는 주문은 큰 위로다. 그래서 노래 가사에도 자주 쓰인다. 겨울왕국의 'Let it go' 뿐 아니라 Kent의 'Socker', 비틀즈의 'Let it be', 하츠네미쿠의 'Deep Dream Diving'까지. 

  이같이 미국과 영국, 유럽본토와 일본을 강타했던 이 마법의 주문은 공감대가 커 가사의 main frame으로서 쓰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한국엔 없다. 왜 그럴까?

  좋은 가사는 1. 표현이 명확하고 2. 공감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며 3. 무엇보다 간결해야 한다. 하지만 'let it go' 혹은 'let it be'에 해당하는 한글 가사는 도통 축약이 어렵다. 앞서 언급한 "그냥 두어라"라는 말은 노인의 말투가 되기 십상이라 트렌드에 민감한 노래 가사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겨울왕국 더빙판에 수록된 "다 잊어(let it go)" 역시 원어의 맛깔과 빛결을 온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사소해보이지만 이런 표현상의 문제가 나는 노래 가사 속에 우리나라 말에 해당하는 'let it go'를 감춘 장본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 생각은 했지만 유행되지 못했던 뜻을 담은 'let it go'가 좀 더 뜬 것 아닐까? 생각해 보면 비틀즈의 'let it be' 그리고 Kent의 'Socker' 역시 우리나라에서 평균보다 많이 흥행했던 것 같다.

글 쓰는 말미에 노자의 '무위(無爲)'는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역시 접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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