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로페 [1106499]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1-12-18 02: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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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백신과 비합리적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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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백신


투자의 세계에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위험, 혹은 리스크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본질은 불확실성을 의미하며 우리가 바라는 초과수익률은 바로 그 미지의 영역으로부터 나온다. 아무리 가치평가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도 그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는 매 순간 불완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급적 합리적일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한다. 세상은 언제나 불안정하고 우리의 정보는 항상 불완전하다.


그리고 이는 투자뿐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적용되는 법칙이다. 백신을 맞을 것인지, 맞지 않을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도 그러하다. 우리는 mRNA 방식의 백신에 대해 온전히 알지 못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데이터로만 보면 백신을 맞는 것이 맞지 않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델타 변이의 감염재생산지수는 약 5.08로 최근 6개월간 mRNA 방식의 백신을 접종한 사람의 수가 80% 이하가 된다면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이 코로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코로나의 치명률은 1-2%에 달하는 반면, 백신접종자 중 사망자들의 비중은 자연사망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FDA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mRNA방식의 백신을 접종한 집단의 사망자(2명)보다 플라시보 약을 투여한 집단의 사망자가(4명) 더 많았지만 이는 자연상태의 사망률과 비슷하다.(https://www.fda.gov/media/144245/download)


반면 백신은 점막을 통한 감염을 100% 막아주지는 않지만 항체를 형성해 혈관을 통한 감염을 막아주기 때문에 중증화/치사율을 크게 낮춘다. 따라서 6개월 내에 mRNA 계열 백신을 올바르게 접종한 사람의 치사율은 일반 독감 수준에 근접하게 내려오고 이런 효과는 성인뿐 아니라 12-17세의 청소년에게도 나타나기 때문에 세계 각국 정부는 모든 성인과 청소년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mRNA가 불완전하고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전쟁이 얼마나 과학기술을 빨리 발전시키는지 간과한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기술들-인터넷 네트워크, 인공지능, 컴퓨터, 무선통신, 원자력 등의 첨단 기술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탄생하지 않았나. 그리고 지금 인류는 코로나를 상대로 세계대전을 벌이고 있다. 집계를 시작한 1949년 이후 매년 낮아지던 인류의 사망률은 지난해 처음으로 반등하였는데, 이는 1968년의 홍콩 독감도, 월남전도, 공산권의 기아를 불러일으킨 소련의 붕괴 때에도 없던 일이다. 전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약 500만 명, 비공식적으로는 약 1500만 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는데 연간 사망자로 환산하면 이는 이미 1차 세계대전을 아득히 뛰어 넘어 2차 세계대전에 가까운 수준이다. 주요 선진국들은 국제적으로 공조하여 백신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모든 자원들을 백신 제조사에 우선적으로 공급하였고 그 결과 첫 코로나 백신은 CDC의 예상보다도 몇 달 앞선 2020년 11월에 개발되었다. 이런 전폭적 지원은 임상실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스라엘 정부는 mRNA 방식의 백신을 접종한 900만 국민들의 생체 데이터베이스를 제조사 측과 공유하기로 합의했고 현재 미국에서만 약 2억 명, 전 세계적으로 약 40억 명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았다. 그 결과에 대한 통계도 몇번의 구글 검색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물론 백신은 완전하지 않다. 그리고 먼 미래에 mRNA 백신의 숨겨진 부작용이 새로 등장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다시 말하건대 세상에 완전하고 확실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이 그렇다고 믿을 뿐이지. 현재까지 수십억 건의 데이터로 미루어 보면 백신을 접종했을때의 이득이 그렇지 않을 때의 이득보다 훨씬 크기에 나는 백신을 맞았고 부스터 샷도 맞을 계획이다. 만약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면 당신은 라식 수술기계나 성형외과의 상담실장 앞에서 공포에 벌벌 떠는 편이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백신사망 검색어 트렌드: 사람들은 기존의 검증된 방식으로 제작된 구 독감백신(20년 10월) 접종시기나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던 21년 3월에 백신사망에 대한 검색 빈도가 더 높았다. 이는 백신사망에 대한 두려움이 다분히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합리적이지 않을 자유


인간은 비합리적인 존재이다. 제네시스의 가성비가 더 나을지 몰라도 우리는 벤츠를 탐하고, 또 별다른 기능이 없는 에르메스의 백을 욕망한다. 그렇기에 정부가 모든 국민들이 완전하게 합리적일 것을 강제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자 비인간적인 조치이다. 우리에겐 합리적이지 않을 자유가 있다. 그 대상이 미국 소고기이든 북한 핵이든 백신이든 간에.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정부는 이제껏 과연 얼마나 합리적으로 행동했나.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뒤늦게 확진율과 치명률이 동시에 치솟는 것은 명백한 방역시스템의 실패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세 가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하나, AZ와 얀센 백신이 델타 변이에 취약하기 때문에 부스터 샷을 놓기 전까지 위드 코로나에 나서지 말았어야 했고, 둘, mRNA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돌파감염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아 교차접종과 제조사의 가이드라인을 어긴 접종이 백신의 효율을 떨어뜨렸으며, 셋, 코로나 발발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중증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할 시설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기에 세계가 리오프닝에 나서는 동안 우리는 끙끙대며 델타변이와 싸우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실수는 방역보다 정치논리를 우선적으로 내밀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대선에 앞서 여당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때이른 위드코로나 방침을 발표했고 이미 8월부터 확진자가 폭증하여 불안 조짐을 보였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강경하게 위드 코로나를 밀어붙였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상반기에 백신 수급 일정이 원활하지 않은데도 공식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해서 2차 접종분을 1차로 전용했다 백신이 모자라 접종 간격을 8주로 일괄 연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CDC와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바이오엔텍에 따르면 부스터 샷은 2차 접종 후 최소 6개월 뒤에 맞을 것을 권고하는데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이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3개월 뒤부터 부스터 샷을 맞도록 권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빨리 부스터 샷을 맞으라고 권고하는 정부는 오로지 한국뿐이다. 저번에는 백신의 물류일정에 사람을 맞추더니 이제는 정치일정에 사람을 맞추고 있다. 문재인은 이 비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작년 초, 코로나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나라 만이 아니었고, 사실 이는 어쩔 수 없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일찍이 메르스를 겪은 한국은 나름 합리적인 매뉴얼이 존재했고 확진자의 수가 극소수일 때 그들을 밀접 추적하여 동선을 파악하는 것은 방역에 매우 효과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기 말년까지 아무것도 이룬 게 없어 실적에 미친 대통령이 여기에 K-방역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확진자의 수가 방역시스템이 추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자 방역망에는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고 일관성이 없던 국경 통제와 방역지침은 확산세를 막는데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질병관리청은 쓸모없어진 기존의 방침을 버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각하가 치적으로 달아둔 K-방역이니까. 그 덕에 우리는 아시아에서 인구대비 일일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


코로나가 터지자 자유와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던 서구의 많은 나라조차도 계엄령에 가까운 락다운 조치들을 내려야 했고, 각국의 시민들은 방역이라는 공공의 목표가 개인의 자유와 충돌할 때 그 적절한 균형이 어때야 하는지 열띤 논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유도 방역도 망한 나라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그 나라의 대통령이 한 일이라곤 개인의 자유를 무제한적으로 희생시키고, 방역을 핑계로 정부의 권한과 예산을 막대하게 늘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K-방역의 본질이다.



*아주 기초적인 옵션평가 모델에서는 이 불확실성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하지만 많은 이론들이 그렇듯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고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을 완벽하게 소거하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번의 큰 위기로 배웠다.



https://hugin00munin.blogspot.com/2021/12/blog-post_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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