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황T(국어의기술) [27444] · MS 2003 (수정됨) · 쪽지

2021-12-12 19:40:57
조회수 1,277

생명과학II 의견서를 보고.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1593460

1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의견서 제출이 가능할까?


한국생물교육학회는 "교육과정에 따라 학습한 학생들이 주어진 조건으로 문항을 풀이할 경우 제시된 보기의 진위판별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2
정치와 법 출제오류 소송을 하면서 의견서를 제출해줄 전문가를 애타게 찾았다. 정말 수도 없이 메일을 보냈던 것 같다. 다행히 소송 초기에 한국논리학회 회장 역임 A교수님, 국립대 정치외교학과 B교수님이 출제오류라는 의견서를 주셔서 큰 힘이 됐다.


근데 소송 중 평가원에서 정치학 관련 학회 의견서를 두 개나 제출했다. 교육과정을 고려하면 별 문제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B교수님도 황당했는지 법정에 나가서 해당 학회와 토론이라도 하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럴 기회는 없었다.)
나도 당시 너무 의아하여, 해당 학회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다. 임원진을 보니 이해가 됐다.

OOO(교육부, 사업홍보이사)
OOO(교육부,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OOO(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사)

이 정도면 자문의뢰가 아니라 자문자답을 한 게 아닌가. 당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1심 재판부는 별 고민없이 학회 의견서를 그대로 인용했다. 
(자세한 내용: https://orbi.kr/00041439293)



3
2014년 세계지리 출제오류 소송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오류문항에 대해 평가원측 주장과 동일한 의견을 제출한 학회가 두 곳이나 있었다. 2심 재판부는 학회 의견서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의심사실무위원회의 다수의 견과 한국경제지리학회 및 한국지리환경교육학회는 ~ 이 사건 문제와 지문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잘못을 저질렀다.
그 답변에 소요된 시간, 답변 내용 오류의 유사성 등을 고려해 보면 그 답변들이 학회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적인 과정을 통하여 작성된 것인지 의심이 든다.(부산고법 2017. 5. 10. 선고 2016나55042 판결)



4
처음으로 돌아가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측에 이상할 정도로 유리하게 답변서를 써준 한국생물교육학회 임원진 구성은 어떨까? KICE측 인사가 주요 보직에 있는 건 아닐까?


운영위원회 위원: 동OO(KICE)
학술위원회 위원: 김OO(KICE)
교육과정위원회 위원장: 동OO(KICE)
교육과정위원회 위원장 심OO(KICE)
(※ 동OO은 동일인으로 보인다.)



5
비판적 사고의 세계적 권위자 알렉 피셔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사실을 말하지 않을 동기가 있어 보인다고 할 경우(가령 다르게 말하면 이득을 얻는다거나 아니면 사실대로 말하면 무언가를 잃는다고 할 경우), 그 사람의 신뢰성은 떨어진다.
- 출처: 『피셔의 비판적 사고』(서광사, 2018) 134쪽
rare-머리야 터져라! rare-하트라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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