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y Lake [870531]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1-12-03 21: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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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시제15호 + 작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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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가내꿈의백지를더럽

혀놓았다.


    3

나는거울속에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하려고,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

동시에꼭들어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영어되어있듯이그도나때문에

영어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무능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

거울속의나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는들창을가리키었다. 그들창은자

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가르친다. 거울속의

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의왼편가슴을통과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 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

가아니다. 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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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자의 말>


왜 미쳤다고들 그러는지 대체 우리는 남보다 수 십 년씩 떨어지고도 마음놓고 지낼 작정이냐. 모

르는 것은 내 재주도 모자랐겠지만 게을러 빠지게 놀고 만 지내던 일도 좀 뉘우쳐 봐야 아니 하느

냐. 여남은 개쯤 써 보고서 시 만들 줄 안다고 잔뜩 믿고 굴러다니는 패들과는 물건이 다르다. 이천

점에서 삼십점을 고르는데 땀을 흘렸다. 31년 32년 일에서 용대가리를 딱 꺼내어 놓고 하도들 야단

에 배암 꼬랑지커녕 쥐꼬랑지도 못 달고 그냥 두니 서운하다. 깜박 신문이라는 답답한 조건을 잊어

버린 것도 실수지만 이태준 박태원 두 형이 끔찍이도 편을 들어 준 데는 절한다.


   철 ― 이것은 내 새길의 암시요 앞으로 제 아무에게도 굴하지 않겠지만 호령하여도 에코 ― 가 없

는 무인지경은 딱하다. 다시는 이런 ― 물론 다시는 무슨 다른 방도가 있을 것이고 위선 그만둔다. 

한동안 조용하게 공부나 하고 딴은 정신병이나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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