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 Roman. [69422] · MS 2004 · 쪽지

2013-12-20 15:40:58
조회수 1,099

신문 구독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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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교양있는 사람이 되자고 한다. 교양은 품격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태도에서 우러난다. 이 지점에서 지식과 구별된다. 지식은 결과다. 숙련된 교육에 의한 반복된 학습이 만들어낸 성과이다. 반면 교양은 과정이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태도, 학습에 대한 열의에서 나온다.

  연구기관에서 십수년 근무한 물리학 박사 한 명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지식인이다. 그러나 이 사람은 자신의 영역 외에는 그 어느 곳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미국의 테이퍼링, 철도 자회사 설립 논란,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등 어느 이슈도 알고 있는 게 없다. 이 경우 난 이러한 사람을 교양인이라 부르지 않는다.

  통념에 주관을 보태 정의하자면 교양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시사(時事)에 밝은 사람이다. 시사에 자기 지식을 접목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거침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은 전혀 다른 영역을 공부하면서도 정치사회경제 현안에 대해 미려한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논객이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된 것은 그리스 때다. 그 흐름은 지금도 변화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교양을 쌓을까. 신문이 답이다. 방송보다 낫다. 시청각은 독해(讀解)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정보의 입력속도와 집중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첫째, 어떤 신문을 읽을 거인가. 둘째, 어떻게 신문을 읽은 것인가. 이 글은 이 두가지 질문 중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쓰여졌다. 

  한겨레신문: 진보정론의 대표신문이며 문화면이 강하다. 독트한 활자를 구현해 눈의 피로도가 덜하고 중앙일보와 함께 사설 비교 코너를 실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사설은 상당히 편파적이며 기업 스폰서가 보수신문 대비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섹션 코너가 적은 것은 아쉬운 대목

  중앙일보: 조중동의 중이다. 논조도 중간, 지면 수도 어중간. 처음으로 섹션 언론을 발행한 언론답게 참신한 기획이 많이 돋보였으며 주말판 'J'로 그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정작 최근 섹션을 보면 조선 동아에 밀리는 형국이다. 훌륭한 칼럼니스트들이 많으며 전 언론 중 으뜸이라 판단된다. 남ㅇ호, 심ㅇ복 등의 글이 추천할만 하다. 데스킹의 벽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보수 신문이면서도 진보적 정론이 자주 실리는 것도 특기할만한 대목이며 이 지점에서 향후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문으로 평가된다. 얼마 전 진중권 역시 서평을 빌미로 박근혜 대통령을 까는 글을 싣기도 했다. 정론 성격이 상대적으로 옅으면서도 스폰서가 많고 기획보도, 정보량도 많기 때문에 성향이 확고한 정론지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권할만하다.

  경향신문: 전통있는 신문으로 중도를 표방했으나 자연스레 진보 스탠스로 잡혀버린 언론. 지면 수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주간 경향에 버금가는 필력은 상당하다. 한겨레보다는 상대적으로 논조의 결이 차분하며 사설 역시 매우 깔끔해 정치, 사회면에 관심있는 수험생들에게 추천한다. 하나의 이슈를 잡으면 초보 독자들도 알 수 있을 만큼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여기에 또 수험생들에게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만한 강점이 자리한다 생각된다. 스포츠면 또한 좋다.

  조선일보: 발행부수 1등 신문이며 가장 많은 우군과 적을 갖고 있는 신문. 논조는 매우 심하게 편파적이며 중도 성향의 칼럼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경제면의 경우 송ㅇ영 기자 정도만 경제민주화에 가까운 칼럼을 쓸 뿐이다) 섹션 기획 수준은 매우 높다. 스폰서도 많고 구독자도 많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노려 다양한 섹션을 발행하는데 특히 주말에 발간되는 '위클리조선'과 'Why?'는 사회 거물, 이슈인사의 인터뷰를 가감없이 드러내기에 누구에게나 권할만하다. 문화/스포츠면도 수준급이지만 기자들의 역량 편차가 조중동 중 가장 심해 수준 이하의 기사도 많이 발견된다. 전반적인 기사 수준은 중앙/동아/경향보다도 밑이라고 판단된다.

  한국일보: 이 글에서 언급할 신문 중에서는 가장 중도 성향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권할만 하다. 지금은 조중동에 밀렸지만 과거 메이저 신문이었으며 장기영 사주 아래 '기자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로 치열했던 기자정신이 지금까지도 남아왔으나 파업, 매각이슈 등으로 인해 퇴색된 면이 있다. 그럼에도 옛날에 입사한 기자들의 필력은 대단해 사설의 경우 수준이 높고 각각 기사에 대한 톤이 매우 안정돼 있다. 기자들 사이에서도 보수/진보 스탠스를 가진 기자들이 공존하는 것도 리스크인 동시에 기회.

  동아일보: 과거의 1등 신문. 30년 전 조선이 치고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독보적 1등이었다. 저유명한 동아투위 사건이 있었으며 언론의 위기 때마다 맏형으로서 언론자유를 수호해온 역사적 사명감을 지켜온 언론이다. 다만 최근 어설픈 보수 스탠스를 택하며 '완고한 보수 조선', '중도 보수 중앙' 사이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느낌이다. 기자 육성 및 채용 시스템이 타 언론사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잘 구성돼있어 기자들의 전반적인 기사 수준이 높고 특히 탐사보도 주제 선정을 매력적으로 하는 데 탁월하다. 하지만 아직 옛날에 갇혀있는 몇몇 필진의 수준낮은 글 때문에 그것으로 이미지 망치고 제살 깎아먹는 '아쉬운' 신문 중 하나. 그러나 글을 참 재미있게 쓰기에 신문을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동아를 권할만 하다.


 나 역시 전 신문을 다 읽지 않을 뿐더러 앞서 열거한 신문들도 6개를 매일 정독하는 것은 아니기에 순전히 내 주관에 의한 감상임을 다시 한 번 주지해주기 바란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한 번 또 재미있게 알아보도록 하자.



Best regards, 
Snu Ro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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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양의항등성94 · 447367 · 13/12/20 15:51 · MS 2013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 장인정신 · 324894 · 13/12/20 15:55 · MS 2010

    저는 주로 경향과 중앙을 봅니다. 조선이랑 한겨레는 논조가 너무 세서 좀 버겁더라고요.

  • 후니 · 114036 · 13/12/20 15:56 · MS 2005

    북한 관련 정보가 보통 교도통신이나 아사히 신문을 통해 국내언론으로 전해지는게 많은데, 아사히의 경우 진보,반미친한친중 언론입니다. 근데 국내 다양한 언론에서 이 신문사 내용을 언급하는데 같은 내용이 각 신문사에서 인용된걸 보면 논조와 성향을 알 수 있을겁니다. 물론 한국 정치나 사회에 대해 기사도 씁니다.

  • 로삔 · 460766 · 13/12/20 18:58

    저희집엔 조중만 있어서요 .. 읽다보니 이젠 글만 조금 읽어봐도 조선일보인지 알정도가됐네요 ㅋㅋ 그만큼 조선일보가 글색채가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거부감도 좀 들어서(읽으면 세뇌당할거같은 느낌) 그냥 중앙일보만읽고있네요 . 저는 나름 중앙일보를 좋게평가해요. 중도적으로 쓰려고 노력하는게 보이거든요. 제가 아는 어떤분은 (보수든 진보든)색채가 강한게 진짜 신문이라면서 조선일보와 한겨레에 점수를 많이 주시는분도 계시더군요.

  • 1펀치3강냉이 · 434973 · 13/12/20 19:41 · MS 2012

    이런 글 좋아요

  • itskillingme · 488295 · 14/01/09 00:57

    신문들의 경우 기본적으로 사실을 얘기하나요? 아니면 사실에 가까운 의견을 얘기하나요? 이것에 대해서는 어떤식으로 선별해나가고 판단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itskillingme · 488295 · 14/01/09 00:59

    아, 말이 조금 잘못되었네요, 아마 둘다 섞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물론 항상 규정적으로 사실을 정의할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거의 모든이들에게 사실로 인정받는 것을 편집적으로 이용해서 이에 따른 '합리적인'의견을 사실로 둔갑시키는 경우를 얘기하고 있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