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조경민 [875628] · MS 2019 · 쪽지

2021-11-13 03:12:00
조회수 10,184

고전시가 해석의 다양성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0510449

얼마 전 오르비 메인 글에 '고전시가를 왜 배워야 하냐'는 글이 올라왔는데,


저도 엄청 웃으면서 읽었습니다.

(https://orbi.kr/00040480279)




저도 고3때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 국어는 텍스트를 읽고 정보를 받아들이며, 그를 바탕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제가 보았을 때 고전시가는 이제는 안 쓰는 죽은 언어를 공부하는 암기의 영역 같았기에,


수능 국어에 적합하지 않은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고전시가를 제대로 읽고 판단하는 것은 논리력과 추론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합니다.


대학에서 고전시가를 배우며 깜짝 놀랐던게, 우리가 교과서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작품들도


교수님마다 해석이 전부 다르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수험생 때 암기했던 단어의 뜻들도 논문마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었습니다.


우리가 수능에서 보는 고전시가의 단어들 중 70% 정도는 그 뜻이 사실상 확정되어 있으나,


그 나머지에 대한 해석은? 연구자마다 입장이 다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올해 수능특강 35쪽에도 이와 같은 얘기가 있습니다. 


고전시가의 해석이 정확하지 않음과,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언급하는 <보기>이죠.


실제로 밑줄의 저 구절은 크게 세 가지의 해석이 가능합니다.




피램 선생님과 공동 집필한 '피램 필수고전시가' 139쪽에 제가 적어 둔 내용입니다.


저 셋 중 뭐가 딱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다 나름의 가능성이 있는 해석들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 교과서나, 참고서에는 고전시가 해석이 어떻게 적혀있나요?


어떤 단어의 뜻은 딱 이거고, 이 부분의 뜻은 딱 이거다 이런 식으로 적혀 있지는 않던가요?


고전시가는 아직도 연구할 과제가 많은 학문의 분야임에도


유독 고등학교 교육에서는 답이 하나로 정해진 '암기과목'처럼 다뤄집니다. 





그럼 수능은 어떻게 나올까요?


그 뜻이 비교적 확실한 구절은 해석을 직접적으로 묻는 선지가 출제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출제가 안 되거나/아니면 '암기로 접근한' 학생들을 저격합니다.


저격 사례는 이 글에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만,


앞뒷 구절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가능한' 해석이 선지로 출제되었고,


그 해석이 학생들이 '암기했던' 해석과 충돌하는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요지가 뭐냐? 뭐 고전시가가 공부할 가치가 있다~ 이런 얘기는 별로 중요치 않죠.



세 줄 요약


1. 고전시가는 교수님들에게도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2. 따라서, 이런 부분들의 해석을 억지로 외우는 것은 좋지 않다.


3. 고전시가는 필수적인 단어들, 표현들만 컴팩트하게 암기한 뒤, 문제를 풀 때는 정확한 해석이 안되는 구절이 있어도 논리로 풀자.





수능을 앞 둔 수험생이 고전시가를 접근하는 태도를 점검하기에도 좋은 글인 것 같아 올려봅니다.


예비 고3학생이라면, 겨울방학동안 피램 필수고전시가 한 권만 끝내셔도 내년에 아주 편할 거예요.


피램 필수 고전시가 : https://atom.ac/books/8642




질문은 답변을 할 수도 있지만, 요즘 너무 바쁜지라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 남은 시기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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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진짜힘들다 · 1003437 · 21/11/13 03:13 · MS 2020

    고전시가 지금봐도 안늦겠죠..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1/11/13 03:14 · MS 2019

    지금 보신다면 3개년 기출과 EBS 고전시가 위주로 공부하신다는걸 추천합니다!

  • 인생진짜힘들다 · 1003437 · 21/11/13 03:17 · MS 2020

    넵!!

  • 조선생. · 679911 · 21/11/13 03:16 · MS 2016

    저 청산별곡 예시 부분은 교수님들마다 의견이 갈리시죠. 상이할 수밖에 없는 부분에서 작품과 맥락에 근거한 논리적인 접근은 교수님들이 강조하시는 포인트인데 정말 정확하게 잡아주셨네요ㅋㅋㅋㅋㅋ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1/11/13 03:18 · MS 2019

    선생님 올해 올리신 글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 조선생. · 679911 · 21/11/13 03:20 · MS 2016

    저도 항상 선생님 글 정독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 PrussianBlue · 816792 · 21/11/13 07:53 · MS 2018

    실제로 고전시가는 어려워도 해석이 있으면 편한 경우는 있으나 해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는 잘 못 본 듯..

  • puhahamsj · 1000930 · 21/11/13 10:38 · MS 2020

    고전시가와 같은 문학작품들이 수능국어와는 적합하지 않은건 팩트.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국어라고하면 비문학보단 문학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고 문학쪽 입지도 쎘어서 일종의 밥그릇지키기인듯.임용고시 시험에도 비문학 시험이 없는거보면 아직 비문학의 입지가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음. 그나마 수능에 출제되는 작품들은 명확한 답이 나와야하기때문에 논리적으로 해석이 되는것들만 출제하기때문에 이 분이 쓴글처럼 고전시가 공부하자~~

  • 아기코코 · 1046635 · 21/11/13 16:22 · MS 2021

    내년에 시험보는 데 혹시 신판이 나오나요? 아니면 이번 책으로 계속 가나요? 신판 안나올 거면 지금 사볼려고 해요.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1/11/13 16:52 · MS 2019 (수정됨)

    필수고전시가 교재는 특별히 개정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 사셔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