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빛나는 밤 [895581] · MS 2019 · 쪽지

2021-10-29 11:40:56
조회수 3,938

어느 대학생의 재수 시절 이야기 - 1.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0259645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재수시절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의 이야기 주제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19수능(국어 헬 수능) 현역 세대이며, 20수능까지 응시했습니다.


현역시절, 내신이 고2 2학기때부터 망가지기 시작했으며 고3때 수리논술만 한다고 무모한 도전을 했고, 수능은 국어 5등급, 수학 가형 4등급, 영어 4, 물리1 6등급, 생1 5등급이 떴죠.

지방대도 미달 뜨는 곳 겨우 갈까 싶은 수준입니다.

차라리 수시로도 지거국은 갈텐데 싶은 심정으로 부모님께 빌어서 재수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으나...


처음 간 곳은 꽤나 꽉 찬 스케줄로 굴리기로 유명한 강남의 "ㄱㅇ" 이라는 학원이었습니다. 상담 받을때 들리는 이야기는 꽤나 충격적이었죠. "다른것도 문제고 물리는 책임 못지니까 지구과학으로 바꾸던가 아니면 물리는 알아서 하라" "잘 된다면 국민대까진 가능할 수도 있다" 라고 하더군요. 중학교때부터 지구과학은 첫장 보자마자 집어치우고 손도 안댔기에 저로서는 참 모순되는 말이었죠.

  다른 학원은 성적때문에 힘들었기에 강남 대치동에서 가장 들어가기 쉬운 대형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는데, 거기서 가능 등급으로 "23222"를 말하며 잘 하면 중경외시도 간다는 식으로 말을 해줬습니다.

그러나 대치동 모든 학원의 재수 성공 사례를 다 찾아봐도 그 정도의 상승 사례는 없었으며, 진작에 그것이 등록시키기 위한 거짓말임을 알았음에도 애초에 갈 곳이 없었기에 등록을 했습니다.


첫 상담, 담임이 말하길 "참 문제다...이걸 어떻게 해야되냐"며 등급을 끄적입니다. "34222...33222...상명대...? 안되나..." 하더니 "알아서 해봐..." 하더군요.

이미 예상했으면서도 마음이 쿵...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목표는 서울시립대 이상이었는데, 주변 친구들부터 학원 선생님들까지 하나같이 "내년까지 할려고??" 라는 반응을 했습니다 ㅋㅋㅋ...


악에 받친 저는 수학부터 잡자고 마음먹으며 하루에 정규 수업시간을 제외하고 평일 5시간, 주말 10시간을 수학만 했습니다. 밥도 점심은 굶고 저녁만 귤 하나 or 바나나 하나로 버티며 밥시간도 아끼고 잠도 12시에 자서 5시 반에 일어났었죠.

  유명하다기에 맛보기 강의를 보고 재밌어보여서 현우진 선생님의 커리를 타기로 작정하고 오티에서 설명하신대로 무작정 뉴런, 시냅스, 수분감 미적2 기벡 확통을 모두 사서 1월 22~29일부터 모두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문제를 반드시 먼저 풀고 강의를 들었으며 오답노트도 전부 하고, 부교재와 기출 또한 하나도 빠짐없이 다 풀고 오답까지 다 했으며 그렇게 9권의 문제집을 3월 초에 모두 끝냈습니다. 정말 당시 뿌듯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러고 바로 드릴 미적분과 해시태그2750이라는 모의고사로 연습을 했죠.


국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 만난 선생님 세 분중 한 분을 만났습니다. 당시 "네 현재 국어 실력은 말갈족 급이다. 이제 내가 하라는걸 한 번 해와봐라. 네가 타고난 언어능력이 있는지 보겠다" 하셨고, 하루 50분 딱 시키는대로 했더니 "타고난게 있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하셨고 이후 고3때까지 모의고사에서조차 3등급도 받아보지 못했던 제가 6평에서 2등급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빡빡한 생활을 견딘건 당시 그 학원에서 친해져 현재까지도 같이 노는 한명의 친구와 서로 스터디메이트같은 역할이 되어준 덕분이었습니다. 여담으로 그 친구는 홍익대 공대에 붙었으나 한번 더 했고, 의대에 갈 것이라며 현재까지 수능공부를 하고있습니다. 그 친구와 붙어앉아 서로 같은 모의고사를 풀고 서로 봐줬으며 졸릴 땐 한쪽이 딱 3분정도 뒤에 깨워주는 식으로 지냈죠.


과학은 물리 김성재T, 생물 한종철T의 강의를 들어서 수능에서 원점수 42점, 45점 정도가 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고 남들의 예상과 "한계는 보통 그 성적대는 1년 해서 상명대다"라는 것을 뒤엎고 수능 최저를 맞추어 수리논술로 중앙대 공대를 붙게 됩니다.

6평 이후 옮긴 메가스터디 학원에서 새 담임선생님이 수능 성적표와 6평 성적표를 대조하며 "빨리 진짜 수능성적표 가져와"하시던게 생각나네요 ㅋㅋㅋ


참 다사다난 했었는데 그 해는 제 인생에서 가장 치열했고, 가장 많은걸 배우고 돌아본 해가 아닌가 싶네요.

지금까지 평범한 대학생의 이야기였으며 예비고3분들과 수험생분들 모두 파이팅 하시고 행운이 가득하시길 바라겠습니다.


합격 당시 후기는 제 이전 글에 있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