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고대 철학과 질문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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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성적은 이정도 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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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과는 관계없지만 교수하실 생각이 없으시다면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을 하시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해서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 속에는 재정적인 투여와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사실 입니다 그러나 많은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훌륭한 학자가 되신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만 이런 현실때문에 전공을 꾸준히 공부하는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즉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도 적습니다.
아, 전 성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님이 물으신 대학들도 대차는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함께 공부하는 친구도 있구요.
그렇게 확고하시면 남에말신경쓰지마시고철학과지원하시길 추천드려요 부럽네요 저는 생각이 아예없어서...ㅠ
주변에 친구들을보면 보통 점수맞춰온친구들이많죠 어느과든지요..경영포함해서요
1. 꿈이 철학과 교수가 되는 것인가요? 그러면 당연히 철학과를 가는 게 맞습니다. 다만 재능과 배경(집안의 경제력) 등이 받쳐줘야겠죠. 돈이 아주 많아야만 하느냐면 그건 아닙니다만, 배경이 아주 나쁘다면 애당초 도전할 기회도 없을 수도 있고 그런 경우가 아닐지라도 유불리의 차이는 무시 못할 겁니다.
2. 다른 진로를 설정하고 있다면 꼭 철학을 전공해야 한다고 말할 만한 진로는 없을 겁니다. 물론 제대로만 공부하면 철학을 배워놓는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만, '돈 버는 문제'에 관해서 도움 될 거라는 기대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그보다는 정신적인 차원에서 좋은 배경을 제공해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한데, 이게 얼마나 크게 작용할지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클 겁니다.
3. 어차피 상경계열을 제외하고는 인문사회계 전공들 거의 전부가 취직이나 직업적인 활동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어차피 인문학을 전공하든 비상경 사회과학을 전공하든 전공과 무관한 진로를 택하게 될 확률이 높고, 이는 역으로 말해 철학을 전공한다고 해서 크게 나쁠 것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다만 상경계를 택하실 수 있는 입장이고 그 중에서 할 만한 전공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서 철학을 이중(복수)전공하는 게 편할 수도 있습니다.
4. 철학과를 가신다는 전제 하에서, 서울대 철학과를 가실 수 있다면 물론 최선이겠고, 연고대 중에서 선택하신다면 어느 쪽이 나을지 좀 비교를 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자세히는 비교할 수 없고 겉으로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는 특징들만 말씀드리자면, 고려대는 독일철학이나 논리학을 쪽 커리큘럼이 강하고 연세대에 없는 한국철학 교수님이 있습니다. 반면 연세대는 고려대가 커버해주지 못하는 중세/근세 철학을 커버해주죠. 본인이 중/근세 철학을 전공하고 싶으시다면 고대에 가시면 제대로 배우기 힘드실 겁니다. 반면 독일철학이나 논리학, 한국철학을 배우시려면 고대를 가시는 편이 배우기 좋을 겁니다. 전반적인 교과과정은 연세대가 체계적이고 균형 잡힌 느낌이며 개설되는 수업이 더 많습니다(고대는 질적인 문제 때문에 전임교수가 아닌 강사에게 수업을 잘 맡기지 않아요). 고대의 교과과정은 좀 더 터프합니다.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정해놓고 그에 맞게 강의들을 편성하기보다는 교수님들이 자신 있는 내용을 강의하시는 경향이 강합니다.
저의 장래 희망은 연구원 및 교수입니다.
특히 저는 인문학 뿐만 아니라 물리학을 통합한 연구원이 되고 싶은데요.
철학을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학문에 철학적 사고와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나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인문학'이라는 단어에 너무 의미를 부여하시지 않는 편이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분명 문사철 간의 관련성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성격에 상당히 차이가 큰 학문들입니다.
사회과학 학문들 간에도 자연과학 학문들 간에도 학문마다 성격 차이가 꽤 있지만 인문학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회과학에 속하는 학문들은 모두 사회현상에 대한 경험과학적인 연구를, 자연과학에 속하는 학문들은 자연현상에 대한 경험과학적인 연구를 수행합니다. 반면 문사철은 그런 식의 공통성을 특정하기 어려워요. 요즘 많이 나도는 "인문학적 ~~~"류의 이야기들을 신뢰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에 관해 '인문학을 공부한다'고 뭉뚱그려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인문학'이 아니라 '철학'을 공부하시게 되는 것입니다.
더구나 철학의 경우는 세부전공들 간의 성격이나 시각 차이가 상당한 전공입니다. 동양철학과 대륙철학, 영미윤리학, 심리철학이나 과학철학을 비롯한 여러 분석철학 분야들, 논리학 등등.... 좀 유치한 표현을 쓰자면 분과에 따라 굉장히 '문과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고 이공계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 각각에서 배울 수 있는 바에도 물론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문학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해야 한다는 식의 말들을 하는데, 경영학과에서도, 정치학과나 경제학과에서도, 사회학과나 심리학과에서도 인간의 중요한 측면들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학이 근원적인 물음들을 다룬다고는 하지만 다른 분야의 활동에서 요구되는 유형의 비판적, 논리적인 사고능력은 철학을 공부해야만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역으로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그런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보장도 없구요. 오늘날 철학은 수많은 분과학문들 중 하나로, '일개 학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근본적인 학문인 철학을 공부해놓으면 어떤 일을 하든 두고두고 타 학문들에 비해 좋은 토대가 될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기대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철학지식과 철학적인 훈련이 크게 도움이 되는 영역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영역도 있을 겁니다. 다른 여러 학문들이 그렇듯이요.
본인이 철학을 전공하기를 원하는 이상 굳이 조금 더 인기 있는 학과를 가기 위해 철학과를 포기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다만 굳이 꼰대스럽게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인문학 전공들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오히려 그 학문들의 문제의식, 의미, 가치 등에 대한 이해를 망치기 때문입니다.
인문학에 속하는 학문들은 다른 학문들에 비해 많은 이들에게 별 쓸모가 없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실제로 어떤 의미에서는(산업적인 활용 등) 거의 쓸모가 없는 게 사실이기도 하구요. 공부하는 이들도 가치를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때문에 마치 건전한 신앙을 가지지 못한 기독교인들이 창조과학 같은 사이비 논리에 빠지는 것처럼 인간에 대한 이해라거나 통찰력이거나 심지어는 인문학적 상상력 같은 모호하고 의심스러운 수사들만으로 인문학의 가치를 뒷받침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 학문의 가치에 대한 이해로부터는 멀어지는 셈입니다. 철학의 가치를 미리 확신하기보다는 직접 공부해보고 이 쓰잘데기 없어 보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와 근데 정말 부럽네요...확실히 공부하고 싶은게 있다는것 자체가
계속 철학을 할 생각이면 무!조!건! 서울대. 참고로 서울대는 프랑스 철학 안 가르칩니다. 영미철학 위주.
교수 구성만 봐도 서울대든 연고대든 영미철학과 그 이외의 서양철학(대륙철학과 고대철학 등)을 비슷하게 안배합니다. 영미철학 위주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듯한데.... 물론 프랑스 철학은 서울대에 교수 한 분 계시는 게 전부입니다만.
저말은 서울대 철학과 학부생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옮긴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