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내 인생의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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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시절에 즐겨듣던 노래 중 하나가 '지금 이 순간'이었는데, (올해는 예과 나부랭이라 지나치게 태만히 지내는 나이긴 하지만..) 10월부터 11월까지 항상 그 노래를 알람으로 했던 적이 지난 몇 년 동안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시절의 나보다 더, 몇몇 사연 구구절절한 사람들이 어디선가 정말 중요한 시간을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어제도 뭔가 오묘했고 오늘은 더욱 그러한 느낌이다.
쉬는시간에 볼 평가원 문제 추려낸 거랑 할머니가 싸주신 도시락하나..죄송함과 죄책감을 짓누르며 챙기고 집에서 나와야 할 아침인데. 아버지와 말없이 엘레베이터에 타고, 또 그렇게 말없이 시험장까지 날 데려다 주시다가. 늘 그러했듯 나는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며 손한번 잡고, 아버지는 애써 특별한 표정없이 수고하라고 말씀을 해주신 채. 차에서 내려 교실확인하고 고사장 자리에 앉아 언어지문을 읽어야 할 것 같은 그럴 아침인데..내 방 침대 이불 속에서 오늘 점심엔 뭘 먹을까정도만을 고민하며, 수능관련 기사를 읽고 있으니 뭔가 이상한 아침이다.
종료령 울리기 전에 벌벌떨면서 언어문제풀던 학생도, 수리 OMR마킹 못했는데 종쳐서 감독관 선생님께 울고불며 매달리던 학생도, 점심시간에 훌쩍이면서 자유시간 먹던 학생도, 지금은 어디선가 수능날이면 그러던 때를 떠올리면서 잘지내고 있겠지. 나도 오늘을 계기로 바뀌어야지...는 개뿔ㅋ 주말에 애들을 만나 레알마드리드를 할 지, 맨체스터 시티를 할 지 고민을 하며 플스방에서 위닝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엄지가 근질거린당.
시간이 지나, 오기로 매달리던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고, 내가 오늘 이런 글을 썼나 의아해할 날도 오겠지만. 어찌됐든 괜시리 아련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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