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연물은 무조건 긍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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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 긍정 / 속세 = 부정
이게 항상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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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고전시가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이렇게 느끼실 거예요.
"자연은 긍정적이고 속세는 부정적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이에요. 사실 대부분의 작품에서 자연을 긍정적인 대상으로 보거든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무조건적으로 성립하는 공식이 아니거든요.
아래 예시를 봅시다.
* 순풍 : 순박한 풍속.
* 피미일인 : 저 아름다운 한 사람. 곧 임금을 가리킴.
* 교교백구 : 현자(賢者)가 타는 흰 망아지. 여기서는 현자를 가리킴.
<제5수>에 주목해주세요.
그리고 문제입니다.
‘갈매기’와 ‘교교백구’는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된 상징적 존재이다. (O, X)
판단하셨나요?
참고로 여기서 '무심한 심정'은 말 그대로 무심하다는 말이 아니고 '욕심이 없음'으로 해석하셔야 합니다.
이 정도는 다들 알고 계시죠?
이 작품을 비롯해서 고전시가을 읽을 땐 '욕심이 없다'는 해석도 고려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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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여기서 '교교백구'가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됐다고 판단하셨다면 반성하셔야 합니다.
왜 그런지는 뒤에서 설명드릴게요.
고전시가에서 '자연 = 긍정 / 속세 = 부정'이라는 판단 기준이 잘 맞아 떨어지기는 해요.
그런데 항상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고전시가도 결국 '운문'입니다. 항상 화자가 중심이 되어야 해요.
저는 운문을 가르칠 때 현대운문이든, 고전운문이든
1. '화자'를 기준으로 놓고
2. 화자가 바라보는 대상이 있을 때
3. 화자가 그 대상을 '지향'하는지, '지양'하는지에 따라 긍정과 부정을 고르라고 합니다.
그럼 고전시가에서 '자연 = 긍정 / 속세 = 부정'과 같은 공식이 성립하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일반적으로 고전시가에는, 자연을 지향하고 속세를 지양하는 화자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하면, 화자가 특정 자연물에 지향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긍정적인 대상이 될 수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위의 작품을 다시 봅시다.
일단 풍월로 벗을 삼거나 자연이 듣기, 보기 좋다는 등의 구절을 통해서 이 시의 화자가 자연을 '지향'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제5수>를 볼게요.
"산전에 유대하고 대하에 유수로다"
라는 구절을 통해서 화자가 자연을 노래한다는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자연을 뗴 많은 '갈매기'는 오명가명 하는데 '교교백구'는 어떤가요?
'멀리 마음 두는고'라고 합니다.
그럼 자연스럽게 '무엇을 멀리 마음두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야해요.
여기에 답은 맥락상 당연히 '자연'을 멀리한다는 것이 되겠죠.
정말 뜬금없이 '속세를 멀리하겠지?'라고 하면 안 됩니다!
만약 속세를 멀리하는 것이라고 해석한 분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자연은 좋은 거니까 당연히 속세를 멀리하는 거겠지? ㅎㅎ'
혹은
'현자는 좋은 사람이니까 당연히 속세를 멀리하겠지~'
와 같은 생각으로 답을 판단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결국에 우리가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건
'화자의 지향여부'
입니다.
다시 선지 봅시다.
‘갈매기’와 ‘교교백구’는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된 상징적 존재이다. (O, X)
이 선지의 올바른 판단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화자는 속세를 지향하지 않고 자연을 지향하니 무심한(욕심 없는) 심정을 보인다고 할 수 있어.
2. 그런데 '교교백구'는 자연을 멀리 마음둔다고 했으니 무심하다고 볼 수 없겠지.
3. 화자는 자연을 지향하는데 교교백구는 오히려 그 반대이니까!
4. 갈매기는 자연을 오명가명 한다고 했으니 화자와 같이 자연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어.
5. 그러니까 화자의 무심한 심정이 투영됐다고 볼 수 있겠지.
와 같이 되어야 합니다.
실전이라면 최소한 2, 3번은 무조건 거쳐야 하는 것이죠.
제가 생각했을 때 이 문제가 시사하는 바는 딱 두 가지입니다.
1. 고전시가라고 해서 무조건 자연이 긍정인 건 아니다.
2. 운문에서 중요한 건 상투적인 편견이 아니라 '화자의 지향여부'이다.
기본적으로 작품을 읽고 선지를 판단할 때 항상 '화자'를 중심으로 놓고 생각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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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별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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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요 ㅎㅎ
좋아요오 져 따
백구 나오는 순간 +치고 보는 습관을 없애야 겠네요 ㅋㅋ
ㅋㅋㅋ 네 치더라도 한 번 더 확인은 꼭 해봅시다
오 저는...화자랑 백구가 같이 자연에 있고...화자는 자연에 마음을 두는데 백구는 "멀리".. 자연에서 멀리 떨어진 먼 곳이면 속세겠죠? 그래서 백구는 부정적 대상이다 이렇게 생각을 했어요
이건 어떠려나요...?
그것도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해야할 생각은 교교백구가 자연에 멀리 마음둔다는 점이니까요
오오
글과는 약간 별개로 도산십이곡 4수에 갑자기 연군지정(피미일인)이 왜 나오는지 항상 궁금했습니다
속세는 싫은데 임금은 그리워하는건가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ㅜ
자연 속에 거니는 와중에도 임금을 잊지 못한다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임금에 대한 그리움은 자연을 노래하는 작품에서도 가끔 등장하니 참고해두시면 좋아요.
화자가 있는 공간이 자연이라는 것이 2수에 밝혀져 있으니 5수에서 '멀리'는 속세라고 생각해도 되나요?
그렇게 보셔도 됩니다. 교교백구는 자연(혹은 화자)에 마음을 두지 않고 멀리(다른 곳) 마음을 두니까 그곳을 속세로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갈매기가 오명가명 하는 거는 속세와 자연 사이에서 갈등하는 걸로 봐도 되나요?
선지에서 그렇게 얘기를 한다면 허용할 수는 있겠지만 조금 애매하지 않을까요? 어쨌든 갈매기는 자연물이기도 하고, 화자가 처한 공간에 있어야 화자가 포착할 수 있을 테니까요.
굳이 따지자면 화자의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한다고 보는 게 조금 더 정확할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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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칼럼 너무 감사드려요!저도감사합니다 ㅎㅎ 도움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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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잘 되어서 좋았어요 하나 새로 배워가요 팔로하고 갑니다고맙습니당~~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네요
본 작품인데 다시 봐도 새로웠다는.. ㅋㅋ
잘봐주시니 고맙습니다 ㅎㅎ
선생님 안녕하세요...쪽지로 보내려고 했는데 쪽지 전송이 안되어서 부득이하게 댓글로 질문을 남겨요
제가 오늘 더프 대성 모고를 쳤는데, 좀 조졌어요(89...)
왜 조졌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3개정도 이유를 찾은거같아요
1. 아침에 국어영역풀때 배아픔
6평때도 그랬고 7모때도 그랬고...긴장을 해서인지 1교시때 묘하게 배가 아픈데 오늘따라 정말 심해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글도 잘 안읽혔어요...병원을 갔는데도 솔직히 별 차도가 없네요..ㅜㅜ
2. 독서법 조짐
1번의 영향인지, 독서법 파트 연습의 부족인지 6평때는 어찌 다 맞혔던 독서법파트에서 2개를 틀렸어요
1번의 영향은 뭐 어쩔 수 없다 하고...독서법 파트를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요...? 기출을 풀어봐야 할까요?
3. 머리 안돌아감
이거는 제가 아침에 국어를 잘 안풀어서 그런거같아서 개학도 했고 하니 아침에 국어공부하는걸로 방향을 돌리면 될거같은데...맞는 방향일까요?
선생님께서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ㅠㅜ
아침에 국어공부하는 건 좋습니다!
근데 사설 시험에서 독서방법 지문을 많이 틀렸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9평을 쳐보고 그때 부족하다싶으면 보완하셔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