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추나죽어 [962851] · MS 2020 · 쪽지

2021-07-24 2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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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수능날 망치면 허사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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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제목이 좀 도발적으로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러나 저 질문은 우리가 한 방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시험을 준비할 때 불편하지만 꼭 생각해 보아야 할 주제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 어느 대학도 6/9 모의평가 점수나 평소 재종에서 받은 성적을 정시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수험생들은 오직 올해 11월 18일에 치러질 수능 점수만 가지고 대학에 가게 됩니다.

 

이 불변의 사실은 다양한 생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열심히 공부해도 수능 때 평소보다 못한 점수를 받아올 가능성이 분명히 있습니다. 심지어 주변 선생님들이나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것같이 보입니다. 실제로 수험생이 가장 보편적으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불안감입니다. 내가 공부한 것에서 안 나오면 어쩌지? 모고 성적대보다 낮게 나오면 어쩌지? 수능 전날 잠이 안 오면 어쩌지? 등등... 저도 수험생활 내내 이런 불안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모든 불안감은 수능이라는 제도의 근본적 불확실성에서 기인합니다. 쉽게 말해 그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니, 불안감은 결국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은 수능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합니다. 성적대에 관계없이 많은 학생들이 수능 만점 받는 상상을 하지 않습니까? 만점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보다 잘 찍든지 컨디션이 좋든지 해서 몇 라인 위 학교에 입학하는 정도의 기대는 누구나 하죠. 그리고 이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능을 치는 즉시 과거 성적은 전부 무의미해지고 수능 점수만이 남습니다. 수능만 평소보다 잘 보면 평생 나는 그 점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어찌 보면 굉장한 기회입니다.


그렇다면 수능날 인생 최고점을 받으려면 어떤 공부가 필요할까요? 누군가가 답을 내리는 것 자체가 주제넘은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본질적인 물음입니다. 이렇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니 읽어보시고 납득되시는 부분을 가져가시면 되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수능은 1트에 모든 것이 정해지는 굉장히 특수한 환경이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수능에서의 부담감이나 변수들을 구현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수능 점수가 공부한 책 권수나 푼 문제수와 상관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수능이라는 실전 상황에 나름대로 예측하고 대비한 학생은 수능에서 공부량 대비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많이 풀었지만 수능 당일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평소 시험은 잘 보다가도 수능 때 사소한 문제로 무너지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아요. 실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실전력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태생적으로 실전에 강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학습 과정에서 간단한 포인트에 신경을 쓰면 수능 때 돌발적인 상황에 당황하는 경우를 줄이고 평소 이상의 성적을 받아낼 확률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전력을 키운 핵심 방향성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1. 개념을 학습할 때


수능은 시간이 남아도는 시험이 아닙니다. 모든 문제를 정확히 해결하고 헷갈리는 문제 검토까지 하려면 시간이 굉장히 빡빡합니다. 따라서 시간을 불필요한 데 소비해서는 안 되는데, 개념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고민하거나 긴가민가 해서 다시 증명해보는 따위의 행동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수능은 워낙 특수한 환경이라, 내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소위 말하는 뇌절)을 할 확률이 꽤 높습니다. 시험장에서 이건 정확한 풀이야! 라고 확신하고 다시 생각하지 않을 정도까지 가려면 생각보다 굉장히 탄탄하게 개념이 잡혀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개념 학습은 개념서를 여러 번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해당 개념을 활용한 기출문제를 많이 풀어서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일관성을 확실히 각인해야 합니다. 국어도 수학도 탐구도 모두 마찬가지에요. 이 개념에 대해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헷갈리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단련해야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판단 속도가 빨라지고 기계처럼 문제를 풀 수가 있습니다.


국어는 주로 문학 개념어가 해당됩니다. 19수능의 현대시 세트에서, 공감각적 심상에 대한 기출을 반복하며 판단 기준을 확실히 하지 않은 학생이 ‘이건 공감각이 아니야’ 라는 판단을 원활하게 할 수 있었을까요? 수학에서는 소위 실전개념이라고 부르는 것들에 대해서 이 공부가 특히 필요합니다. 합성함수의 극점은 겉함수와 속함수의 극점에 의해서만 도출되며 다른 곳은 없다는 사실, 미적분 선택자시라면 아실 겁니다. 이걸 정말 확신이 들 때까지 연습해 보지 않은 사람이 19수능 30번을 접근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는 수험생 시절에 수많은 실전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돌려 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결론은 ‘수능장에서 처음 생각한 방법으로 풀면 망한다’는 겁니다. 수능에서는 절대로 개념에 대해 새로운 발상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는 정말 수백 번도 더 연습해서 이제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방법으로 풀려야 정상입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행동은 수능장에서 정말 추천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떠오른 신박한 풀이를 도전하기 전에,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문제를 다시 읽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2. 문제를 풀 때


사실상 제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이겁니다. 기출부터 N제, 실모까지 내가 푸는 모든 문제에 대해 다음의 물음을 던졌을 때 긍정할 수 있다면 수능에서 분명히 목표를 이루실 겁니다.


“수능에서 비슷한 문제가 나왔을 때 막힘없이 해결할 수 있을까?”


지금이 수능날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수험생에게는 수능이 인생을 결정하는 시험입니다. 내가 이 문제를 못 풀면 대학이 한 급간 내려가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1년 더 공부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남은 시간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런 극한의 상황에서도 이 문제만큼은 자신있게 풀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의 수험생의 풀이에는 허점이 많습니다. 여기서 허점은 개념적/논리적 결함과 비효율적 풀이를 포괄합니다. 그렇게 불완전한 풀이로 해결한 문제를 직관이라는 미명 하에 넘어가면 수능은 언제나 이를 통렬하게 심판합니다. 구멍이 없는 공부의 핵심은 논리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풀이를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재현하는 것에 있습니다. 이 시각에 따르면 문제를 회독할 때 답이 기억나서 의미가 없다는 건 정말 핑계죠. 오히려 답이 가장 안 중요한 건데 말입니다. 지금이 수능인데 이 문제를 처음 맞닥뜨렸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고민하며, 문제 독해부터 답 도출까지의 전 과정을 다시 풀어 보는 것이 바로 수능에 직결되는 공부입니다. 수능의 고난도 문항은 대부분 낯설게 생겼지만 같은 방식으로 풀립니다. 실전에서 내가 할 행동은 처음 본 문제의 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는 것이고, 평소 학습에서는 이를 그대로 연습하는 것이 실전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대비입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말처럼, 수능을 잘 보려면 내가 수능날 취할 행동에 한 점의 의심도 없게끔 훈련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 단련은 어려운 상황에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N제에서 문제가 안 풀릴 때, 이게 수능이라면 난 뭐부터 접근할지 고민해 봅니다. 막혀서 답지를 살짝 참고했다면, 막힌 생각을 수능날 하기 위한 방안을 피드백하고, 그 문제를 처음부터 풀어 보면서 이를 공고히 합니다. 실모를 풀다 보면 시간은 부족한데 못 푼 문제가 꽤 많아서, 안 봐도 이 시험 망했다는 느낌이 팍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 그냥 던지지 마시고 실전 연습을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늘이 수능이고 이 문제를 몇 개 푸냐 못 푸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마인드로 진지하게 접근해 봅시다. 뭐부터 해야 할지, 내가 얼마나 풀 수 있을지, 몇 분 정도를 마킹에 투자할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합니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의 연습이 잘 되어 있을수록 실전의 극한 상황에서 멘탈이 강해집니다. 수능은 결국 실력 다음으로 멘탈의 싸움입니다. 19수능 국어 1컷이 84점까지 가리라고 예상하고 시험장에서 평정을 유지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침착한다면 엄청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겠죠.


3. 수능에 대한 생각


결론을 내 보겠습니다. 저는 수능을 잘 보고 싶으면 수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수능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기에 대부분은 그저 눈앞에 있는 문제를 맞히는 것에 집중하지만, 이게 수능이었으면 내가 가질 공포감을 대면하고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에서 실망스러운 점수를 받고 다시 도전하시는 분들은, 분명 수능이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이시겠지만 이를 냉정하게 대면하고 문제점을 분석하셔야 할 것입니다. 생각보다 작년 수능 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올해 수능 보러 가시는 분들 많이 봤습니다. 내가 못 본 시험은 분석의 1순위입니다. 내가 이 문제 풀 때 말렸구나 등의 문제를 심리 상태를 중심으로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나름의 대책을 만들어서 노트에 적고 그걸 실행하는 장면을 지속적으로 상상해보는 거죠. 이게 쌓이면 실전에서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내가 상상한 대로 행동하게 됩니다. 유사과학이 아니라 반복과 각인에 의한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건 수능 전날에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평소 학습 과정에서 축적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실력이 있는데 수능날에만 미끄러져서 재도전하게 되신 분들은 책 몇 권 더 푸는 것보다 이게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수능 경험이 없으신 분들은 그냥 평소 문제를 풀다가 겪는 어렵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을 기준으로 하시면 됩니다.

모든 독자분들께서 문제 풀이 실력과 더불어 실전력을 키워서 수능에서 인생 최고 점수를 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렇게 제가 수험생분들께 전해드리고 싶은 내용은 끝이 났습니다.

여러분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저도 동력과 책임감을 얻었고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쓰면서 만나게 된 독자분들과 수백 명의 팔로워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쓴 네 글들이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제 질문 받는 글을 10탄까지 올리고 커뮤니티 활동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저와 격식 없이 놀고 싶으시면 오르비 플레이로 오시면 됩니다. 대부분의 시간에 접속해 있습니다)

지금까지 새봄추나죽어였습니다!

rare-나는야 존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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