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rrystal [900855]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1-03-20 11:31:52
조회수 20,176

수학의 정석 신간 리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6755322

안녕하세요.

며칠 전 올려드린 바와 같이 https://orbi.kr/00036725262/ 수학의 정석의 신간이 출시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저도 책을 사게 되었는데, 그 이유로는

1. 대학에서 좀 필요한 부분이 있다. (당장 이번 학기에 복소평면이 나옵니다.)

2. 그냥 궁금하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 자체를 언급하는 곳 자체가 많지 않아(포*한 정도일려나) 행여 여러분이 서적이 어떤 내용일 지를 궁굼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간단하게 글을 끄적거리기로 했습니다.


표지 자체는 사실 現 교육과정 내에 속한 다른 정석 책과 다른 점이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서문인데, 일반적으로 정석에 있는 서문의 내용(저번 교육과정에서 **로 분류되었던 것이 개정되어 **로 구성하게 되었다. 로 시작되는 것) 이 아무래도 교육과정 외의 내용이다 보니 서문을 새로 썼습니다. 

'이 책의 많은 내용이 과거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 있었고 대학 수학의 바탕이 되므로 야심 있는 이들은 부담 없이 도전해 볼만하다'라는 말이 가장 인상깊습니다.

3월 15일 출간이니 3월 20일에 이 글을 쓰는 제가 어쩌면 최초 리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들어가기 앞서 간단하게 교육과정에 대해 말하자면

현재 채택된 교육과정은 15 개정이며 (21수능-)

역순으로 09 개정 (17-20수능) 07 개정 (12-16) 7차 (05-11) 6차 (99-04) 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단원은 하단과 같습니다.

1. 방정식

2. 부등식

3. 부등식의 영역

4. 행렬의 뜻

5. 행렬의 연산

6. 역행렬과 연립일차방정식

7. 그래프

8. 선형변환과 행렬

9. 선형변환의 합성과 역변환

10. 선형변환과 도형

11. 벡터의 뜻과 연산

12. 벡터의 성분

13. 벡터의 내적

14. 벡터방정식

15. 좌표공간에서의 도형의 방정식

16. 복소평면

17. 복소수의 극형식 


보시다시피, 그냥 15 개정 교육과정에서 탈락한 부분의 총집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중 벡터는 기하 과목에서 일부 살아있긴 하지만, 공간벡터 및 벡터방정식 부분 때문에 수록한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이를테면 명제에서의 이(裏) 등 일부 부분만 삭제된 것은 수록되지 않았습니다.

그냥 수록한 김에 과거 중학교 과정이었던 오차 및 근사치, 진법이라든지 로그미분법와 같은 내용이 들어갔으면 고교 수학 완전체 패치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단원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을 드리자면

먼저 앞부분의 방정식과 부등식은 수학(상)에 배우는 이차, 고차방정식 같은 것이 아닌 분수방.부등식이나, 무리방.부등식을 의미합니다. 07 개정까지는 살아있었던 부분으로, 과거 이과를 선택했다면 일반적으로 가장 앞부분에 나오던 부분이었습니다. 이때 이 부분을 공부하셨던 분이라면 '무연근'이라는 말이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등식의 영역은 1학년 때 배우던 내용이었습니다. 대충 직선의 방정식이나 원의 방정식 배울 때 같이 수록되어있었는데 특히 마지막으로 있던 09 개정은 수학 I (지금의 수학 상) 마지막에 위치해서 공부를 안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다른 것도 실려있어서 (5차 때는 원/타원/포물선/쌍곡선, 6차에는 원/포물선 을 고1 때 배웠습니다.) 좀 더 다양한 문제들이 출제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경제수학이라는 교과에 실린 것으로 알고 있기는 한데, 제가 실물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프는 좀 의외였습니다. 이 단원은 선택->이과전체->완전삭제 의 역사를 가지는데,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설명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 

7차 교육과정은 현재 15 개정 처럼 선택제도이긴 했습니다(각각 미분과적분, 확률과통계, 이산수학). 다만 수능에서 선택은 가형 만이었으로 실제 조합은 가형(미적/확통/이산) , 나형 으로 구분되었습니다. 또한 선택과목 간의 위상도 현재와 다른 것이, 일단 확통은 수학 I (문이과 전체, 2학년) 에 이미 수록되어 있어 대부분 재탕에 일부 부분이 추가(대표적으로 지금 사라진 모비율의 추정이 있습니다.)된 정도인 반면, 미분과 적분은 현재 미적분 내용과 유사하게 초월함수의 미분, 삼각함수의 덧셈정리, 삼각방정식, 치환적분, 부분적분 등이 수록되어 있어 그 중요성이 압도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에서도 이공계열은 미분과 적분 선택을 필수로 걸어놓았고 이과를 선택하면 자연히 미분과 적분을 선택하게 되어서 선택이라는 것이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좀 잘못된 걸 배웠는지 이번에는 기하/미적분을 갈라놓아서 '나야 저 아이야'를 시전하는 15개정이 더 악랄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7차 교육과정의 최대의 화두는 다항함수의 미적분이 수학 II (이과전용)으로 넘어가서 문과생이 아예 미적분을 배우지 않아 상경계 학생들이 delta를 모르는 상황이 속출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버렸는데, 그래프는 당시 이산수학에 수록되었습니다. 위에서 제가 이산수학을 아예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옅었는데 (제 주변에서도 이산수학 했다는 사람 찾기가...) 심지어 정석도 이산수학은 버렸습니다. 여기서 그래프는 확통에서 경우의 수 수형도 그리거나, 경로 노가다 뛰는 것하고 비슷합니다. 다만 차별점은 행렬을 사용해서도 풀 수도 있다는 알려주는 정도입니다. 이산수학이 고독사하고 09로 넘어갈 때 몇 안되는 유산이었으며 정규로 넘어가는 듯했으나 행렬 자체가 사라지면서 같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행렬은 제목에서 나와있고 실제로 내용 또한 방대한데 저걸 한번에 배우는 것이 아니라 문이과(4-7)와 이과(8-10) 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마치 삼각함수를 현재 수학 I, 미적분에 분산배치한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삼각함수의 정의부터 미적분까지 한번에 넣은 09의 미적분 II 가 방대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이과용 행렬은 행렬이란 어떤 것이며 행렬의 역함수와 같은 역행렬, 행렬을 연립일차방정식에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담으로 행렬이 수능에 출제되던 시절에는 반례를 찾는 문제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이과용 행렬은 변환과 선형변환을 통해 벡터와 연계시켰습니다. 

이 책에서 역행렬을 설명하면서 항등원, 역원의 개념도 같이 나오면서 간단히 언급하긴 하는데 현행 교육과정에는 이 용어가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공부를 하는 학생이라면 어떤 것을 의미하는 용어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행렬의 변환에는 항등변환, 닮음변환 대칭변환, 회전변환 등 다양한 종류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곧바로 합성 및 도형으로의 변환까지 한번에 연계시키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만 조금은 아쉬은 게 일반적인 함수에서의 매개화된 곡선 또한 같이 수록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이부분은 07개정까지 고1 때 배우던 것으로 혹시 여러분 중에 f : t -> (x, y) 꼴로 표현된 함수를 본 적이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실수 전체 집합 R에서 좌표평면 R^2로 가는 이 함수에서 t를 매개변수라고 하는데 비단 행렬 뿐만이 아니라 함수에서도 이러한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합니다. 


벡터는 가장 최근까지 수록되기도 했고, 현재 일부나마 생존해 있는 부분인지라 크게 설명할 것은 없긴 합니다. 정사영이나 방향코사인 등은 기하를 배우셨다면 여러분들이 익히 잘 아실 거고, 구의 평면의 접하는지의 여부는 09 개정을 배우신 분이라면 아직 기억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어찌보면 당연하게도, 지난 20수능 이후로 사라진 공간벡터에 대해서도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공간도형은 아직 15 기하에 남아있어서 그런지, 수록하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이라면 직선 및 원, 구를 벡터를 이용하여 설명한 벡터방정식이 수록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 역시 일반적인 음함수로의 표현은 안다는 가정하에 서술했기 때문에 따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단원인 복소평면의 경우에는 여기에서 가장 먼저 삭제된 단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등장이 6차 교육과정이므로 사라진지 17년인 현재, 고등학생인 분들은 그 흔적을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마 지금 오르비를 하시는 분들은 복소수를 1학년 때 실수 배우면서 같이 지나가듯이 배워서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럽니다.) 어떻게 보면 주택 재건축을 해서 도로가 다 사라진 상황에서 대로변에 있어서 철거되지 않은, 골목의 시작점을 가리키는 표지판만 남은 상황인데 6차까지는 이과학생의 경우 2학년 때 복소평면을 배웠습니다. (이당시 이과전용 수학은 문과에 방부등식->이차곡선->행렬->일차변환->덧셈정리->복소평면 및 극형식->공간도형 및 좌표->벡터->초월함수의 미분->초월함수의 적분->치환 및 부분적분->부피적분 순으로 더 배웠습니다.) 이 책에서는 복소평면이 전체가 날라갔기 대문에, 복소평면이란 무엇이며, 복소평면에서 도형으로 나타내는 방법, 복소수의 승제(乘除), 극형식 및 편각의 의미, 역시 같이 있었던 '드 무아브르 정리' (드 모르간 정리가 아닙니다.) 극좌표 및 극방정식까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뭔가 마지막이 복소평면인 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습니다.


책에 대한 인상은, 당연하지만 현재 있는 다른 교과를 선행한 후에 보는, 일종의 확장팩 패치같은 느낌입니다. 정규 교과에 생존해 있는 부분은 알 거라는 전제하게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이긴 한데 여기 수록된 단원들은 대부분 전체삭제된 내용이라 처음부터 알려줘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삭제된 내용만 해도 책 한 권이 나오다니 15 개정까지 많은 부분이 삭제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몇 년 뒤이면 22개정이 도입될 텐데 이번에는 수포자 양산 방지라는 미명 하에 어떤 부분이 희생양이 될지 조금 걱정이 됩니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쓰려 했는데 전 교육과정이 어땠는지를 같이 서술하다 보니 내용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수학에 흥미가 있거나 대학에서 수학을 많이 쓰는 학생에게는 나름 괜찮은 책이 될 것 같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