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충무로 파일] 흥행 감독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66767
![]() |
강우석 감독이 ‘이끼’에 이어 최근 완성한 영화 ‘글러브’ 제작보고회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창동·박찬욱·봉준호 감독 등은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임권택·류승완 감독은 고졸이고, 김기덕 감독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대학 입시철을 맞아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 100에 올라있는 영화를 연출한 감독들의 전공을 살펴봤다. 절반이 전공과 무관하다(첨부파일 참조). 흥행 감독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강우석 감독, 영문과 중퇴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 100(전국 관객 기준) 작품을 연출한 감독은 64명이다. 강우석 감독이 가장 많은 6편(실미도·강철중:공공의 적 1-1·공공의 적2·한반도·이끼·공공의 적)을 연출했다. 강 감독은 성균관대 영문과를 중퇴했다.
강 감독에 이어 1000만 영화를 만든 감독은 강제규·봉준호·윤제균·이준익이다. 이들 중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한 이는 강제규 감독(태극기 휘날리며·쉬리)뿐이다. 강 감독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촬영을 전공했다. 봉준호(괴물·살인의 추억·마더)는 연세대 사회학과, 윤제균(해운대·색즉시공·두사부일체·1번가의 기적)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이준익(왕의 남자·황산벌)은 세종대 회화과를 중퇴했다.
![]() |
봉준호ㆍ이준익ㆍ윤제균ㆍ박찬욱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
100대 영화 감독 중에는 이처럼 영화와 거리가 먼 학과를 다닌 이들이 적지 않다. 심형래(디워)는 고려대 식량개발대학원 농업기술연수과정 1년을 수료했다. 곽재용(엽기적인 그녀·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은 경희대 물리학과, 추창민(마파도)은 대구대 축산학과, 이연우(거북이 달린다)는 미국 LA시립대 경영학과, 이충렬(워낭소리)은 고려대 교육학과, 민규동(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이)은 서울대 경제학과, 김현석(시라노:연애대작전·광식이 동생 광태)은 연세대 경영학과, 장규성(선생 김봉두)은 명지대 무역학과, 권칠인(싱글즈)은 한양대 건축공학과, 김민석 감독(초능력자)은 충남대 고고학과 출신이다.
박찬욱 감독 등도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박 감독(공동경비구역JSA·친절한 금자씨·올드보이·박쥐)은 서강대 철학과 출신이다. 그리고 임상수(하녀)는 연세대 사회학과, 김경형(동갑내기 과외하기)은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김태균(늑대의 유혹)은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올해 흥행 1위, 역대 15위에 오른 ‘아저씨’의 이정범 감독은 인하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처럼 100대 영화 감독 가운데에는 어문계 출신이 많다. 최동훈(타짜·전우치·범죄의 재구성)은 서강대 국문과, 이정향(집으로…)은 서강대 불문학과, 임순례(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는 한양대 영문과, 유하(쌍화점·말죽거리 잔혹사)는 세종대 영문과, 이재용(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은 외국어대 터키어과, 김대우(방자전·음란서생)는 외국어대 이태리어과, 권수경(맨발의 기봉이)은 경희대 국문과, 오종록(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은 부산대 독문과, 손재곤(달콤, 살벌한 연인)은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했다.
‘추격자’에 이어 ‘황해’를 내놓은 나홍진 감독은 한양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박광현·장훈·조진규 등도 미대 출신이다. 박 감독(웰컴 투 동막골)은 홍익대 시각디자인과, 장 감독(의형제)은 서울대 시각디자인과, 조 감독은 영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 연극영화과 출신은 34명
![]() |
강제규ㆍ곽경택ㆍ김상진ㆍ장진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
연극영화를 전공한 감독은 64명 가운데 34명(53%)이다. 100편 중 47편을 선보였다.
한양대 출신이 9명으로 가장 많다. 김지훈(화려한 휴가) 김동원(투사부일체), 정용기(가문의 위기·가문의 부활) 정윤철(말아톤) 김상진(신라의 달밤·광복절특사·귀신이 산다·주유소 습격사건) 송해성(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정초신(몽정기) 오기환(작업의 정석) 이시명(2009 로스트메모리즈) 등이다.
중앙대 출신은 7명이다. 강제규 감독을 비롯해 김용화(국가대표·미녀는 괴로워·오! 브라더스) 김유진(신기전) 박진표(그놈 목소리·너는 내 운명·내사랑 내 곁에), 전윤수(식객·미인도), 김대승(혈의 누) 오상훈(위대한 유산) 등이다.
그리고 서울예대가 5명, 동국대가 3명이다. 서울예대 출신은 김지운(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장화 홍련) 정흥순(가문의 영광) 신태라(7급공무원) 장진(굿모닝 프레지던트·박수칠 때 떠나라·킬러들의 수다) 라희찬(바르게 살자), 동국대 출신은 양윤호(바람의 파이터) 김한민(극락도 살인사건) 박영훈(댄서의 순정) 등이다.
이밖에 강형철 감독(과속스캔들)은 용인대 연영과, 곽경택 감독(친구·태풍·사랑)은 고신대 의대를 중퇴한 뒤 뉴욕대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이재한 감독(포화속으로·내 머리 속의 지우개)도 뉴욕대 출신이다. 박철관 감독(달마야 놀자)은 샌프란시스코대, 김호준 감독(어린 신부)은 도쿄 치요다 예술대, 강대규 감독(하모니)은 호남대, 안권태 감독(우리 형)은 경성대를 졸업했다.
한편 류승완 감독(부당거래)은 한영고를 졸업했다. 중학교 때부터 8mm 중고 카메라로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단편 영화 작업을 하면서 박찬욱·박기형·곽경택 감독에게 연출수업을 받았다. 강우석 감독은 중3때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을 본 뒤 감독의 꿈을 키웠고 대학 2학년 때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날’을 보고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이유가 없다고 결심, 충무로로 뛰어들었다. 강 감독은 영화감독 지망생에게 “학력이나 전공보다 영화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우선한다”면서 “영화 없이 살 수 있는지, 영화를 통해 세상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장수 선임기자 cameo@kyunghyang.com>-ⓒ 스포츠칸 & 경향닷컴(http://sports.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