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즐거움알로에 [584862] · MS 2015 (수정됨) · 쪽지

2021-03-01 12:42:57
조회수 8,808

[조언글] 후천적 국어 공부 방향성에 대해 (비문학을 중심으로+a)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6515344

3년 전에 쓴 글이고 저는 수험판을 떠난 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제 글을 읽고 쪽지를 주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문법과 화작이 선택형이 되는 등 수능 국어영역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비문학 고난도 장문 추세가 시작된 2017학년도 수능을 치르고 썼던 글이니 지금 읽으셔도 현재 기조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수능 국어 공부의 방향성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다룬 글이고 다년간 쪽지와 댓글을 통해 받은 질문들에 대한 피드백도 본문에 포함하였기에 국어 공부에 난항을 겪고 계신 수험생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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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에 앞서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성적을 첨부합니다.
17학년도 6,9,수능 각각 100, 97, 98점
재수생이었던지라 교육청 성적표는 없지만
omr카드에 마킹하는 식으로 시간 재고 풀어서 그 해 3,4,7,10월 모두 100점이고
그 해에 치른 사설 모의고사 모두 백분위 100입니다.


제목에서 '후천적'이라고 언급했는데 그 이유는 제가 후천적으로 올린 케이스이기 때문입니다.
고1 : 만년 3등급
고2 : 만년 2등급
고3: 2~1 진동( 이 해는 수능 제외 물바다였음 )
재수 : 위와 같은 성적
으로 점진적으로 성적을 올렸는데요,
이 글에서는 국어를 잘하게 되기까지의 제 이야기와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시간 없으신 분들은 후자만 읽으셔도 됩니다.
 
 
 
 저는 어렸을 때 괜히 겉멋만 들어서 이해도 안 되는 책들을 가져다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어 독후감을 쓸 때도 책을 다시 펼쳐서 베끼기가 일쑤였던 것 같아요. 그런 식의 독서에 익숙해지다 보니 무슨 글을 읽어도 활자만 읽고 내용이 머리에 안 들어왔습니다. 근데 바보같이 이걸 속도의 문제라고 판단해서 속독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찾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쯤 스x킹 속독법이란 책을 알게 됐고 이 책이 말하는 3분에 책 한권 독파란 말에 혹해서 거의 세뇌수준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네요. 회당 100만원이 넘는 캠프에까지 참가해서 이걸 배웠고 이후 책에서 시키는 대로 고1 초반까지 거의 1년간 다 했습니다. 그런데 독해력이 늘기는커녕 난독증상이 중학생 때보다 더 심해졌고 이게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된 건 고1 중반을 넘어서였네요.
 
 결국 이룬 것 하나 없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닥치는 대로 푸는 것뿐이었어요. 고1 6월 모의고사 국어 점수가 3컷에 걸쳐 4등급과 다를 바 없었는데 이마저도 제가 양치기를 해서 그렇지 고1 초반에 풀었으면 더 안 나왔을 거예요. 국어 잘한다는 친구들한테 방법을 물어봐도 얘들은 금두뇌거나 어릴 때부터 올바른 독서습관이 잡혀있어서 잘하는 친구들이라 제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주지 못하더군요. 학교 수업도 문법, 문학 등의 암기식 지식 전달에만 치중되어 있어 독해력을 키워줄 여지는 없었습니다.(내신을 우선시하는 공교육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냥 닥치고 많이 풀었던 거 같아요. 씨뮬같은거 80분 재고 풀고 채점하고 내가 예상한 등급컷에 걸치면 다행이고 아니면 내가 만약 현장에서 이거 시험 쳤으면 이정도 등급이란 말이지? 에휴.. 못해먹겠네 이러길 반복하면서 마지못해 해설지 펴고 분석하고 그랬네요.
 
 그렇게 양이 쌓이면서 얻은 것은 국어 시험에 대한 익숙함과 문법, 문학작품 등의 많은 지식들이었어요. 아무래도 많은 글들을 읽다 보니까 난독증상이 어느 정도는 완화가 되어서 쉬운 지문정도는 답답하지만 눈으로 보고 일대일대응해서 풀 수 있겠더라고요. 저는 양치기 외엔 다른 방법을 몰랐으므로 시간재고 풀고 채점하고 등급컷 보고 선지분석하고 피드백하는 이 사이클을 고3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서 한계가 오더라고요. 뭘 해도 제자리걸음 하는 느낌이었어요. 특히 역대 평가원 기출들을 풀면서 이게 진짜 사람이 풀라고 만든 건지 회의감이 들게 하는 지문들을 읽을 때면 자괴감만 들었습니다. 아무리 읽어도 활자만 읽고 있고 내용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근데 또 문제가 됐던 게 뭐냐면 2016학년도(2015년) 평가원 모의고사가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아주 쉬웠습니다. 덕분에 6월 때 국어 100점을 받아버리니까 실력이 늘고 있다고 착각을 해버린 거예요. 현실은 이미 한계에 봉착해 제자리걸음인데 그런 점수를 받아버리니까 이 방식을 고수해도 되겠다고 판단하고 그대로 기출 반복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몇 개월째 실력이 느는 느낌을 못 받으니까 타개책을 찾으려 오르비같은 입시 사이트를 이곳저곳 뒤져봤어요. 이 당시 수능이 거의 2개월 남짓 남은 시점이었네요. 이때 오르비에 유대종 강사가 한창 뜨고 있었는데, 유대종 강사가 저술한 '국어 치열하게 독하게' 라는 책이 평도 좋고 눈에 띄어서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평가원 기출을 미시, 거시 독해의 툴로 분석해놓은 책인데 국어의 기술처럼 화살표 등의 독해도구가 여럿 담겨있더군요. 사소한 말장난에 낚인 적이 잦았던 저에게 상당한 도움이 됐습니다. 기존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난 신선함을 주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러웠고요. 다만 이 책이 독해력을 길러줬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습니다. 지문을 읽을 때 집중도가 높아져서 내 수준에서 읽어낼 수 있는 지문을 더 꼼꼼히 볼 수는 있었지만 슈퍼문, CT, 신기루와 같은 내 독해력을 상회하는 킬러지문을 읽어낼 힘을 길러주진 못했습니다.
 
 그렇게 수능을 치렀는데 정말 정신없이 풀었던 것 같아요. 화작문에서 예상외로 시간을 많이 써버리고 도덕적 운, 기판력, 특히 부력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일대일 대응 위주에 모르는 건 죄다 별표 거기다 문학 읽는 둥 마는 둥 답 쓰고 탈진한 채로 제출했네요. 시험장에서 정말 억장 무너지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성적 까보니까 93점 딱 1컷에 걸려서 다행히 그렇게까지 나쁜 성적은 아니었어요. 다만 제 목표대학에는 점수가 부족해서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네요.
 
 한창 우울할 때 재수 커리를 짜려고 오르비에 들어왔는데 3수해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신 용킹콩님이 쓰신 글이 메인에 보이더라고요. 그 글의 내용은 N수를 다짐하는 사람이라면 작년의 패인을 떠올려 보고 그것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짜자는 거였습니다. 그 글을 보고 패인을 정리해 보니까 국어같은 경우는 너무나도 명백하더라고요. 바로 독해력. 단순히 독해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당시 난이도를 고려하면 93점이 낮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목표대학에 가기엔 부족한 점수였고 현장에서 허둥지둥 댔던 것을 생각하면 다음 수능 때도 같은 요행을 기대하긴 어려웠어요. 그렇기에 아예 킬러지문조차 씹어 먹을 독해력을 길러서 수능장에서 확신을 가지고 풀자고 다짐했습니다.
 
 현역 때 수능이 2개월 남짓 남은 시기라 시야가 좁아 잘 알아보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독해력 증강을 목적으로 하는 강의는 시중에 열려 있더라고요. 많은 고민 끝에 대성마이맥 김동욱의 '이것이 비문학이다'를 수강하기로 했습니다.(그 당시 김동욱 강사가 인강을 접어서 남아있던 작년강의를 들었어요. 지금은 메가스터디로 옮기셨더라고요.) 강의 내내 강조하시는 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았어요.
 
'호기심을 가지고 지문과 대화하면서 읽어라.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좋으니까 이해 안되는 부분 넘기지 말고 생각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빨라지려고 한다고 정확해지진 않지만 정확해지면 빨라진다.'
 
심하게 말해서 어디 초등학교 국어책에나 실릴법한 유치하고 뻔한 내용이지만 지금까지 '활자만 읽고 내용은 안 들어오는 상황'에 너무나도 시달려왔던 지난 날을 생각해보면 이는 정말 확실하고도 당연한 처방이었습니다. 이 원칙하에 지금까지의 독해도구, 스킬 등을 모조리 버리고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처음엔 익숙하지가 않은데다 그동안 시간에 쫓겨 지나쳐왔던 부분들을 다 이해하고 넘어가려니 지문 하나에 40분, 길게는 1시간이 넘게도 걸렸고 심지어는 2시간까지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매일 2지문씩 꾸준히 이렇게 읽다 보니 독해력이 점점 쌓이고 2개월 정도 접어들 무렵 어지간한 지문은 10분 안팎으로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고 그 이해력은 이전과는 차원을 달리하더라고요.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고 문제로 들어가니까 맞는 선지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틀린 선지는 틀린 부분이 깃발 들고 서 있는 게 느껴졌어요. 어지간하면 일대일대응을 하지 않게 됐고 불확실한 감에 맡겨 답을 고르는 게 아니라 내가 확신을 가지고 답을 고른다는 게 너무나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후 꾸준히 기출을 푼 끝에 그 해에 치른 모든 시험에서 100점이거나 그에 준하는 점수를 받았습니다.



다짜고짜 이렇게 합시다 하면 설득력이 떨어질 것 같아 제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길어졌네요...



이제 왜 이렇게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 이야기를 해볼게요.

(시간 없으신 분들은 여기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금두뇌거나, 어려서부터 양질의 독서습관이 잡혀있어서 국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별다른 공부를 하지 않고도 고득점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렇지 않죠.


쉬운 지문은 보통 읽는 족족 잘들 이해하니까 그 차이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지문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에겐 '활자는 읽고 있는데 내용은 안 들어오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타고난 친구들은 이 현상이 어지간하면 잘 일어나지 않아요. 그 차이가 뭐냐 하면 '생각의 깊이'인 것 같습니다.


타고난 친구들은 읽는 족족 저절로 머리가 생각이란 걸 하게끔 습관이 되어있어요. 여태껏 글을 읽을 때 생각과 병행해서 읽어왔기 때문에 어려운 글을 읽을 때도 생각을 깊게 하고 따라서 독해력이 좋습니다.
그런데 저같이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그렇지가 않아요. 글의 수준이 본인의 독해수준보다 높으면 천천히 곱씹고 생각을 깊이 해보려 노력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안에 풀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글을 곱씹지 않아요. 80분 재고 한회분 풀고 채점하고 분석한다고들 하는데 80분동안 지문 다 제대로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는 사람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물론 시험 난이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80분에 45문제를 풀어야하는데 활자만 읽히고 내용이 잘 안 들어오는 지문이 있으면 마음이 조급해져서 어떻게든 지문을 빨리 끝마치려 하겠죠. 근데 그렇게 끝마치고 나면 머리에 남는 게 없어요. 일치문제면 어떻게든 선지 내용을 지문에서 찾아서 일대일대응을 합니다. 응용문제 푸는데 선지 두개정도 남겨놓고 그거 고민하는데 또 몇 분을 씁니다. 결국 지문은 이해 안 가는데 일단 빨리 읽고 문제에 시간 다 버리고 답은 또 명확하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나와요.


사설이 됐든 기출이 됐든 이런 느낌으로 시간 재고 풀고 있으면 본인 딴에는 공부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의미가 없는 거예요. 특히 비문학은 처음 읽을 때 제대로 읽지 않았으면 분석할 때 다시 본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시험에선 처음 보는 지문이 나오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먼저 시간에 대한 강박을 버리자는 거예요. '내가 만약 저때 봤으면 시간 부족으로 망한 거 아니야?' 이런 생각 자체를 버립시다. 내가 그때 봤다면 n등급이라고 자위하는 것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차피 본인이 치를 시험도 아닌데. 그런 중요치도 않은 것에 의미 부여하지 말고 이 지문을 가지고 내 실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아요.


그럼 평소에 80분 내로 풀지 않으면 실전감각은 어쩌지 하는 염려가 있을 수 있는데, 실전감각 유지는 시험 일주일 전이면 충분하고도 넘칩니다. 저는 3일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실력이 아직 충분치 못하다면 시험이 닥쳤을 때만 시간재고 푸시면 될 거 같아요.


이제 '호기심을 가지고 지문과 대화하라'는 것이 무슨 의도인지 이야기하자면 행위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행위를 수단으로 해서 독해에 '생각'을 개입시키자는 거예요. 본인의 독해수준을 넘는 지문을 마주하면 '활자만 읽고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 곱씹지 않고 시간에 쫓겨 넘어가버리게 되면 머리가 생각을 멈춰버려요. 독해력은 부족하면서 지문 대충 읽고 시간만 칼같이 지켜서 매일 풀어봤자 본인의 독해수준을 넘는 지문이 나올 때마다 생각이 멈춰버리는데 발전이 있을 리가 없죠. 결국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인 셈이에요.
국어 공부는 해도 안 된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호기심을 가지고 지문과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의도적으로 생각을 개입시키려고 애를 쓰자는 이야기에요.
 
"어떻게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높이 110m의 나무 꼭대기에까지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라는 문장이 있으면 "와 그러게..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궁금한데?" 이런 식으로 지문을 하나의 대화상대로 여기고 의도적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접근합시다. 그 다음 문단에서 증산-장력-응집력 메커니즘에 대해 지문이 설명을 해줍니다. 그럼 나는 그 설명을 들으면서 "어 그래 증산작용이 이건데, 아 장력이 물을 끌어올려주네. 응집력 덕분에 안 끊기는 거고." 이런 식으로 맞장구를 쳐줍니다. 필요하다면 이미지를 동원하는 게 좋은데, 특히 이런 원리를 설명하는 과학지문은 이미지를 떠올려 볼 일이 많겠죠. 이 지문의 경우 나무를 상상하며 증산작용, 장력, 응집력을 결합해보면 물이 끊이지 않고 뿌리에서 꼭대기까지 전달되는 이미지가 완성이 됩니다. 특히 이미지는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독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우리가 사람들과 대화할 때 항상 문답을 하지는 않듯, 대화가 항상 문답의 형식을 띠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지문을 대화상대로 간주하고 걔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기만 하면 됩니다. 적당한 추임새를 넣든, 너(지문)가 한 이야기를 다시 정리해 보든, "그래 2문단에서 이렇게 얘기했잖냐 이게 그 말이네!"식으로 말만 다르고 뜻은 같은 문장 찾아보든 다 좋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지문과의 대화는 지문을 읽을 때 '생각'을 의도적으로 개입시키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그 자체로 목적은 아니에요. 대화의 형식 자체는 뭐가 됐든 상관없어요. "~같은 상황에선 문답이 좋아요 맞장구가 좋아요?" 같은 질문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죠. 사실 안 막히고 읽는 족족 이해가 되는 상황에서는 그냥 쭉쭉 읽어나가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활자만 읽히고 내용이 와 닿지가 않는 상황'이면 대화의 형식을 빌려 상대(지문)가 하는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합시다.
 
'빨라지려고만 하면 정확해지지 않지만 정확해지면 빨라진다.' 당연한 말입니다. 시간 내로 제대로 읽어낼 실력도 안 되면서 시간에 얽매여 지문을 대충 읽는 습관은 버립시다. 그런 식의 공부 백날 해봐야 요령과 지식은 늘지 몰라도 독해력은 제자리걸음이에요. 결국 수능장에서 본인 독해수준보다 높은 지문이 나오면 천운이라도 따라주지 않는 이상 맥없이 당할 수밖에 없겠죠. 지금 당장은 느릴지 몰라도 지문 하나에 20분, 혹은 기출 반회분, 심지어는 한회분 풀 시간 할애하고 있는 게 참담할지 몰라도 결국 그게 독해력 향상의 지름길입니다. 정확해지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빨라집니다. 지문 독해시간이 점점 단축될 뿐더러,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었다면 문제는 정말 쉽거든요.
 
다만 "~개월 이렇게 하면 지문 n분컷 가능한가요?" 식의 질문은 의미가 없습니다. 쌓아온 독해력, 지문 수준, 지문 길이, 배경지식 등의 여러 요소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일제가 한국의 식민지화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운 이론들에 대해 반박하는 지문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이 지문의 내용에 제가 너무나 공감해서 글이 너무 잘 읽혔어요. 제 기억상 문제 푸는 것까지 포함해 2분 남짓 걸렸던 것 같아요. 적당히 읽으면 이해할만한 지문은 3~5분정도 걸리고요. 근데 킬러+장문에다 배경지식까지 없는 지문은 제대로 읽고 푸는데 저라도 10분 넘게 걸릴 수 있는 거죠.
 


세부적인 독해 팁을 조금 더 드리자면

 


1. 인문, 철학 지문은 같은 내용을 말만 바꿔서 반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문단 내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문단끼리도 그런 경우가 많아요. 그런 거 속으로 짚어주면서 지문과 대화하며 읽으면 글을 유기적으로 읽을 수 있을 거예요.
 
2. 비례관계가 나오면 별생각 없이 표시 해뒀다가 문제에서 물어보면 찾아서 일대일 대응하는 습관 지양합시다. 그 전에 배경지식과 지문내용을 동원해서 그 비례관계를 본인이 느끼기에 당연하다고 여길 수 있는지를 보세요. 간단한 예로 온도, 부피, 압력의 관계를 들겠습니다. 지문에 "온도가 고정일 때, 부피가 줄면 압력은 커진다." 라는 문장이 있으면, 단순히 부피 아래화살표 압력 위화살표 표시하고 넘어갈게 아니라 부피와 압력의 개념을 생각하며 정육면체 하나를 떠올려 보세요. 그거 부피 줄여보면 당연히 압력이 커진다는 느낌 빡 들죠? 될 수 있으면 그런 느낌을 꼭 받고 가세요. 지문에 응용 개념이 나올 때도 이해에 도움이 되고 문제의 선지에 나올 때도 지문 가서 일대일대응 할 필요 없이 읽고 이미지 떠올려 볼 때 당연하게 느껴지면 맞는 선지에요. 그러한 비례관계가 성립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 직관적인 느낌이 지문 이해도에 있어서 정말 큰 차이를 만듭니다. 배경지식과 지문내용을 가지고도 당연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경우 그때서야 차선책으로 비례관계 표시해두고 일대일대응 합시다.
(물론 여기서 꺼내는 배경지식은 확실한 것이어야겠죠. 긴가민가한 배경지식은 정말 급할 때 아니면 삼가는 게 낫습니다.)
 
3. 2번에서도 써먹었지만 이미지화 정말 중요합니다. 특히 정보량이 많은 과학, 기술지문의 경우 특히나 더 중요해요. 저 같은 경우 과학, 기술지문을 읽기에 앞서 지문과 딸려있는 문제에 '그림'이 있나 없나를 먼저 봅니다. 그것이 지문 전체를 관통하는 그림이거나, 지문 내의 어떤 내용을 표현한 그림일 경우가 많아요. 이미지는 많은 정보량을 직관적으로 담아내는데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14수능 A형 CD드라이브 지문도 정보량이 엄청나지만 지문의 내용들을 그림에 대입해서 읽으면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림이 없는 경우 필요에 따라 지문의 내용을 토대로 이미지를 떠올려 봅시다. 다만 단순히 떠올리는 것만으로 따라가기 힘든 지문은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게 좋아요. 15B 슈퍼문 지문은 지구과학 배경지식이라도 있지 않는 한 직접 그림을 그려봐야 하는 지문이었어요.
 


이제 제가 재수할 때 공부했던 것들을 순서대로 정리해 볼게요.

(현재는 문법과 화작이 선택형이라 취사선택해서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1. 1월쯤에 대성마이맥 전형태 강사의 '문법 올인원'이라는 강의로 문법을 정리했어요. 수강 후 '기출의고백 문법편'을 사서 풀고 분석하고 피드백했습니다.
이후 문법 올인원 교재의 목차를 4개의 파트로 나눠 매일 한 파트씩 수능 전날까지 복습했어요. 파트 당 복습 시간은 5분미만으로 전혀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문법 정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아요. 평가원 시험에 나오는 문법 문제는 보기만 잘 이해해도 다 풀 수 있게끔 출제가 되어왔는데, 2017학년도 6월 평가원 모의고사 문법 문제 중에 '비통사적 합성어'의 개념을 모르면 아예 풀 수가 없는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이미 선례가 있으니 이제는 평가원에서 암기식 문법지식을 물어보는 문제를 출제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2. 2월에 대성마이맥 박광일 강사의 '훈련도감'이라는 강의로 문학을 한바퀴 돌렸어요. 저는 고3까지 공부하면서 독해력은 키우지 못했지만 문학 지식은 충분히 쌓아왔어서 그런지 별로 도움은 안됐네요. 문학 지식을 쌓고 정리하고 싶으신 분들에겐 좋은 강의 같아요. (현재는 못 듣는 강의네요;) 이 강의와 병행해서 마르고닳도록 소책자 '이겨놓고 싸우는법'에 있는 고전시가를 정리하고 책에 있는 사자성어의 뜻을 모두 외웠습니다.
 
3. 3월에 대성마이맥 김동욱 강사의 '이것이 비문학이다'라는 강의로 비문학 공부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현재는 메가스터디에서 강의하신다고 합니다. 강의 이름이 바뀌었다고 들은 거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4. 3월 말부터 기출을 들어갈까 했다가 아직 지문 읽는 속도가 형편없어서 EBS 수능특강 비문학편을 샀어요. 매일 비문학 2지문씩 바닥끝까지 이해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5. 수능특강 비문학편이 끝나고 매일 마닳 한 세트씩 풀고 분석했습니다. 80분이라는 시간을 의식하긴 하되, 시간에 쫓겨 지문을 대충 읽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90분이 걸리든 100분이 걸리든 120분이 걸리든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어요.(다만 '이겨놓고 싸우는법'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 책에서는 문제를 풀 때마다 문항번호 옆에 이 문제를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에 따라 O X 세모로 표시하라고 하는데, 저는 이것이 집중력을 해친다고 판단했거든요. 대신 좀 더 간단한 표기를 사용했는데 뒤에서 언급하겠습니다.)
 
6. 이후는 기출 반복 + 간간히 김봉소, 상상 등의 평 좋은 실모 풀기 정도네요. 사실 후반부에 많이 나태해져서 수능 전까지 마닳 1, 2, 3권 각각 2회독 정도만 했는데 경험상 이정도면 양적으로 충분한 것 같아요.
EBS 문학 연계는 마르고닳도록 사이트에 있는 플러스알파닷으로 대체했습니다.
 


기출분석 하실 때 중점으로 두어야 할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비문학 - 분석을 논하기 이전에 처음 읽을 때부터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들은 체크해놓고(저는 형광펜 칠했어요) 마저 고민해 보세요. 필요하다면 해설지를 참고할 수도 있고, 선생님께 여쭤볼 수도 있고, 강사 QnA 게시판이나 오르비 등의 수험생 사이트에 질문할 수도 있겠네요.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었다면 사실 비문학에서 따로 분석할 건 대개 없습니다. 선지에서 고민할 일이 거의 없거든요.
지문 독해와 별개로 문제 자체 난이도가 높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요. 지문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문제 자체 난이도가 높아 풀지 못한 경우라면 해설지 웬만하면 보지 말고 고민해 보세요. 의외로 지문 독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요. CT지문에 딸린 역대 최고난도라 불리는 역투사 문제도 결국은 지문 독해의 문제였어요.
그런데도 굳이 꼽자면 16수능 B형 부력 지문에 딸린 응용문제를 들 수 있는데, 지문을 제대로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발문에 주어진 조건을 놓치면 풀 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결책이라고 하면 뭐... 발문도 꼼꼼히 보시라는 것 정도겠네요.


문학 - 작품 분석보다 선지 분석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해설지에 적힌 근거에 본인의 생각을 끼워 맞추려 하지 마세요. 본인이 찾은 근거에 기반을 두어 왜 이 선지가 맞는지 혹은 틀린지를 스스로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해석에 대해 본인이 납득이 되어야 하고요.
기출분석에서 포커스를 두어야 할 부분은 ‘평가원 기출에 나오는 문학 선지들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 그에 대한 정오판별 기준을 세우는 것’입니다. 예시를 몇 개 들겠습니다. ‘색채어’와 ‘색채 이미지’의 차이를 아시나요? ‘색채어’는 어휘 그 자체가 색을 포함하고 있는 말입니다. 백옥, 붉은 태양 등과 같이요. ‘색채 이미지’는 색채어를 포괄하는 좀 더 넓은 개념입니다. 물론 색채어는 당연히 색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므로 색채 이미지에 해당됩니다. ‘석양’이란 어휘는 붉다는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색을 포함하지는 않죠? 그러니 ‘석양’은 색채 이미지를 갖지만 색채어는 아닙니다.
소설에서의 ‘긴장감’과 시에서의 ‘시적 긴장감’의 차이를 아시나요? 전자와 후자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전자는 여러분들이 보통 생각하는 그 긴장감 맞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시적 긴장감’은 시에서 독특한 표현 따위가 나와서 재미를 느끼게 하는 그런 의미의 긴장감입니다.
그럼 ‘이 시는 시적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와 같은 선지가 있을 때, 이걸 전자의 ‘긴장감’과 똑같이 생각해 버리면 시의 분위기에 따라 이걸 틀렸다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는데, 시적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는 선지는 틀릴 수가 없는 선지에요. 이걸 틀렸다고 해버리면 문학 작품더러 재미가 없다는 소리가 되는데 그렇게 출제할 리가 없죠.
또 문학선지에서 ‘다양한’이란 말은 역대 평가원 기출 선지들을 비교해보면 보통 ‘3개 이상’이면 성립합니다. 시험장에서 선지 안의 ‘다양한’이란 말을 보고 개수를 세는데 어... 이정도면 다양하다고 봐야하나? 애매한데?? 이런 식으로 이상한 데서 시간을 끌 수가 있어요. 평가원에서 3개 이상이면 ‘다양하다’고 쳐준다. 이게 머리에 박혀 있으면 고민하지 않겠죠.
(더 좋은 예시가 많이 있을 텐데 제가 입시판을 뜬지 1년이 넘어서 생각이 안 나네요..)
평가원 문학선지에 나오는 용어들은 반드시 재활용됩니다. 기출반복이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에요. 역대 평가원 기출을 분석하면서 조금이라도 애매한 느낌이 드는 용어는 형광펜 등으로 표시해두고 자기 것으로 만드시길 바라요. 설의법을 예로 들면 ‘설의법이 뭔지, 이정도면 설의법으로 쳐준다싶은 기준이 뭔지’ 기출분석을 통해 제대로 파악해 두시라는 이야기에요. 기출 반복을 하면서 문학선지의 대부분의 용어에 대해 이 작업을 마치면 문학에서 더 이상 시간을 크게 끌지 않게 됩니다. 많이들 문학에서 시간을 세이브하려고 지문을 대충 훑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시험장에서 시간이 부족하겠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 한합니다. 평소에 충분히 공부를 해두셔서 문학지문에서가 아니라 선지를 고민할 시간을 세이브 하시는 게 정확도 면에서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또 문학은 그 특성상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기에 논란 없이 문제화하려면 답은 명확하게 출제할 수밖에 없어요.
틀린 것을 고르시오. -> 다른 4개의 선지는 확실히 맞는 선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그렇게도 볼 수 있겠다 정도의 개연성은 있는 선지일 수도 있음. 그러나 정답인 선지는 내용일치 측면에서 틀린 내용 혹은 작품과 정반대의 해석을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혹은 헛소리거나.
가장 적절한 것을 고르시오. -> 틀린 선지 4개는 내용일치 측면에서 틀린 내용 혹은 작품과 정반대의 해석을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혹은 헛소리거나. 정답인 선지는 확실히 맞는 선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그렇게 볼 수 있겠다 정도의 개연성은 있는 선지일 수도 있음.
어느 쪽이 됐든 답은 명확하게 떨어집니다. 이게 평가원에서 문학을 문제화하는 방식이에요. 저는 사설이나 교육청 모의고사를 풀 때 이걸 기준으로 문제를 거를지 말지를 결정했습니다. EBS 봉투모의고사 등등 기타 사설 모의고사 풀어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둘 다 맞는 선지지만 한쪽이 더 적절하기 때문에 이게 답이다.’ 같은 황당한 문제들 많습니다. 꼭 거르시길 바랍니다. 학교 내신에서도 저런 더러운 문제들 더러 있었을 겁니다. 봉소/상상은 이런 문제가 거의 없어서 퀄리티가 좋다는 평을 듣는 거고요.


화작 - 크게 유의미한 조언은 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기출 분석보다는 실전에서의 태도를 좀 이야기하자면 만만하게 보지 마시라는 것 정도네요. 요즘 화작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서 시간을 세이브 하겠다며 본인 독해속도를 넘어서 대충 스캔하며 읽는 태도는 정말 위험해요. 잘 풀리면 다행인데 잘 안 풀리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답은 답대로 애매해서 결국 마지막에 돌아와서 다시 읽게 될 겁니다. 이럴 바에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푸셔서 나중에 다시 볼 일 없도록 하시는 게 시간 면에서나 정확도 면에서나 더 나아 보여요.


문법 - 문법 인강에서 배우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기존 지식의 재확인과 검증에 초점을 둡시다. 저는 17수능에서 13번 문법을 하나 틀렸었는데 이 역시 배운 것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수능장이라 시야가 좁았나 봅니다. 이런 것까지 포함해서 실력이기 때문에 평소에 문법공부를 잘 해놓으셨더라도 방심하지 마시고 주어진 보기를 잘 읽어주세요.
(문법공부 잘 해놓으면 나중에 국어과외 하실 때 좋아요!!)



이번에는 정확도를 높이고 실수를 줄이는 개인적인 팁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문제 푸는 방식과 마킹을 포함한 시간관리 팁에 대해서인데요


먼저 문제 푸는 방식은 사람마다 제각각인데, 표시를 하는 사람이 있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있죠. 이건 사실 사람 by 사람이라 누가 왈가왈부 할 부분은 아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표시를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별건 아니고 위와 같이 선지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감으로 넘어가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틀렸는지 사선으로 긋는 거예요. 사선은 ‘틀렸다고 확신하는 부분에만’ 긋습니다. 절대 애매한 감으로 긋지 않아요. 물론 맞는 선지에 O 표시 하는 것도 ‘맞다고 확신하는 부분에만’ 합니다. 이 습관을 들이면 애매한 감으로 답을 쓰고 넘어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를 최소화 할 수 있어요. 특히 이렇게 푼 문제들 중 애매한 선지가 없었던 문제에 대해서는 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추후 검토가 필요치 않습니다.O, X 표시는 발문이 옳은 것을 물어봤든 틀린 것을 물어봤든 간에 그 선지가 옳으냐 그르냐만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렇게 해두면 헷갈리지 않더라고요. 물론 평소에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실전에서도 이렇게 합니다. 실전에서는 평소 습관 그대로 나오거든요.


시간관리 팁인데요, 앞에서 언급한 문제 푸는 방식에서 이어집니다. 사선은 틀렸다고 확신하는 부분에만 긋는다고 했는데 모든 문제를 그렇게 풀 수 있을까요? 쉬운 시험이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요즘 같은 불수능 추세에서 그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맞는 것 같은데 애매하거나 틀린 거 같긴 한데 애매하거나 뭐가 뭔지 아리송한 선지 나올 겁니다.





그런 선지가 있으면 이렇게 세모표시나 ?표시 해두시고 5번선지 까지 보신 다음에 해당 문항번호에 체크표시하고 해당 페이지 위쪽 빈 공간에 크게 번호 적어놓고 재빨리 넘어갑시다.
( 번호를 적는 이유는 나중에 빨리 찾기 위해섭니다. 위 문제는 쉬운 문제지만 편의를 위해 5번선지가 애매하다고 가정하고 가져왔습니다. )





이것 외에도 문제를 척 보니까 이거 시간 오래 걸릴 것 같다 싶거나 감도 안 잡히는 문제, 혹은 내 능력 밖이다 싶은 문제는 즉각 별표 쳐놓고 넘어갑시다. 이렇게 애매하거나 모르겠는 문제는 표시해두고 쭉쭉 넘어가서 45번까지 다 풀고 나면
표시가 없는 문제, 체크표시 한 문제, 별표 친 문제 이 세 종류가 남습니다. 이제 표시가 없는 문제를 먼저 마킹합니다. 왜냐면 이 문제들은 확신을 가지고 푼 문제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거든요. 자기 딴엔 확신을 가지고 풀고 마킹했는데도 표시가 없는 문제에서 틀렸다면 그건 실력입니다. 겸허히 받아들입시다. (혹시라도 답을 잘못 마킹해서 틀리지는 않기를..)
이렇게 45번까지 마킹을 했다면 시간이 상당히 많이 남았을 겁니다. 고민할 시간을 전부 세이브 했기 때문이죠. 이제 남은 시간을 고려해서 전략을 잘 짜야합니다. 보통 체크표시 한 문제들은 선지 두 개정도가 헷갈리거나, 맞을 거라고는 생각하는데 혹시 몰라서 체크해 둔 문제들일 것이므로 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일단 우선순위는 손도 안댄 별표 친 문제들에 있겠죠. 여기서 내 능력 밖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보통 시간을 들이면 풀릴 겁니다. 이때 답에 확신을 가진 문제는 페이지 상단에 크게 적은 번호를 사선으로 그어서 지워주시고 해당 번호에 마킹해주세요. 그 다음에 시간 잘 안배해서 체크표시 된 문제들을 찾아가서 선지를 다시 고민합니다. 그렇게 해서 확신을 갖게 된 문제는 페이지 상단 번호를 사선으로 긋고 답을 마킹해주세요.
자 이렇게 되면 진짜 애매한 문제와 내 능력 밖으로 보이는 문제 정도만 남습니다. 남은 시간은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보통 촉박할거에요. 여기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선지 두 개정도 남겨놓은 진짜 애매한 문제를 끝까지 고민할지, 내 능력 밖으로 보이는 문제에 손을 댈지. 보통은 전자가 확률이 더 높긴 하지만 시험마다, 문제마다 다르므로 어느 쪽에 손을 댈지는 본인의 판단에 맡겨주세요. 물론 두 케이스 중 하나만 남을 수도 있고, 두 케이스 모두 해결해서 결국에는 모든 문제를 확신을 가지고 풀었다면 베스트겠죠.
이렇게 해서 종치기 직전에 남은 문제를 마킹하시면 됩니다.
저는 이런 매뉴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재수할 때 치른 모든 시험에서 시간 부족으로 마킹을 못했다든지, 실수로 틀렸다든지 하는 문제가 단 한문제도 없었습니다. 틀린 건 죄다 제 실력이었죠. ( 아 물론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저는 17수능 국어에서 짝수형을 치렀는데 그 악명 높은 답 순서 44454444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이유가 이렇게 자기만의 매뉴얼을 확고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시 실수가 잦거나 시간관리에 불안을 갖고 계신 분은 제 매뉴얼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과거에 쓴 글의 댓글이나 쪽지로 받았던 질문들에 대한 피드백을 정리하겠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이 부분도 꼼꼼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Q4는 실전에 대한 내용이니 꼭 읽어주세요.)



Q1 : 손가락걸기 하시나요?
※손가락걸기 : 마르고닳도록에 언급된 용어. 1번부터 5번까지의 선지가 있는데 5번 선지까지 다 볼 것도 없이 앞선 선지에서 답을 확신했을 경우, 틀리면 손가락을 자르겠다는 심정으로 답을 쓰고 넘어가라는 뜻. ex) 1번을 답이라고 확신하면 1번 답 쓰고 남은 2~5번선지는 보지 않음.
A1 : 여기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요. 일단 저는 합니다. 애초에 저는 O표시와 사선(and X표시)은 그 선지가 맞거나 틀리다는 확신이 없으면 세모치고 넘어가기 때문에 어차피 앞 번호에서 O를 표시하거나 사선을 그어서 답을 확정했다면 뒤에 있는 선지는 더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러나 거의 맞긴 하겠는데 그래도 좀 찝찝하다 싶을 때가 가끔 있죠. 그런 문제들은 그냥 5번까지 다 봤어요. 보통 문학에서 보기가 딸린 문제들이 찝찝할 때가 잦더라고요.


Q2 : EBS 연계교재 어떻게 공부하셨나요?
A2 : 문학은 수특, 수완 둘 다 사지도 않았고 그냥 막바지에 마닳 플러스알파닷에 나온 작품 및 작품해설 한두 번 읽는 것으로 끝냈어요. 개인적으로 EBS 문학 ‘문제’는 걸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둘 다 적절한데 한쪽이 더 적절하므로 이게 답이다 같은 뉘앙스의 황당한 문제가 EBS에는 더러 있었기 때문이에요. 3월쯤에 독해속도가 형편없기에 기출 풀기는 좀 그렇고 기왕 연계인거 수특 비문학편을 사서 하루 2지문씩 했었어요. 저는 그냥저냥 풀만 하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이 부분은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요. EBS는 독서파트도 쓰레기니 걸러라 하는 의견도 많더라고요. 물론 저는 18학년도와 19학년도 EBS 연계교재는 풀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하라고 말씀드리기가 좀 애매하네요.
음.. 그래도 문제는 안 풀어도 좋으니 독서편도 지문 한번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18수능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본 17수능에서 1~2번 화법 파트에 관동팔경이 나왔는데 이거 수특 비문학에 나왔던 거거든요. 3월에 본 지문인데도 그 때 바닥끝까지 읽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렴풋이 기억이 나더라고요. 독해에 유의미하게 영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심리적 안정감은 확실히 받았습니다. 한번은 봐두시는 게 좋겠어요.


(Q3는 모두 같은 맥락의 질문들입니다.)
Q3 : 최대한 이해하면서 읽으려니 부분적 이해는 되는데 전체 뼈대가 안 보입니다.
독해력이 느는지 잘 모르겠어요. 한 지문에 몇 십분 씩 부여잡고 있으니 늘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내용일치 문제 푸는데 앞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납니다.
     현장에서 시간 내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자신감이 없어요.
     지문 읽는데 중간에 흐름이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습니다.
A3 : 공통적으로 아직 ‘속도’가 안 붙어서 그렇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속도’는 단순히 읽는 속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속도와 이해 속도가 맞춰져서 글의 흐름대로 쭉쭉 읽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5분이나 10분 내로 읽도록 만든 지문을 몇 십분 이상씩이나 부여잡고 있다 보면 독해를 마치고 나서 앞 내용을 까먹을 수도 있고 늘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죠. 그러나 이 ‘속도’는 결국 독해력에서 옵니다. 평소에 문장 하나하나 제대로 이해하려고 애를 쓰면서 생각을 깊게 만듭시다. 타고나지 않은 이상, 질과 양이 충분히 쌓여야만 빠른 정독이 가능합니다. 이 양을 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지금껏 쌓아온 독해력과 이후의 노력에 따라 당연히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요. 길게 보자면 다들 수능까진 시간적으로 무리가 없다는 정도겠네요. 물론 눈에 보이는 속도에 치중한 나머지 독해를 게을리 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문장 하나하나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전체 뼈대가 보이지 않는 경우는 글을 읽을 때 목적의식이 부족하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가 무슨 글을 읽고 있는지는 파악하면서 읽으셔야 하는데 문장 하나하나의 의미에만 집착한 나머지 이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앞에서 언급한 나무 예시를 다시 들어볼게요. "어떻게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높이 110m의 나무 꼭대기에까지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라고 첫 문단이 끝나는데 이런 게 일종의 단서에요. 그거 보면서 '그러게.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궁금한데? 아 그럼 이 글은 나무가 물을 어떻게 끌어 올리는지에 대해 얘기하겠네!' 이정도 생각을 해주면 이 글을 읽을 때 목적의식이 생기죠. 이렇게 지문과 대화하면서 내가 무슨 글을 읽고 있는지를 환기해주며 읽는 것이 글의 뼈대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 독해력은 단기간에 늘지 않기 때문에 당장 눈에 띄게 늘지 않더라도 꾸준히 노력해 주시는 게 중요합니다.


Q4 : 시험에서도 평소 공부할 때처럼 한 문장 막힌다고 파고들어야 하나요?
A4 : 그렇지는 않습니다. 평소에 문장 하나하나 이해 못한 부분이 없도록 파고드는 이유는 생각을 깊게 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요즘 같은 고난도 장문 추세에 실전에서 그렇게까지 하는 건 현실성이 없죠. 실전에서 부수적인 문장에 집착해 글의 흐름이 끊기게 되면 오히려 그게 더 곤란합니다. 중요한 부분이라 추가로 덧붙일게요. 질과 양이 충분히 쌓여서 여러분의 독해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평소에도 실전과 마찬가지로 부수적인 문장 이해에 집착하는 것보다는 글의 흐름을 놓치지 않는 것을 더 중요시 해주세요. 어차피 실전에선 평소 습관 그대로 나오거든요. 목적의식을 가진 채로 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쭉쭉 읽어나가는 것이 빠른 정독을 가능케 합니다. 다만, 막힌 문장이 지문의 핵심이 되는 내용이라면 파고드셔야 합니다. 당연히 실전에서도 그렇게 해주세요. 핵심문장을 넘어가게 되면 어차피 뒤에서 막힐 수밖에 없어요. 정 이해가 안 되신다면 킵 해놓고 지문을 더 읽어나가면서 뒷내용에서 힌트를 얻어서라도 이해하셔야 합니다.
저 또한 수능장에서 비문학 지문의 모든 문장을 이해하지는 못 했습니다. 요즘 같은 고난도 장문 추세에서 출제자가 아닌 이상 제한된 시간 내에 거기까지 가능한 사람은 거의 없겠죠. 다만 평소에 문장 하나 놓치지 않고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생각이 깊어졌고 따라서 문제를 풀 정도 이상은 읽어냈습니다.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고 문제 풀어 보면 아시겠지만 실제로 문제가 그 정도까지 요구하지는 않거든요.


Q5 : 문제 푸실 때 지문 왔다 갔다 하시나요?
A5 : 보통은 그냥 쭉 풀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지문 왔다 갔다 합니다. 특히 장문 지문은 호흡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그렇게 할 때가 꽤 있죠. 그러나 이건 눈으로 스캔해서 일대일대응 하는 것과는 구분을 해 두셔야 합니다. 지문을 글의 흐름에 따라 제대로 쭉쭉 읽어냈다면 다소 지엽적인 내용이 선지에 나오더라도 대강 어떤 맥락에서 언급했는지는 큰 지체 없이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생각을 도외시한 채로 지문을 대충 스캔해서 찾고 문제의 선지와 일대일대응을 한다는 건 지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증거에요. 


Q6 :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었다는 기준이 뭔가요?
A6 : 지문 내의 거의 모든 문장을 이해했으며, 목적의식(내가 뭘 읽고 있는지는 알아야 함.)을 가진 채로 글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쭉쭉 읽어냈고 문제를 쉽게 풀었다면 바닥끝까지 읽었다고 판단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선지 중에 지엽적인 내용이 있으면 지문 왔다 갔다 할 수야 있겠지만 이게 생각 없이 지문을 다시 스캔하다 보니 우연히 찾아서 일대일대응을 한 케이스라면 바닥끝까지 읽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엽적인 선지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그 지엽적인 내용이 나왔던 맥락이 어디쯤이었는지 정도는 별 지체 없이 아실 수 있어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현 고난도 장문 추세에 실전에서 모든 비문학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는건 출제자가 아닌 이상에야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여러번 이야기하지만 공부할 때 지문을 바닥끝까지 읽으려고 애쓰는 이유는 지문독해에 생각을 개입시킴으로써 생각을 깊게 하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활자만 읽고 내용은 안 들어오는 현상을 줄이기 위함입니다. 


Q7 : 혹시 문제 푸는 순서가 어떻게 되시나요?
A7 : 이건 그냥 순서대로 푸는 분도 있고, 문법을 마지막에 푸는 분도 있고, 아니면 예전 순서처럼 화작문-비문학-문학 순으로 푸는 분도 있고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 본인만의 확고한 매뉴얼이 있으시면 그대로 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일단 저는 화작문-비문학-문학 순으로 풉니다.
비문학을 문학보다 먼저 푸는 이유는 시간이 촉박할 때 비문학은 지문 스캔만으로는 풀기가 힘들지만 문학은 비교적 스캔으로 푸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에요. 물론 비문학이나 문학이나 다 읽고 푸는 게 전제이지만 항상 최악의 경우에는 대비해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의 문제도 있습니다. 비문학은 문학에 비해 지문 독해에서 요구되는 생각의 깊이가 훨씬 큽니다. 비문학을 마지막에 풀게 되면 남은 시간이 충분하면 괜찮은데 만약  시간이 촉박할 경우 사람 심리상 다급해져서 독해에 집중하기가 어렵거든요. 이 때 패닉이 오면 활자만 읽고 내용은 이해가 안 되다가 결국 시간만 버릴 수가 있어요. 문학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읽어도 웬만큼은 문제 풀 수 있고 급할 경우 스캔해서라도 풀어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해도 풀만 하더라고요. 다만 스캔이 전제가 되어선 안 됩니다. 다 읽는 게 전제인데, 그렇게 해서는 시간 내로 다 못 풀겠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 한해서 스캔을 해주세요.


Q8 : 국어 공부는 보통 언제, 어느 주기로 하셨나요?
A8 : 저는 아침에 했습니다. 아무래도 국어를 아침에 보기 때문에 아침에 하는 게 베스트겠죠. 아, 그리고 뜬금없긴 하지만 기상과 취침시간을 정해놓는 게 좋습니다. 저는 재수할 때 아침 6시 30분에 기상하고 밤 11시 30분에 취침했습니다.(원래는 11시에 자려고 했는데 웹툰 정도는 보고 자야 하루를 버티겠더라고요..ㅎㅎ) 일요일은 오후 6시까지만 공부하고 집에서 쉬었어요. 새벽까지 공부하는 분들 많으실 텐데,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4당5락은 이제 옛말이고 수능은 사고력 시험이므로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아침에 맑은 정신으로 국어 공부 하시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또 제 경험상 독해력은 한 번에 몰아서 많이 한다고 크게 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너무 욕심 부리지 마시고 일정한 양을 매일 꾸준히 하시는 게 제일 중요해요. 괜히 무리해서 지쳤다가 중간에 1주일씩 쉬고 그러면 제자리걸음이니 그저 꾸준히만 해주세요.


Q9 : 지문에 밑줄이나 동그라미 네모 이런 표시 하시나요?
A9 : 이건 사람마다 다를 건데, 저는 거의 안합니다. 대개는 머릿속에서 해결이 되거든요. 굳이 표시를 한다면 뒷내용을 알려주는 이정표 문장에 밑줄을 긋습니다.
수분 포텐셜 지문의 "어떻게 뿌리에서 흡수된 물이 높이 110m의 나무 꼭대기에까지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같은 문장이나, CD 드라이브 지문의 “CD의 고속 회전 등으로 진동이 생기면 광선의 위치가 트랙을 벗어나거나 초점이 맞지 않아 데이터를 잘못 읽을 수 있다.” 같은 문장이 그러합니다. 이런 문장들은 뒤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예측할 수 있게 해주죠?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게 뭔지는 알게끔 목적의식을 환기해주니 이런 문장들에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외에는 뭐 나중에 까먹겠다 싶은 부분이나 즉석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비례관계 정도에 밑줄을 그어 뒀습니다.
아, 이거 꼭 당부 드리고 싶은데. 지문에 밑줄, 동그라미, 네모 등의 독해도구를 쓰시는 분들은 부디 한번은 본인의 독해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도구를 도구로써 사용해서 그게 독해에 도움이 되면 괜찮은데, 오히려 본인의 독해가 도구에 끌려가는 케이스가 정!!말로!! 많습니다. 저도 고3까지 그랬었는데 작년에 국어 과외 해보니까 확실히 체감되더라고요. 고1 애를 맡았었는데 처음에 걔 모의고사 시험지를 보니까 지문의 모든 문장에 난장판으로 밑줄이 쳐져 있더라고요. 왜 그렇게 했을까 생각해 보니 저도 고등학생 때 실전에서 잘 안 읽히니까 억지로라도 독해를 이어가기 위해 생각 없이 무작정 밑줄치고 동그라미 그리고 했던 경험들이 떠오르더랍니다. 굉장히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당장은 그게 편할지 몰라도 실력 향상에는 하등 도움이 안 됩니다. 도구를 도구로써 잘 쓰시는 분들은 잘 하고 계신 것이니 그대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독해가 도구에 끌려가시는 분들은 차라리 도구를 버리고 생각을 깊게 하려고 애를 써 주세요.


Q10 : 시험 보기 직전에 뭐 하셨나요?
A10 : 저는 시험 전날 과거에 이미 읽어본 경험이 있는 평가원 기출 지문 중에 생각을 요하는 지문들을 4~5개정도 프린트 해둡니다. 제 기억 상 수능장에는 신채호, 반데르발스, 소리굽쇠, 슈퍼문 지문을 들고 갔던 것 같네요. 이때 주의할 점은 ‘이미 읽어본 경험이 있는’ 지문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처음 보는 지문을 들고 갔다가 안 읽히면 패닉이 올 수도 있거든요. 출처는 어디든 상관없으나 저는 마르고닳도록 사이트에 올라오는 비문학요약과제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시험 보기 전에 그 지문들을 ‘바닥끝까지’ 읽어서 감을 끌어 올린 후에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저는 지문만 필요해서 요약과제를 뽑은 거지 비문학 요약을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슈퍼문과 소리굽쇠 같은 지문은 역시 필요에 따라 그림도 그렸어요.) 


Q11 : 이미지화는 모든 문장에 대해 하는 건가요?
A11 : 아닙니다.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 해주세요. 모든 문장에 대해 이미지화를 하는 건 지나치게 비효율적이고 별 의미도 없습니다. 이미지화를 통한 직관적인 이해가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 경우에 하시면 됩니다.


Q12 : 문학에서 시간을 줄이고 싶은데 문학 지문 빨리 읽는 방법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A12 : 문학에서 시간을 줄이겠다는 판단은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문학은 지문독해가 아니라 선지에서 고민하는 시간을 세이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문학 기출분석을 하는 까닭은 재활용되는 선지들에 대한 정오판별의 기준을 잡기 위함입니다. 이걸 충실히 하셨다면 문학 선지에서 고민할 시간이 대폭 줄어서 굳이 지문을 허겁지겁 읽지 않더라도 문학에서 시간을 세이브하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스캔’은 어디까지나 다 읽어서는 시간 내로 못 풀겠다는 판단이 들 경우에 대비한 전략일 뿐이지 평소에도 그렇게 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원래는 다 읽는 게 전제에요.


Q13 : 평소에 그렇게 읽지 않아서 막상 하려니 어렵네요. 독해습관은 어떻게 들이죠?
A13 : 습관은 의식적인 노력이 쌓여서 만들어집니다. 양이 충분히 쌓이면 습관이 되므로 꾸준히 노력해 주세요.


Q14 : 기출 2회독 하실 때 어떻게 하셨어요?
A14 : 풀고 채점하고 선지 분석하는 건 똑같아요. 그저 글에서 언급했듯 지문 읽을 때 처음부터 제대로 읽었고 80분 초과할 것 같아도 내 호흡에 맞춰 읽었으며 선지분석은 어지간하면 해설 안보는 방향으로 왜 이 선지가 맞거나 틀렸는지를 스스로의 사고과정으로 납득이 되게 했네요.

2회독부터 ‘지문을 처음부터 제대로 읽는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셔야 하는 게 기출반복하면 답이 외워져서 기억에 의존해서 푸는 것 같다고들 하잖아요? 근데 지문을 바닥까지 읽고 이해하면 문제 선지들이 왜 옳고 그른지, 그르다면 어느 부분이 그른지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기억에 의존해서 답을 고르는 게 아닌 내가 지금 읽어내서 확신을 갖고 답을 고른다는 느낌으로 풀게 됩니다. 비문학에서 기출 회독이 의미가 있으려면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해요.


Q15 : 비문학 처음엔 시간 재고 풀고, 분석할 때 처음부터 제대로 읽는 건 어떤가요?
A15 : 이 부분은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겁니다. 왜 의견이 갈리는 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렇습니다. 시간 재고 풀어도 웬만큼 잘 읽어낼 수 있는 독해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렇게 해도 당연히 좋은 공부가 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케이스가 사실 대다수죠. 특히 요새 비문학 지문들은 난해한데다 장문이라 호흡이 엄청 길어서 적당한 길이의 지문조차 버거웠던 사람들이 이것들을 시간을 정해놓고 풀게 되면 이해가 안 되더라도 시간에 쫓겨 어떻게든 꾸역꾸역 읽기에 바쁘다 보니 결국엔 시간만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시간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처음부터 제대로 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시간 재고 지문 대충 읽고 분석할 때만 정독해 봤자 별 의미 없다고 봐요. 시험장에서 대충 읽고 종치고 사후 분석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충분한 질과 양이 쌓여서 독해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슬슬 시간도 어느 정도는 염두에 두시고(물론 초과해도 괜찮습니다.) 부수적인 문장 하나가 막힌다고 글의 흐름을 놓치기보다는 글의 흐름대로 쭉쭉 읽어나가는 연습을 해주세요. 이 경우, 분석할 때는 놓쳤던 부수적인 문장을 되도록 스스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Q16 : 리트 지문 보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A16 :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수능에 리트까지 필요한지는 모르겠네요. 모 강사분이 수능수준에 맞는 지문만 선별해서 자료를 올리신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그런 거라면 한번쯤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리트를 보시겠다면 적은 양이라도 제대로 보시길 바랍니다. 리트를 보는 이유는 낯선 고난도 지문을 읽으며 생각을 깊게 하기 위함인데, 이해 안 되도 대충 양치기 해야지 하는 정도의 생각으로 보시겠다면 제 생각엔 그 시간에 기출을 더 푸는 게 득일 것 같네요. 낯선 지문은 교육청이나 봉소, 상상 등의 퀄리티 좋은 사설 모의고사 정도로 충분해 보입니다.


Q17 : 혹시 속발음 하시나요?
A17 : 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습니다. 내용이 술술 읽혀서 읽는 족족 머릿속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속발음 없이 읽을 때도 있는 거고 내용이 어려워서 생각을 깊이 해야 할 때나 집중이 덜 될 때는 속발음 할 수도 있는거고 한 지문 읽으면서도 할 때 있고 안 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가끔 보면 속발음 안 좋으니 고치라는 글들이 보이던데, 속발음 하고 안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편한 게 중요합니다. 속발음 관련해서 쪽지 주신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은 속발음이 안 좋다는 글을 보고 그거 고치려고 장기간 의식하다가 오히려 집중이 안 되서 독해력이 떨어지셨답니다. 속발음 안하는 게 편하신 분들은 그대로 안 하시면 되고, 속발음 하는 게 편하신 분들도 그대로 하시면 됩니다. 굳이 의식할 일은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모를 논란에 대비해 몇 마디만 더 하고 글을 마칠게요.



고3 때 유대종 강사의 책을 보고 독해력을 키우지 못했고 재수할 때 김동욱 강사의 강의를 듣고 독해력을 키웠으니 유대종보다는 김동욱이 낫더라 식의 강사 홍보글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 제 생각을 미리 밝힙니다. 숱한 경쟁을 뚫고 대형 인강 사이트에서 이름을 날리는 강사들은 역량과 강의력 모두 출중한 분들입니다. 글에서 제가 '독해도구, 스킬 등을 모조리 버리고 독해력을 쌓는 데만 집중했다'고 했지만 이건 제 이야기지 모든 수험생들을 대변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독해도구와 스킬을 강조하시는 강사도 계시고 적당히 섞어 쓰시는 강사도 계시고 아예 배제하시는 강사도 계십니다. 어느 분을 들으셔도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테니 이 글만 읽고 잘만 따라가고 있던 강사에게 회의감을 가지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다만 제 생각은 그런 독해도구와 스킬을 배우기에 앞서 먼저 충분한 독해력이 전제가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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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큰 시험을 준비 중에 있어 질문 주셔도 답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본문에 최대한 많은 내용을 담고자 노력했으니 웬만한 질문에 대한 답은 본문에서 해결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험생분들 모두 건승하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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