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과학1 '고지자기와 대륙이동'에 대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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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구과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지구과학 개념서를 만드는 일을 하는 친한 후배와 만나 지구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고지자기에 대한 고찰을 하게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찰 끝에, 지구과학1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씩 골치를 앓았을 지괴의 회전 문제를 포함해 고지자기 단원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메타인지’, 즉, 전체를 보는 눈이 있어야죠? 수능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교과의 내용만, 문제의 단편만을 볼 것이 아니라 어째서 이런 문제가 나왔고 궁극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지식과 능력, 태도를 요구하는지를 생각해봐야합니다.
일단 해당 문제가 나오는 단원은
지구과학을 3개의 대단원으로 나누었을 때, 첫 번째 대단원인 고체지구의 첫 번째 중단원인 지권의 변동 중, 두 번째 소단원인 대륙분포의 변화입니다.
해당 단원의 성취기준은
⓵ 고지자기 자료(복각)등을 활용하여 지질 시대 동안의 대륙 분포 변화를 살펴보고,
② 현재의 판 이동 속도를 기준으로 미래의 대륙과 해양의 분포를 그려보도록 한다’입니다.
②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지만... 오늘은 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성취기준덕에 우리 학생들이 ‘복각’의 개념을 학습하고, 고지자기 복각을 통해 인도 대륙의 이동 과정을 유추하는 탐구활동을 하게 되었지요.
주목할만한 점은, 성취기준에 아예 (복각) 이라고 써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 떄문에 편각은 간단하게 개념만 알아도 무방하다며 많은 분들이 과거 지2에서 다루었던
지괴의 회전 문제가 나오겠느냐라고 생각을 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결국은 출제 되었죠?
왜냐하면, 지괴의 회전 문제는 편각에서 출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 도대체 지괴의 회전 유형의 문제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묻고 있는것인가?
대륙분포의 변화라는 소단원뿐만 아니라, 지권의 변동이라는 중단원 전체의 성취기준에서 여러분들께 요구하는 바는 ‘지구의 표층이 끊임없이 변화해왔음을 이해하고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고지자기 자료(복각)등을 활용하여 지질 시대 동안의 대륙 분포 변화를 살펴본다’ 라는 세부 성취기준을 만나 탄생한 문제가 지괴의 회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괴의 회전 문제가 어떤 맥락에서 나오는 것인지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들을 통해 저의 생각을 밝혀보겠습니다.

[그림1]
[그림1], 많이 보셨을겁니다.
자북극의 이동경로를 통해 대륙의 이동을 알아냈음을 알려주는 그림이죠.
많은 책에서 이를 ’자북극의 이동경로‘ 라고 서술하는데 사실 제대로된 이름은
’자북극의 겉보기 이동 경로‘입니다. (출처:지구과학개론)
그런데 K사 교과서와, C사 교과서를 제외하고는 다른 교과서들마저 ’겉보기‘ 라는 말의 의미를 설명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겉보기‘를 안넣는 것이 대수냐?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네 대수입니다.
지괴의 회전 문제가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 것이거든요.
이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림2]
[그림2] 와 같이 어떤 지괴가 있고, 자북극이 있습니다. 이 지괴는 지층이 발달해있습니다.
밑에서부터 각각 2억년 전, 1억년 전에 형성된 지층이고 가장 위에는 현재 형성되고 있는 지층이라고 하겠습니다. 퇴적암에서도 고지자기가 형성될 수 있는 것 알고 계시죠?
고지자기는 자북극을 향하는 방향 (엄밀히 말하자면 자북방향으로 배열되는 것입니다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무시하겠습니다) 즉, 자기장의 방향대로 배열되므로.
만약 이 지괴가 2억년전부터 현재까지 움직이지도 않았고, 자북극도 움직이지 않았다면
아래 [그림3]과 같이 지층을 파고 들어가 과거 암석의 고지자기를 관찰하여도 현재와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그림3]
그런데, 대륙이 이동한다는 사실이 아직 완전히 받아들여지기 전, 지질학자들이 고지자기를 연구한 결과, [그림4]와 같이 지층을 파고 내려감에 따라 고지자기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림4]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이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① 자북극이 움직인 것이다.

[그림5]
지괴는 고정되어있고 자북극이 위의 움짤, [그림5] 와 같이 움직였다면, 과거의 지층을 보았을 때, 고지자기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② 지괴가 움직인 것이다.

[그림6]
만약 자북극은 고정되어있고, 지괴가 위 움짤과 같이 움직였어도, 과거의 지층을 보았을 때, 고지자기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맞을까요? 실제로는 둘 다 맞습니다. 자북극이 어느정도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고, 대륙이 움직이는 것도 사실이죠.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그러나 과거의 학자들은 지괴, 즉 대륙이 이동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지자기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자북극이 실제로 그렇게 이동했기 때문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림7]
그래서 만약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고지자기를 조사해 5억년 전부터 자북극이 위 [그림7]과 같이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진짜 자북극이 그렇게 움직여서 그런 것이라고 해석했던 것이었죠.
그러나, 유럽에서도 고지자기를 조사한 결과 여러분들 모두 아시다시피 [그림8]처럼 자북극의 이동경로가 두갈래로 나뉘어지는 것처럼 발견되었습니다.

[그림8]
자북극이 두 개일 수는 없기 때문에, 기존의 해석이 틀렸다는 증거가 되어버린거죠.
자북극이 실제로 저렇게 이동한게 아니라면, 어떻게 해석해야겠습니까? 그렇죠. 대륙이 이동한 것으로 해석을 해야했던 것이죠.
그런데 대륙이 이동한 결과로 해석하면 자북극이 두갈래로 나뉘는게 설명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그림9]
위 움짤 [그림9]를 보시면 처음에는 동일한 자북극을 향해 형성된 고지자기극이 대륙이 이동하면서 두 개로 분리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륙이 이동하면 동일한 시기에 형성된 고지자기들이라도, 서로 다른 방향을 자북극으로 가르킬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 시간을 역으로 되돌려서, 자북극을 모으면 고지자기가 형성될 그 당시의 대륙분포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림1]
그래서 위 [그림1] 처럼 자북극을 한데 모아본 것입니다.
결국 이 탐구로부터 우리는 두가지의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① 자북극이 두갈래로 보이는 것은 대륙이 붙었다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② 자북극의 이동경로는 자북극이 진짜로 이동했다기 보다는 대륙의 이동으로 해석해야한다. |
추후 밝혀진 바에 의하면, 자북극이 움직이기는 하나, 오랜 기간 평균한 자북극은 진북과 거의 일치하므로, 결국 자북극의 이동경로는 순수하게 대륙의 이동으로 해석함이 옳습니다,(출처:수특)
근데 많은 선생님 분들께서 분량의 문제인지 ① 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몇몇 교과서도 ① 만을 강조하는 서술을 하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②입니다. 왜냐면 여기서 수능 문제가 나오니까요.
여기서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고지자기로 알아낸 자북극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대륙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가 ②의 핵심입니다.
그럼 기출 문제를 한번 볼까요?
[그림10]
기출에서 항상 등장하는 ’고지자기극‘ 이라는 것의 정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고지자기극은 ’고지자기 방향으로 추정한 지리상 북극(진북)‘입니다.
원래 고지자기로 추정하는건 자북극이지 않나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랜기간 평균한 자북극은 결국 진북과 거의 일치하므로, 고지자기 연구에서 자북극을 곧 진북으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지자기 방향으로 지리상 북극(진북)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 진북은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결국 고지자기극=자북극=진북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앞으로 이들을 모두 통합해 ’북극‘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런데 지괴에서 조사한 고지자기로 1억년전 북극의 위치를 추정한 결과 현재의 위치와 달랐다고 합니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지괴 입장에선 마치 북극이 아래 [그림11]과 같이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죠.

[그림11]
다시한번 강조드리지만, 고지자기로 알아낸 자북극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사실 대륙이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그림12]
위 만화 [그림12]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북극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지괴가 [그림13]과 같이 그 반대 방향인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란 걸 알 수 있죠.

[그림13]
따라서, 이 지괴는 과거 현재보다 고위도에서 현재 위치로 이동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겁니다.
한 문제만 더 보겠습니다. 아래는 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른 기출문제를 좀더 쉽게 변형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고지자기극이 움직인 것처럼 보였다면, 그것은 지괴가 움직인 것으로 해석하라는 것이 이 내용의 포인트입니다. 쥐라기-백악기-현재에 이르기 까지, 고지자기극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인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대륙이 무슨 방향으로 회전했기 떄문일까요?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권의 변동‘ 단원이 여러분들게 요구하는 태도는 지표가 역동적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는걸 실감하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부 성취기준인 ’고지자기 자료(복각)등을 활용하여 지질 시대 동안의 대륙 분포 변화를 살펴본다’ 와 만나고, 자북극의 겉보기 이동경로에 숨겨져 있는 핵심 개념 ‘자북극이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건 대륙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와 짝을 이뤄 탄생한 문제가 바로 지괴의 회전 문제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해당 단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부디 도움이 되었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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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너무귀엽네요 ㅎㅎ
와 이거 진짜 혼자 깨달는 과정 엄청힘들었는데(지우개에 화살표그리고 쌓고...)
설명, 그림정리 너무 잘하신 듯
마지막사진 대륙 시계반대로 회전한거 아닌가영?
맞습니다 ㅎㅎ 고지자기극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인 것 처럼 보이는 것은 대륙이 반시계로 회전했기 때문이죠
알면서도 볼때마다 조금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ㅜㅜ
자세한 정리 감사합니다!
넘넘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ㅠㅠ
마지막문제 왜 시계반대방향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ㅠㅠ
간단합니다. 시간 순서대로 보았을때 진북이 마치 시계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진북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대륙이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으로 생각해야 하는거죠
미쳐ㅆ다 진짜 감동받고 갑니다
진짜 저처럼 초보자들은 엄청 헷갈리거든요ㅠㅠ
아니 지자기 북극 이동한다며... 근데 수특이 말하는 지질 시대 동안 지자기 북극의 평균이 지리상 북극이랑 같다는데 대체 무슨 소리야? 그리고 그게 왜 대륙 이동의 증거야? 당최... 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 설명 보고 진짜 모든게 해결됐어요
계좌 쪽지로 보내주세요 진짜로ㅠㅠ 커피라도 한잔 사드세요...
어떤책은 고지자기극이랑 자북극이 다른개념이라고하고, 어떤건같다하고, 대륙이 이동하는데 왜 자북극이 달라지는지도 안알려주고.. 답답했는데 드디어 해결됐어요 감사함당
인정 진짜 씹인정 ,, 인강이던지 독학서던지 수특이던지 어딜 가나 설명이 다 불친절해요..
우리가 되게 똑똑하다고 생각하나봐..,,
작년 9평 19번에는, 고지자기극이 ' 남A 대륙의 고지자기 방향으로 추정한 지리상 남극' 이라고 표현을 했는데, 이때는 혹시 역자극기인건가요? 이 부분이 항상 헷갈립니다.
아뇨- 고지자기극 문제에서는 역자극기를 고려할 이유가 없습니다. 고지자기극의 겉보기 이동경로는 이미 역자극기가 모두 보정되어서 제시되는거라고 보시면 되어요. 해당 문제는 정자극기 기준으로 고지자기가 '발산'하는 지점을 찾아서, 과거 지자기 남극이자 지리상 남극의 상대적 위치를 추정해놓은겁니다.
감사합니다!
고지자기가 ‘발산’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