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잘팁) 독해, 결국은 스키마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6425299
국어를 잘하는 팁
읽기 교육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 schema(스키마)라는 겁니다.
스키마란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
정보를 체제화하고 해석하는 인지적 개념 또는 틀
경험을 부어 넣는 마음의 주물
등으로 번역되는데,
대개 학문적 영단어가 그렇듯 완벽하게 그 뜻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스키마는 "경험"에 의해 형성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어릴 때 사나운 개에게 물린 사람은 커서도 개를 무서워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가 자신을 물지 않음에도요.
어릴 때 개에게 물린 경험이 "개는 언제든 나를 물 수 있다"는 스키마로 작용한 것이지요.
읽기 교육론에서 스키마는 아주 중요합니다.
똑같은 글이라도 가지고 있는 스키마에 따라 아주 상이하게 이해되기 때문이죠.
다음 글을 한 번 읽어볼까요?
토니는 매트에서 천천히 일어나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그는 잠시 망설이면서 생각을 해 보았다.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는다. 지금 붙잡혀 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자기의 현재 상태를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다. 그를 잡아두고 있는 자물쇠는 너무 튼튼하지만 자기는 그것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시기가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지경이 된 것이 초기의 거칠게 행동한 것으로 받은 대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 상황은 점차로 기진맥진되어 가는 상황인데 그는 너무 오랫동안 짓눌림을 받고 있어 녹초가 될 지경이다. 그는 무자비하게 짓눌리고 있다. 토니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이 어떻게든 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그는 성공 또는 실패가 다음 몇 초간 자기가 하는 행동 여하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다. 앤더슨(Anderson)의 실험 |
위 글을 읽은 실험자들은 가진 스키마에 따라 글을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위 글을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죄수의 글이라 해석했지만
체육학과에서 레슬링에 대해 배운 피험자들은
위 글을 다른 선수에게 압박 당하고 있는 레슬링 선수의 상황에 대한 글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일 년 전 이 글을 올렸을 때 어느 오르비언은 강도가 집에 와서 주인공을 묶은 줄 아셨다고 하시더군요ㅎㅎ
"스키마"는 독해에 있어 아주 강력한 장치입니다.
모든 정보는 개인이 가진 스키마와 연동되어 인지되기 때문이죠.
스키마가 넓고 두꺼운 사람은 어떤 정보든 익숙하게 받아들일 확률이 크지만
스키마가 좁고 얇은 사람은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든 어색하고 낯설 것입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정확성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겠죠.
스키마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내용 스키마와 구조 스키마죠.
내용 스키마는
(역시 완벽한 번역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배경지식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단어가 들어간 과학 지문을 읽을 때보다
친숙한 단어들이 들어간 연예기사를 읽을 때 더 쉽게 읽히는 이유가
바로 이 내용 스키마 때문입니다.
구조 스키마는
여러분들이 흔히 아시는 구조 독해에 관한 것입니다.
이 글은 둘 간의 차이점을 밝히는 '두 대상 간 비교'가 중심적인 내용이구나.
이 글은 첫째 둘째 등의 표지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니 어떤 정보를 나열하겠구나.
이런 무의식적인 생각들이 바로 이 구조 스키마 덕분이지요.
중요한 것은, 스키마는 연역적 학습이 아닌 귀납적 학습의 결과물이란 것입니다.
스키마를 먼저 알고 독해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키마를 알기 위해 많은 독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항상 국어 공부의 왕도는 다음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a. 수능에 최적화된 지문 독해 방법 / 문제 풀이 방법 습득
b. 지문 독해 방법 / 문제 풀이 방법의 무한 적용 및 정교화
그런데 여기서 b의 과정은 단순히 a에서 배운 지문 독해 방법 / 문제 풀이 방법의 적용 능력 향상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양질의 수능 기출 지문 독해를 통해 수능에 최적화된 스키마를 길러내길 바라는 것이지요.
혹시 여러분은 지금 너무 방법론에만 집중하여 공부하는 것이 아닌가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방법론 없는 적용은 맹목적이지만,
적용 없는 방법론 또한 공허할 테니까요.
다음주 국잘팁에서는 수능 기출을 통한 스키마 학습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2021 수능 기출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
오늘은 스키마에 관한 칼럼을 가져왔습니다.
작년에도 올렸었지만, 꽤 영양가가 있을 것 같아서요.
금요일에 올라갈 풀문도 작업 중이구요.
국잘알 비문학편도 거의 마무리 검토 작업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쇼!!
---
독해 훈련서, 풀문 소개
풀문 - 점유 소유
국잘팁) 수능 국어 '이렇게' 하면 정답 확실해짐
국잘팁) 비문학 읽을 때 ㅇㅈ?ㅇㅇㅈ하면 잘 읽힘
* 국잘팁은 매주 화요일 업로드 됩니다.
* 독해 훈련서, 풀문은 매주 금요일 업로드 됩니다.
* 혼자서 뚫어보고 싶은 수능 기출 지문 요청해주세요. 풀문으로 훈련서 제작해드립니다.
참, 그리고 진지하게 한 마디만 더 하겠습니다.
좋아요 눌러주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강기원 과제 0
17주차 assignment 책은 17주차 수업을 듣고하는건가요우아니면 17주차...
-
나만 이런가 0
모고 전까지 하루하루 불안하고 우울하게 공부하다가 시험 보고 성적오르면 기분 좋아짐...
-
수학은 사실 거의 안들음
-
4월 더프 한번 봤는데 확통 66점으로 5등급... 수능환산 4등급 이렇게 떳네요....
-
고개까지 돌려서 보는데 나 좀 ㅈ같이 생겼나보다... 오늘 썬크림만 바르고 나와서 그런가
-
내 100만원...
-
점메추 4
진짜진짜맛있는거 본인 최애 메뉴 적고가주세요
-
이 문제임 이 문제 풀때 다 +1하고 근의 공식 쓰고 파이팅 넘치게 풀잖씀 근데...
-
다정한 말로 나를 죽여놓고.
-
길 지나가면서 보이는 애들 중에서 같은 반이었던 애들은 서로 초딩 때 같은...
-
고전시가 듣고싶당
-
전한제 전의제 전수제는 있음? 궁금하네
-
어려웠나여?저는 문제보고 패스해서 몰루?
-
문제가왜이럼...
-
전제가 어쩌고
-
진짜 맨날 준킬러에서 눈알삐어서 안절면 될거같은데
-
ㅈㄱㄴ 난이도 궁금함요
-
답은 72였습니다 18
그래도 실력 많이 오른게 느껴지네요 교육청이라고하면 할말 없는데 4에서 꾸역꾸역...
-
찍소리도 못했을듯ㅋㅋ
-
날 사랑해줘 우웅~~
-
아 아직도 안나오는데 19
왓 5000덕으로 올려
-
엄 현재 수1, 수2 개념은 되어있구요. 5등급입니다. 선택은 확통할건데 아무것도...
-
공하싫공하싫 0
자고시퍼ㅡㅡ
-
그러고 정작 그 주제는 다음해 수능에 내고...
-
아무리 수능이 얼마 안남았어도 너무 배려를 강요하는 것 같은데
-
4000덕 더블로 가
-
본인 딴엔 남자한테는 인기있는 줄 앎 ㄹㅇ ㅋㅋㅋㅋ
-
미적런 0
님들 5모 기준 공통 1틀 미적 3틀이면 기하런 어떰요 목표 수능 92-96정도임
-
계산 밀까
-
기회는 한번 흐흐 모두 맛점하세여
-
69에서는 좀 이것 좀 알라고 생소한거 많이 나오는데 수능땐 그런게 없는 느낌...
-
ㅠㅠ . . .
-
https://8values-ko.github.io/index.html 고능고학력...
-
옯붕이 큰일났다 1
어떤 80대 틀니딱딱이 이상한 메시지 보낸다 어떡하지 피싱이나 이런 링크는 안...
-
진대로 넘어가는 듯 어제 동기랑 입시 이야기 하다가 갑자기 진대나오고 개친해짐
-
완전 낮은 책상은 상관없는데 보통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면 가슴이 눌려서 그런가...
-
나는 고능아다 2
라고 스스로 자기최면 걸고 살기로 했음 씨발 공부가 너무 힘들어
-
애초에 경제-상경은 미적분 필수입니다....?
-
맛있게 점심먹고 0
오후 공부도 힘내서 해야지
-
깨끗한 오르비언이 되기 위해서 제가 몸소 희생하여 레어를 사겠습니다 많은 관심바라요
-
캐스트랑 의혹 제기한 사람 풀이 다 봤는데 뭐가 똑같은 풀이라는거임? 엄연히 논리...
-
영잘싶 12
꺄아아아아아아악
-
다음은 영잘싶? 5
ㅋㅋ
-
국잘싶 1
ㅜㅜㅜㅜㅜㅜㅜㅜㅜ
-
수잘싶 0
ㄹㅇㄱㄹㅇㄹㅇㄹㅇㄹㅇㄹㅇㄹㅇㄹㅇㄹㅇㄹㅇ
-
「지금부터 내가 바닥에 눕겠다」
-
팀플 ㅇㅈㄹ하네 2
혼자 자료조사하고 혼자 발표하고 혼자 보고서 쓰는데 뭔 팀플?
-
수학 기출이나 문제집에서 얻어가는 거 다들 어케 정리해두심? 뭔가 한 곳에...
-
남자고 4수일때
방법론 없는 적용은 맹목적이지만,
적용 없는 방법론 또한 공허할 테니까요.
이 말 약간 칸트 생각나네요
ㅎㅎ눈치채주셔서 감사합니당
크
국어교육과라고 하셨나요? 정말 도움이 크게 됩니다.
넵 교대에서 국어교육 심화전공했습니당 도움이 되신다니 다행이네요!!
이원준 선생님은 schema를 먼저 배우고 그걸 기반으로 독해하는 top-down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하셨는데... 많이 상충되네요 누굴 믿어야 할지... 물론 저는 그냥 읽고 푸는게 의식적인 스키마를 도입하여 풀 때보다 훨씬 잘 풀리긴 하더라고요...
저는 대학에서 공부할 때 스키마를 되게 포괄적인 의미를 받아들여서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윗글에서는 스키마를 어휘력+배경지식을 통한 정보 유추 능력+글 구조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예측 능력 등등을 모두 포괄하는 단어로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39373&cid=47319&categoryId=47319
이 글도 한 번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당
이원준 선생님이 말하시는 schema랑 이 분이 말하시는 schema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일단 이원준 선생님은 본인이 사용하는 스키마라는 어휘는 배경지식을 포함하지 않는다고하십니다. (정확하게는 인지과학쪽에서 사용하는 스키마라는 단어,개념은 배경지식을 포함하지않는다는 거죠. 즉, 스키마랑 배경지식은 별개의 개념이라하십니다.)
그리고 이 글의 형식 스키마랑도 차이가 있습니다.
이원준 선생님의 스키마는 정확히는 정보 모델(표상)을 만드는 인지적 틀, 쉽게 이해가 되게 말하자면 이원준 선생님 강의를 틀으면 볼 수 있는 C=>E, D->C같은 정보정리의 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추가적인 이야기이지만.. 이원준 선생님이 브크 1강 시작하자마자 한국 학교랑 학원에서 본인이 가장 먼저 사용하신 개념인 스키마가 변질되어서 배경지식이라는 개념을 포함하여 사람들이 가르친다고 비판하시더라구요.. 인지심리학, 인지과학에서 사용하는 스키마는 그런 개념이 아니라고하십니다.
이원준 선생님 강의를 들은 적이 없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정리 감사합니다 :)
마치 선생님께서 인스타에 관련 내용을 업로드를..
글의 구조를 유형화해서 ‘미리 알게 하고’ 체화하도록 가르치는 방식은 큰 효과가 없을까요..?
사실은 이게 요즘 가장 트렌디한 구조독해 스타일(강민철, 김승리)이잖아요..
넵 저도 그렇게 생각하여 본문에 국어 공부의 왕도가 a 방법론 습득 b 무한적용이라 썼습니다. 다만 본문의 스키마를 넓히려면 방법론에만 집중하지말고 많은 지문을 읽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궁금한게 있는데 방법론을 체화했다면 그 암묵지를 다시 명시지로 꺼낼 수도 있어야하나요??
개인적 생각이지만, 명시지를 정말 잘 체화하여 암묵지로 만들었다면, 다시 명시지로 만드는 것은 수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더하기를 하는 방법을 배우고 체화하면 무의식적으로도 암산이 가능하겠죠. 이 때 더하기를 하는 방법을 말해보라 하면 잘 말하겠죠?
물론 처음부터 암묵지었던 것을 명시지로 끄내는 것은 또 다른 수준의 이야기겠지만요!
도움되네요
7번째 줄 대개 오타있어요
감사합니다
국어 공부를 하면서 느끼는 건데 결국에는 비문학이든 문학이든 거기서 거기인거 같더라구요..특히 평가원 내용이 다 유기적으로 연결돼있다...이런 기본 테마 하나로 거의 모든 문제가 뚫리는 거 같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