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자라구해주세요 + <삼수, 그 어느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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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명문대에 가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아야 할까. 옳아, 당장은 내게 옳은 말이다. 무조건 맞는 말이다. 내가 거부감을 느껴야 할 이유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할 이유도 없는 말이다. 당장, 내가 명문대를 하나의 ‘이상’으로 설정해 놓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쁘게 호흡하고 있는 이 사람은 밤의 윤동주처럼 한없이 부끄럽고 어두운 감정을 이 질문 아닌 질문에 투영시키곤 한다. 내가 왜 명문대를 가야‘만’ 하는지, 명문대를 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내게 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청준 선생의 말씀대로 자신의 회의가 결여한 신념은 가장 경계 되어야 할 것이 아닌가. 굳이 명문대를 가고 싶다는 이유와 그 이상이 끝내 좌절되었을 때 내게 건네줄 수 있는 따스한 위로의 색채를 자신에게 보장하지 못한다면, 이거야말로 회의의 부재를 머금은 독단이 아니겠는가. 결국, 나는 명문대를 가는 것만이 절대적인 진리기에, 그 절대성에 끊임없는 고뇌와 성찰의 창을 겨누는 것은 도대체 모순적이란 식으로 나 자신을 속일 뿐이다. 역사 같은 포지션을 지켜본다는 말을 듣고 노을처럼 불타올랐던 내 가슴의 순수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걸까.
다만, 순수의 사라짐과 회의의 결여를 끝끝내 경계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만은 안다. 그렇다면, 명문 대학을 가기 위해서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는 비본래적인 ‘나’라는 실존이 진정한 ‘나’로 변모하는 시발점은, 바로 이 부끄럽지만 다소 의지적인 인지인 게지. 사라져가는 순수를 붙잡으며 나의 길을 걸어가야겠다. 누구보다도 부끄러운 뒷모습을 내보이며, 누구보다도 슬픈 정수리를 내보이며. 그렇게, 도망치듯 걸어가야겠다. (회기동 내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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