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븐4Answer [592707] · MS 2015 · 쪽지

2021-02-07 03: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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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갬성) 삼수 때 같은 반이었던 형을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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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은 나보다 한살이 많은데의대를 가기 위해 이전에 붙었던 좋은 대학을 포기하고 4수에 몸을 던진 사람이었다정말 열심히
했다이 형은 진성 노력파였고이 형의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인생 참 야속하게도운명은 그 형의 노력을 처참히 무시했다평소 노력대로면 절대 나와서는 안될 성적이 나와버렸고그 형 또한
입시판의 뒷골목 입결의 세계로 가고 말았다그리고 바로 군대로 가면서이 형과 나의 관계도 끊어지고 말았다그 당시에는

 

그리고 나도 3수를 망하고울며 겨자먹기로 재수 때 붙은 학교라도 가기 위해 4수를 하게 되었을 때우연히 오르비에서 4수 키워드로 검색을 하다 누가 봐도 이 형이 썼다고 말할 글을 보게
되었다본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자신이 왜 4수를 결심하게 되었는지그리고 11초라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그 글을 보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이 형이 어떤 중압감을 가지고 살았는지 이제 몸으로 체감이 되었기에이 사람이 얼마나 정신력이 강했던 사람이었는지 드디어 깨닫게 되었기에그리고
이런 사람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결과를 가져다 준 입시판의 잔인함에그날 밤나 혼자만 있는 깜깜한 3평짜리 고시원 방에서 밤 새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6년의 시간이 흘렀다나는
또 다시 수능을 봐서 현재 의대 본3이 되어 있고이 형은
군대 전역 이후 입시판을 완전히 손절치고 자신의 진로를 찾아갔다그리고 현재 어엿한 사회인으로서의
발걸음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이 형을 보다 보면입시판에서의 가장 큰 승자는 좋은 학교를 간
사람이 아니라 빠르게 이 판을 손절치고 새로운 진로를 찾아간 사람이라는 말에 공감이 가게 된다입시
성공의 관점으로만 보면 명문대의치한 간 사람들이 승자일지 모른다하지만 진짜 존경을 받아야 할 사람이 누구냐 묻는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 형을 꼽을 것이다. 4
이상의 가장 큰 딜레마는이 판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뒤가 없다는 점일 것이다그러다 보니 한해 한해 못먹어도 고를 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런데 이 형은 그 굴레를 극복했다자신의 성실함으로그것 만으로도 이 형은 박수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최소한마지막에 입시를 성공해 놓고도 너 높은
학교에 대한 미련과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으로 인해 방황했던 나보다는 훨씬 건실한 삶을 살았음에는 틀림없다

 

지금 한해 더 시험을 보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이든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지만 더 이상의 입시는 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든부디 이 형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을 얻고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지금에야 당장의 대학 결과가 큰 것은 당연하지만그 이후는 또 다른 삶의 2막이 기다리고 있고그것을 잡는
것 또한 본인의 몫임을 알고 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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