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1-14 09:56:41
조회수 339

커피를 마시며 보내는 아침입니다1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5136622

작년의 내 한해를 돌이켜 보았을 때, 가장 떠오르는 키워드는 ‘상실’이었다. 김승옥 선생의 무진기행이란 작품에서도 빈번히 등장하는 이 단어는 어찌보면 인간의 본질, 본연이라 칭할 만큼

우리네가 자주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일상적 주체의 기본틀이 박살나는 것을 목도하고, 개인적 사정으로는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터져 버려,  나의 본질틀이 박살나는 것을 목도해야만 했던 날들이었다.


사실, 내가 무서웠던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되려 삶이었다. 음, 자살 시도를 했던 사람들에게 위로 차 말을 건네는 것 중에서 이런 문장이 있음을 난 알고 있다. 칸자키 이오리의 <세상에게 미움 받고 있다>의 가사에서도 볼 수 있는 구절이기도.


-죽을 용기로 살아가세요.


상실이 짙어지고 더 짙어진 사람에게 삶은 죽음보다도 더 무섭기에, 죽을 용기보다 살아갈 용기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할 때도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커피를 마시거나, 카페인이 함유된 초콜릿을 먹거나, 공부를 오랫동안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사람들과 어울려서 운동을 하거나... 그 모든 일상들이 불가능했다. 카페인을 섭취하게 되면 신경의 발작증세로 인해, 곧바로 공황이 터지기 일쑤였고, 서울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코로나19를 걱정해야만 했다.

또, 젊음이란 시간에서 끝없이 나를 짓누르려 하는 현실의 세상이 다시 한번 나를 그들 쪽으로 잡아 당겼고, 그를 거부하다가

우울증을 앓게 되었다.


정체성의 모래성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목도하면서, 긍정적인 뇌의 활동은 점차 생을 놓쳐버리고 있었다.


——


하지만, 올해는 조금은 다른 성싶다. 서울의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잠시 고향으로 내려와서 옛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되었고, 성인 주제에 잠시나마 부모의 따스함 속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으며, 그런 환경의 발달로 말미암아 잃어버린 정체성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세상의 벽은 쉽지 않고, 때론 나를 집어 삼키려 들지만, 그의 저항력은 언젠가 내게 전도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으며, 계속 거부하고 거부해서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나만의 고유한 의미를 만들어내면 그깟 장벽은 두텁지도 않음을 알고 있다.


운동, 스트레스 해소, 환경의 변화. 그 모든 박자들이 맞아 떨어지면서 내 신경의 발작증세도 점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대량의 카페인을 섭취해도, 더 이상 공황이 터지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도 우울하지 않으며, 저녁에 잘 때도 무섭지 않다.


일상이 점차 회복되어 가고 있는 것. 그런 과정에서, 일상의 소중함을 여실히 깨닫게 되는 요즘.


커피를 내리면서 흠뻑, 마시는 아침입니다. 커피의 원두가루들이 나의 속을 태울 때, 햇빛물은 아파트를 태우고 있습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