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난가사를절었어 [999776]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2-12 02: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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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떠날 예정인 삼수생의 2021 수능 후기-4탄(사문,아랍어,채점 후기)(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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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탄 수능 전날~ 국어까지의 이야기 https://www.orbi.kr/00033751967

2탄 수능 국어 후 쉬는시간~ 수능 수학 이야기 https://www.orbi.kr/00033754605

3탄 점심시간~ 생윤까지의 이야기 https://www.orbi.kr/00033780094


참고로 저는 문과입니다.


탐구1과목..생활과 윤리의 시험을 마치는 종이 울렸다.

재빠르게 사회문화 시험지를 눈앞에 두었다.


사회문화는 나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실모에서는 거의 50점으로 도배되었고 1컷이 44점이라는 그 9평에서도

22분컷 50점이라는 성적을 가져왔으니 아랍어와 함께 나의 정시의 문을 열어줄

하나의 도우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자신있었다.


종이 쳤다. 수능을 세번동안 치면서 얻었던 노하우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개념에서 푸는 속도는 누구보다 빨랐던 것 같다. 막힘이 없다.

그리고 5번... 답을 왜이리 쉽게주지?? 싶었다. (기억상으로는 가설의 수용 기각 여부를 검증하지 않아도

풀리는 구조였다. 그런데 평가원이 이렇게 준다고?? 의아했다.)


후루룩 풀어넘긴다. 개념상 막히는 건 없었다. 다만 10번... 평소엔 굉장히 쉽게 풀던 유형이었는데 이상하게

두 케이스를 둘다 넣어봤는데도 모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1분동안 고민하다가 넘긴다. 그리고 다른 개념

유형들을 푼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러셀모의고사, 적중예감 모의고사, 더프리미엄에

단련된 탓인지 크게 어렵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도표 3문제와 넘겼던 10번을 남겨두고 걸린 시간은 약 12분이다.


도표를 푼다. 생각보다 너무 쉽다. 음...그래도 1컷은 47이겠지?? 인구부양비도 복잡하지 않았다.

20번도 너무 간단하게 풀렸다. 그리고 10번을 되돌아와서 침착하게 보니 아까의 순간판단력에서 미스가 있었음을

인지했다. 그렇게 10번 역시 완벽하게 풀었다고 자부했다.


다 푸니까 10분정도 남았다. 확실히 50을 굳히긴 위해선 검토는 필수이기 때문에 1번부터 내가 고른 정답선지가

맞는지만 확인하고 넘어간다. 그렇게 모든 문항을 검토했다. 틀린게 없다. 50이다.

마지막으로 마킹을 하고 가채점표를 작성한 뒤 5번을 왜 그렇게 냈을지만 고민했다.

그런데 순간 미궁에 빠졌다. 내가 근거없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가설 수용 기각 여부에 해당하는 선지가

맞아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답을 바꾸진 않았다. 그것보다 더욱 정답같은 선지가 ㄹ인가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어느새 종이 울렸다. 탐구시험이 끝나고 같이 삼수하는 친구에게 나의 후기를 말했다.

 "생윤은 좀 어렵고 사문은 할만한듯..? 5번 그거만 맞으면 50같은데?"

 반면에 그 친구는 나랑 겹치는 사탐 과목이 없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었다. (한지 세지러)


마지막 아랍어 시험을 응시하기 전엔 문법 노트, 그리고 시리아의 수도는 다마스커스, 살라딘 무덤, 등등

시리아에 대해 파고들었다. 그리고 친구에겐 모음 표기가 같은 것을 물어보는 2번문제 특강을 해줬다...ㅋ

뭐 나름 아랍어만큼은 자신있다. 그래도 막판에 이윤석t 실전편에 있는 단어들은 다 외웠다고 자부한다.

못해도 1등급은 뜨지 않을까 생각했다. 몇분 후 감독관이 입실했고 나의 또 다른 메인메뉴 아랍어 시험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쉽다. 다만 8번은 좀 아리까리했다. a,b,c 문법 문제였는데 b가 아닌 이유는 완벽하게 알았다.

명사 연결형은 성이 같아야되는데 하나는 타마르부타가 있고 하나는 없으니 이건 성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a와 c가 남는데... a하고 c 둘다 맞는거 같다. 고민하다가 a가 좀 더 정답에 가까운 것 같아서 a를 찍고

넘어갔다.


확실히 단어암기량을 때려박고 보니까 2주전에 풀었던 19수능,18수능 등 의사소통+문법문제를 푸는데에

소요되었던 시간이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때는 문화를 제외한 모든 문제를 다 푸는데 25분정도 썼던 것 같은데

이번엔 쉬워서 그런건지 15분채 걸리지 않았다. 문화 문제를 차분히 본다. 해석이 된다. 신기했다.

단어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무난하게 문화 문제를 다 풀고 보니 20분정도가 남았다. 전체 검토를 돌렸다. 그러다가 순간 16번인가 헷갈리는 선지가 등장했다. 가격을 물어보는 문제였고 처음엔 무난하게 4번을 찍고 넘겼지만 선지를 보니 5번선지와 헷갈리게 된 것이다. 당시 5번선지는 개념서에 있던 단어인데 순간 기억이 안났다. 그리고 4번선지에 대한 나의 해석이 확실하지 않았다. 고민하다가 결국 답을 5번으로 고친다. 


그리고 8번문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무리봐도 a와 c가 서로 왜 틀린지 모르겠지만 b를 틀렸다고 본 이상

a와 c는 공존할 수 없다. b를 잘못봤나..? 아니다. b는 확실히 틀렸다. 결국 이 녀석은 답을 바꾸지 않고

아까와 같이 좀 더 답에 근접했던 a를 찍기로 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가채점과 마킹에 시간을 들였다. 


5시 40분 드디어 나의 2021 수능 시험이 끝이 났다.


몇분 뒤 감독관이 휴대폰을 나눠준다. 그리고 교실에서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자고로 난 항상 채점할때 특히 더 긴장한다. 난 채점할 때만큼은 굉장히 급한 성격이어서 그런지 채점결과를 알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항상 현역, 재수때도 휴대폰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메가스터디에 국,수,영을 채점하고 나왔다. (학교에서 나갈때 내 성적을 알고 나간다는 것이다.)


폰을 키고 손을 약간 떨면서 먼저 메가스터디에 국어 번호들을 입력한다.

'채점이 완료되었습니다.' 

"제발 80점이라도 나와줘라...4등급 다시 가기 싫어.....!!!"


"86점"


...?????????!!!!!!!!!


와 미쳤다 ㅋㅋㅋㅋㅋㄱㅋㅋㅋㄱㅋㅋㅋㅋ뭐야 ㅠㅠㅠㅠㅠㅠ

솔직하게 예상도 못했다. 최악의 상황에서는 60점대까지 보고있었던 나이다.

1컷을 80후반이라 예상했던 그 시험에서... 그리고 만년 4등급이었던 내가

예상치도 못한 86점이란 점수를 받아버렸다. 1은 모르겠지만 높은 2는 될 것 같아

너무 기뻤다. 기쁜 나머지 같이 삼수했던 친구에게 달려갔다.


"와 나 미쳐누ㅏㅇㄹ머ㅏ뤼 ㅋㅋㅋ국어 왜이리 잘봄 ㅋㅋㅋㅋ아 존나 기쁘다 ㅋㅋㅋ"

당시 그 친구가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확실한건 그때의 나는 기쁨으로 도배되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곧바로 수학을 채점했다. 그 친구 앞에서 우리는 함께 나의 답이 입력되고 있는 메가스터디 화면창을 들여다본다.


'채점이 완료되었습니다'


"100점"


말문이 막혔다. 실모에서도 100점이 잘 안나왔는데 수능에서 100점을 맞아보다니....

그 친구도 한마디 했다. "끝났네" "최소 서성한이네 ㅋㅋ수학 100인데"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작년과 제작년의 나는 수능날 항상 좋지못한 기분으로 정문을 박차고 나갔었다.

미래가 깜깜해보이기만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나의 앞길은 대학길이었다.


이제 영어를 채점해봤다. 


'채점이 완료되었습니다'


"85점"


Aㅏ.... 예상은 했다. 그때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쿨한 척 한마디 남겼다.

"괜찮아 예상했어~" 이때는 몰랐다. 영어 2등급이 얼마나 현재의 나를 안타깝게 하는지.


감독관이 퇴실해도 좋다는 소리와 함께 그 친구와 시험장 밖을 향해 어둠을 걸어간다.

정말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땐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그 친구에게 정말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것을

표현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막상 같이 삼수했던 그 친구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빌어주었다.


시험장 밖에 있는 엄마를 마주한다. 가자마자 첫 마디를 내뱉는다.

"엄마 나 대학간다...!!!" 기쁨과 설렘이 담겨있었다.


그리고 차례대로 성적들을 말한다. "국어는 86점"

"기사보니 국어 쉬웠다는데? 1컷 91이라는데??"

"?? 아직도 기사를 믿어?? 무조건 1컷 80후반이야 장담한다"


"수학은??"

"100점...ㅋㅋㅋ"

"휴... 이번에 수학 쉬웠다는데?? 아까 여기 오는길에 수능장에서 나온 어떤 친구들이 수학 쉽다드라 

자기는 100점을 기대한다고"

"...그정도로 쉽진 않았어..^^.."


생각보단 반응이 아쉬웠지만 어쨋든 이번엔 대학을 간다는 생각에 부풀어있었다.


그리고 영어 성적을 말하자마자 한 대 맞을뻔했다...ㅋㅋㅋ


가는 길에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에게 연락이 온다.

주변에서 내가 수능을 잘봤다고 말하니 축하해준다.

이런 기분 처음이었다.


집가는 버스에서 여러 후기들을 확인한다. 국어가 어려웠다는 말.. 예상했다.

나형은 쉽다는 말이 당시에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직 남은 나의 관심사 .. 사회탐구 답을 비교하는 글들을 클릭한다.

.아 생윤 2개 다르네... 44?45?? 이건 예상했다. 심지어 내가 틀린 것도 댓글창에서는 회자되지도 않았고

나만 틀린것 같은 그런 문제였나보다.


그리고 사문을 본다. 응?? 2개가 다른데??? 엥 내가 정답일껄 이건..??

근데 생각보다 내가 그 사람과 답이 달랐던 것도 그들 사이에선 회자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일이지...?? 하...사문 45점인가...??


집에서 일단 오자마자 피자를 시켰다. 미래를 축복한다는 의미였다. 탐구를 생각보다 못본것 같지만

아랍어 버프 + 국수 잘봄 으로 한껏 들떠있었다. 그리고 8시40분. 메가스터디에 탐구가 채점되어 올라왔다.

하지만 나의 사문 점수는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생윤 사십오점 ㅇㅇ 사문 삼시...???????


내 눈을 의심했다. 체감은 50이었다. 그리고 두 개를 틀린 줄만 알았다. 하지만 충격적인 점수가 적혀있었다.

"39점" ??????????????????????

답을 잘못 입력했나 확인했다. 하지만 나의 답은 애석하게도 올바르게 기입되었다,

기뻤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혔다.


아랍어가 있겠지 생각하고 아랍어 점수를 보았다. 46점.. 백분위 99는 뜨겠지 생각하고 대체되겠거니 말하며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시험은 잘본건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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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의 2021 수능의 모든 것은 끝이 났다.

12월 12일. 이 글을 쓰는 순간마저도 현역,재수,삼수생활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작년 홍익대학교 입학처의 전화를 오후9시까지 기다리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던...

국어를 죽도록 팠지만 성적표에 계속해서 찍힌 4등급이라는 수치..

여러가지로 힘들었던 작년이었다.


올해의 나는 솔직하게 치열하지 않았다.

나는 나만 빠져있는 듯한 입시라는 무인도에서 나를 구출해달라고 매번 테두리 밖의 동료들에게 요청했었다.

그러나 여기서 탈출할 수 있는 하나의 키는 나라는 존재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나에게는 무엇보다 남들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자괴감이 존재했고 열정에 불타올랐던 재수때와 달리 무기력감에 휩싸였었다.


좌절과 무기력함 속에서도 성적이 크게 오른 것은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작년과 똑같은 성적을 받았다면 ... 어떤 심정이었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지금의 기쁨은 인생을 총체적으로 봤을 때는 순간적일 것이다.

대학만이 끝이 아니고 이제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번 입시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던지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수능 성적표에 적힌 등급이 기어코 당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어보고 싶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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