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로그인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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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욤. 아마 절 아는 분은 아무도 안 계시겠지만 현재 공보의 하고 있는 한의사입니다.
요즘 누가 수능 본다길래 궁금해서 오랜만에 오르비 들어와 봤는데 여기 분위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비슷하군요.
별건 아니고 지금 수능 망했다고 막 절망하시는 분들이 보이셔서 위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썰 하나 풀려고 합니다.
전 외고 출신입니다. 지방 출신인데 우연히 외고 시험 붙어서 내가 엄청 잘나서 외고 붙은 줄 알고
펑펑 놀아도 주변 애들 다 연고대네 서성한이네 중경외시는 줘도 안가네 그런 분위기에 휘말려서
나도 그냥 있어도 알아서 연고대, 못해도 서성한은 가는 줄 알고 있다가
현역 수능 수학 3등급 나와서 강제 재수행을 택했습니다.
재수해서 또 당연히 잘나올 줄 알았는데 수능날 순열조합에서 전부 계산 삑사리 나는 바람에 6평 전과목 1개 틀렸던 놈이 지방교대권 나왔고
대학 걸고 삼수 했을때 빌보드도 계속 올라가고 해서 당연히 이번엔 대학 가겠지 했는데 국어부터 멘탈 흔들려서 현역때부터 한번도 한개 이상 안 틀려봤는데 처음 수능에서 2등급 맞아 봤습니다. 수학 2번 틀리는 병신이 어디 있나 했는데 저였습니다. 94점 2등급 나왔습니다.
결국 대학 다시 돌아가서 공무원 시험 준비하다가, 마지막이다 하고 휴학해서 8월부터 딱 3개월하고 다행히 어느 정도 점수가 나와서 목표하던 한의대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쓰지만 당시에 멘탈붕괴 엄청 심했습니다. 삼수 때 연고대 체육학과 쓰고 결국 실기보러 안갔습니다. 어떻게든 연고대 타이틀을 따보려고 지랄을 했었는데 마지막에 이건 아니다 싶어서 결국 실기 안 보러 갔죠 (봤어도 못 붙었을게 뻔하고. 그냥 원서 한 장 날린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보면 그때 힘들었던 기억은 그냥 그랬었구나...하는 추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그땐 진짜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 때 이런 건 재밌지 않았었나? 하는 가끔 미친 생각도 들어요.
여러분 인생 길게 보세요.
지금 실패한 거 마음 쓰리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드실 겁니다. 저도 그랬고 아마 여러분은 저보다 더 완성된 삶을 사시다가 갑자기 실패해서 더 그러실지도 몰라요.
근데 나중에 보면 진짜 힘들었던 건 생각 안 나고 잘했던 선택만 떠올라요.
매년 그렇겠지만 시험 잘본 소수는 행복할 거고 못본 다수는 괴로울겁니다. 내 노력에 비해 안나온게 억울하기도 할 것이고, 다 원망스러울 거고...
근데 인생이 다 그래요. 저도 대학와서 처음에는 그때 순열조합에서 멘붕 안했으면....국어 시간에 멘탈 안흔들렸으면...쟤는 나보다 세살이나 어리네 좋겠다...이런 생각 했었는데 지금 와서는 그냥 그래요. 쟤보다 3년 더 살지 뭐 하는 생각으로 웃고 넘깁니다.
다시 도전하시려는 분들에게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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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감사합니다ㅠㅠㅠㅠ
도전하는 용기를 가진 것만으로도 대단하신 겁니다. 화이팅!
미대누나 힘내요ㅠㅠㅠㅠ
와.. 좋은글 추천
감사합니다~화이팅!
감사합니다ㅜㅜ위로받고 갑니다ㅎㅎ
이런 글로 위로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결국 한의대 목표를 이루신 게 너무 부럽네요
솔직히 한의대 목표로 한건 삼수 이후부터였습니다. 그전에는 문과로 한의대를 갈 수 있다는것도 몰랐어요..ㅎㅎ
문과로 가신건가요??
대단하시네요!
운이 좋았습니다. ㅎㅎ
ㅠㅠ 쌩삼수는 오바일까요...부모님이 지거국걸고 하라시네요.. 아니면 군수를 해볼까요
본인이 어떤 상황이신지에 따라 다릅니다. 전 실력보다 멘탈문제라고 생각했고 대학을 걸고 안되면 공무원시험보자는 생각으로 시험 준비를 하니까 훨씬 멘탈이 안정되더라구요.
저 혹시 공보의 생활은 어떤지 여쭤봐도 될까요?
궁금하신게 있으시면 댓글달아주시고 개인적인것이면 쪽지주세요!
위로받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위로되셨다면 다행입니다
선생님 한의대 선택하신거에 만족하시나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한의대 지원할거냐고 물으시는거라면 답은 "네"입니다.
한의대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꽤 많이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주위 분들중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도 있더라구요...
한의대의 전망이라고 하면 졸업한 사람으로 당연히 장점만 생각하겠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전망은 한의사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상대적으로는 편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직종의 친구들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는요.
답변 감사합니다. 고민을 깊게 해봐야겠네요
나이에 대한 컴플렉스가 생기는게 좀 무섭습니다. 인생 선배로서 어떻게 이겨내셨고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나이에 대한 컴플렉스는 20대 초반까지 있었습니다. 남보다 늦었다고 자책하기도 했지만 일단 한의대에 왔다는것에서, 그리고 인생 길게 보면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경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재수 망하고 아빠한테 위로 받았는데 말씀하시는 게 너무나 비슷해요 인생이 다 그렇다고.. 길게 봐야한다고 지금 웃는 사람이 끝까지 웃는 게 아니라고.. 위로 많이 받고 갑니다 감사해요
지금 괴로운것도 나중에 분명 웃으시면서 넘기시게 될 겁니다 :)
시기에 적절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꼭 후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1. 마통으로 하신거
2. 대학생으로 돌아가신다면? 하고싶으신것? ㅎㅎ ex) 학회 여행 차 등등
3. 경혈 외우는거 너무 어려워요 ㅠㅠ 진급하고싶음요
1. 딱히 암것도 안했어요ㅎㅎ
2. 학점좀 따놓을걸...
3. 경혈공부하면서 주위 해부학적 구조물도 같이 잘 공부해두세요. 나중에 큰도움됩니당
공보의하시다가 의대준비하신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