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단약기18)수능은, 결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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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그리고 19살의 막바지. 난 그것이 결전의 날이라고 믿어왔다. 당시에 고3 담임의 말. 수능 잘 보아야 된다. 자기또한 수능을 잘 보지 못해서 체대에 가지 못했다. 운동으로부터 그렇게 멀어진 채 사회과에 왔다. 그것이 제일 후회스럽다.
뿐만이 아니었다. 주변 어른들이 다 그랬었다. 아니, 지구에 위치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내게 그랬다. 수능, 그 ‘결전의 날’에 부디 승리자가 되라고.
그 결전의 날이 300여일 남았던 고3 시절에, 나는 최종의 승리자가 되기 위해 공부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또... 긴장되는 마음으로. 그 날, 정말 떨리고 몸이 바스러질 그 날이, 나의 마지막이다. 모든 것을 그 날에 걸겠다.
2017년 11월, 수능. 오후 6시 경. 처음으로 수능을 끝낸 순간. 모든 것이 다 끝났으며, 수학 30번(2018수능, 수나 30)을 맞혔다는 기쁨과 함께 엄마를 끌어안았다. 난 정말 그 날에 모든 걸 걸었었다. 진짜로. 이차함수의 반복되는 진동이 나를 가라앉혔을 때도, 시험장에서의 나는, 계산을 거듭하여 30번의 압박을 이겼다.
근데, 신기한 건 말이다. 내가 재수를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고, 수능이 끝나더라도, 이 세상은, 나 자신은 결국 어디에선가 존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고3의 나는 수능이란 본의를 잘못 알고 있었던 것. 그것은 결코 결전의 날이 아니었다.
수능 30번은 절대적인 ‘나’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았고, 또한 수능이란 시험은 나의 미래를 결정짓는 하나의 상대적인 기준일 뿐이었다. 결국, 나의 삶은 오롯이 내가 결정하게 된 것이 진리였던 것. 수능은 나의 삶을 결정하지 못했다. 그것을 기준으로, 다음 섬광의 삶으로 나아갈까, 아니면 다시 남을까. 그것은 단지, 내게 선택지를 제시할 뿐이었다.
수능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수능은 당신 인생의 결전의 날이 아니다. 그것은 되려, 당신 인생의 시발점이다. 어른으로서, 더 나아가 사상과 자유의 이념을 문제시하는 한 실존으로서의 출발지점.
수능은 당신을 책임지지 않는다. 당신의 삶은 당신만이 책임질 수 있는 것. 그저, 수능은 출발할 거냐는 질문에 불과하다. 그 신호를 따라도 좋고, 따라지 않아도 좋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다시 한 번 신호를 기다릴 수도 있고, 그 신호를 따라서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것은 결전이 아니다. 마지막이 아니다. 당신의 삶의 시작일 뿐. 다시 한 번 말해주고픈 말. 망해도 된다. 까짓거, 망해도 된다. 진심이다. 못 본다고 세상이 끝나지 않고, 못 본다고 자신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는다. 이 시험은 그저 주체적 자유인의 삶을 시작할거냔 질문에 불과하므로.
인생을 길게 봐 주었으면 한다. 수능이란 시험은 과학적이고 상당히 공정한 시험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건, 그대의 사상과 이념을 모두 담아내기엔 턱없이 모자란 시험이다. 부디, 그대의 운명을 온전히, 수능 문제 따위가 결정하리란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수능 이후의 미래에서, 수능 문항과는 상당히 독립적인 자유인으로 살아가길 부탁한다. 우리, 아직 젊다. 젊음의 본의대로, 뜨거운 사람으로서 이 세상에 존립하길. 당신의 젊음은 수능 따위에 포섭되기엔 존나게 넓고 아름다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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