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를 잡아라! 세특 A to Z] 학생부종합전형은 알아도 세특은 모른다? 문제는 세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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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 합격한 사람도 불합격한 사람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다. 왕도도 없고, 모든 이에게 통할 비책도 없는 것이 입시다. 100명의 후기에 100개의 방법이 녹아 있고, 정보는 쏟아지며, 정책은 눈뜨면 바뀌어있다. 해마다 힘들어지는 것은 수험생과 학부모들뿐이다. 입시컨설팅을 받자니, 왕도가 없는 만큼 부르는 게 값이고, 흐르는 대로 시간을 보내자니 불안한 마음이다. 불안이란 입시의 동반자이다.
이 칼럼에서는 불안을 더는 묘책을 이야기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불안 속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 해야 할 것을 짚어주는 ‘알람’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깜깜이 입시’의 어둠 속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어둠 속에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그리고 베일에 싸인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에 대해 파헤쳐보고자 한다.
정책에 휘둘리지 마라, 기본기가 중요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입시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현재 수시 전형의 대부분은 학종이 차지하고 있다. 서울 주요 15개 대학의 경우, 2021학년도 학종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전체 모집인원의 약 44%에 달한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학종은 애초에 내신과 수능이라는 정량적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닌, 학생의 다양한 정성적 자질과 잠재 가능성을 보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즉 숫자보다는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다양한 활동과 특성, 자기소개서 등을 토대로 다면적 평가를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정성평가가 주된 만큼 오히려 평가 요소와 결과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교육격차를 줄이려 도입한 취지가 무색하게 수천만 원대의 고액 컨설팅이 성행하고,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종이 비판의 대상이 된 것 또한 사실이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교육부는 추후 대학 입시에서 학종 선발 비율을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마음만이 타들어 간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입 경험자 중, 자신이 입시를 준비하던 해에 고난 따위는 없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단언컨대 없을 것이다. 입시 정책이든, 교육과정의 변화든, 하다못해 사회적 이슈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것들은 늘 수험생의 입시를 방해해왔다. 그렇다면 입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멘탈이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 균형이다. 그리고 그 균형은 기본에서 나온다.
대입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고등학생의 기본은 무엇일까. 학교생활-내신-수능의 3박자이다. 학종이 현재 대입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해서, 수능을 완전히 포기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학종이 없던 시절에도 내신과 수능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대입 정책이 어떻게 바뀌든 간에 그 변화는 학교생활-내신-수능의 3박자 안에서의 비율 조정에 불과하다. 어느 하나에 올인하는 입시 정책이란 나올 리 만무하다. 3박자를 두루 갖춘, 그야말로 기본기가 탄탄한 학생이 입시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 기본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단숨에 눈에 보이는 성과도 아니다. 그래서 입시가 ‘깜깜이’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그중에서도 정성평가를 주축으로 하는 학종은 정말 오리무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학종의 주요 평가 대상인 세특은 교과별로 작성되는 특기사항인데, 교과 선생님이 알아서 적어주시는 것,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두운 법. 학종의 키(key)는 ‘세특’에 있다. 그 세특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만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세특에서 시작해 세특으로 끝난다.
흔히 ‘세특’이라 불리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교과학습발달상황’에 속한 두 번째 항목이다. 첫 번째 항목은 내신 성적이다. 한 학기의 모든 교과 성적이 기록되고, 그 아래에 세특을 각 교과목별 담당 교사가 작성하게 되어 있다. 학종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은 모두 세특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고려한다. 해당 과목의 정량적 성적이 다 보여주지 못하는 학생의 수업 태도, 관심 분야, 탐구 활동사항 등을 총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즉, 세특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들을 뽑으려는 학종의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항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세특의 중요성과 달리, 학생과 학부모가 세특을 챙기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라는 이름부터가 직관적이지 않다. 동아리활동, 독서활동, 진로활동, 봉사활동은 무엇에 관한 항목인지 이름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가. 세특은 도무지 어떤 게 적히는지 알 수가 없다. 과목마다 특성이 다 다르고, 학생의 희망 진로와 과목 간의 관련성도 천차만별이니 더욱 아리송하다.
교육부 안내문에도 ‘학업능력, 교과 적성, 학습활동 참여도 및 태도 등’ 추상적인 설명만 나열되어 있으니, 으레 적히는 “수학 수업 시간에 늘 성실히 참여하였음” 정도의 서술에 불과할 것 같아 보인다. 게다가 상대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내신성적과 달리, 세특은 다른 학생들 것과 비교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나의 세특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세특의 중요성 자체를 간과하거나, 어렴풋이 중요성은 인지하더라도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가 부지기수다. 입시에 관심 많은 학부모조차 세특은 학생이나 학교에게 맡겨두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세특이고, 학종 합격의 열쇠도 세특이니, 손 놓고 있다가는 수시철에 땅을 치며 후회하기 십상이다. 물론 기본적으로 대학은 학문하는 곳이기에 학업 역량을 가장 우선순위로 둔다. 단, 학종은 숫자 줄세우기로 현재의 학업 역량만을 평가하지 않고, 지원자가 보여주는 학업적 열정과 의지를 바탕으로 미래의 학업 역량까지 평가하고자 한다. 등급이 다 말해주지 못하는 학생의 잠재력을, 세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의 동향 또한 세특에 날로 무게를 더하고 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각종 항목이 해마다 축소, 폐지되고 대입에 미반영되는 와중에 홀로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것이 세특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간단히 말해 세특이란, 내신성적은 물론이고 자소서와 면접까지 줄줄이 연결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수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보이지만 학종은 여전히 대입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카드이다. 이 카드를 굳이 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세특을 대하는 태도가 좀 더 진지해져야만 한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자. 세특은 나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또한 등급이 말해줄 수 없는, 나의 잠재력이 담긴 ‘노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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