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단약기17)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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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에 걸리고 나서 내가 제일 슬펐던 건, 커피를 못 마신다는 거 였어. 디카페인, 카페인 다 못 마시겠더라. 심장이 너무 흔들려버리는 거야. 그 땐, 생과 사를 항상 문제시했던 때.
오늘의 나는 죽어야 되는 걸까, 아니면 살아야 하는 걸까. 너무 무서워서 죽는 것이 나아보였어. 이렇게 불안한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갈 생각을 하니,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무서웠어.
그래서, 죽었냐고? 아니. 살아있지, 나는 여기. 그렇게나 무서웠으면서 왜 아직도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냐고?
글쎄.. 지금도 그게 미스터리야. 근데 설명하자면 이래. 약을 먹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운동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인간다운 인간으로 사는 순간, 사는 게 재미있어 지더라. 그래서 자연스럽게 살아감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어.
죽을까, 살까를 고민하던 내가 요즘은,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카페인 함유된 캬라멜 마키야토를 마실까. 시발, 그걸 고민하고 있더라.
그래서 깨달은 것이 있어. 외력보다 내력이 세면 상관 없어.
수능 이후에 어떤 슬픔, 좌절 따위의 외력이 너를 흔들어도, 결국 네가 버텨내면 그거, 아무 일도 아니야.
요새 유튜브를 보니까, 연고티비, 스튜디오 샤 등등의 명문대 학생분들이 나오셔서 토크하는 채널들이 보이더라. 글쎄, 그것들의 순기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서도, 오히려 실패한 사람들은 가차없이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학생들에게 더 심고 있는 일인지도 모르지.
염려해서 하는 말이지만, 너의 내력이 강해졌으면 좋겠어. 학사경고를 받아도, 수능 2~4번을 실패해도, 갑자기 너의 상태가 우울증이라고 일컬어져도, 네가 그것들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있으면 그건 아무일도 아니야. 되려, 그것들은 훗날 너의 자존감을 더 굳건히 하는 데에, 너의 내력을 다지는 데에, 더 큰 도움이 되어줄거야.
난 솔직히 20대를 살아가는 젊음으로서 이 세상에게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고 싶어. 왜 성공하는 사람들에겐 박수와 존경의 마음을 표하면서, 같은 시공간 속에 존재했던 그 수많은 실패의 회색들에겐 왜.. 도대체 왜? 아니 진짜 왜 그 누구도 위로의 손길을 건네주지 않는 걸까.
내가 실패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도대체 아냐. 어차피, 내 내력이 이미 이 외력을 앞지른지는 오래 되었고, 젊음의 본질이 기껏 그 ‘레테르’가 아니라는 건 알게되었음을 설명하는 것도 입 아파.
그냥 그게 너무 싫어. 그 누구도 실패해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지않아. 실패자는 그저 병신취급 당해. 도전을 많이 하라면서. 1000번의 도전 중 성공은 단 한 번이면 족해, 근데 그 한 번을 위해선 999번의 실패가 있어야 해. 그게 우리 인생의 논리.
도전하지 않는 자는 도태되고, 사유의 힘을 잃어가. 한데 도전하는 사람은 도태되지도 않고, 자신을 업데이트할 수 있지. 근데 그러기 위해선 실패란 우연도, 확률도 아냐. 필연이지.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니까.
근데 왜 실패에 대해선 우리 사회는 이렇게 조용한 걸까. 성공한사람들의 채널들은 있지만, 실패한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경하고존중하는 유튜브 채널은 없더라.
그래서 다음 해엔 내가 그 시발점을 끊고 싶더라.
진짜 잊지 말아줘. 인생은 외력과 내력과의 싸움. 실패를 해서 흔들리더라도, 그것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넌 정말로 강해질 수있어. 그 외력을 굳세게 이겨내고, 또 다른 챕터에서 기회를 가질 때, 강해진 내력을 토대로 또 다른 외력을 물리쳐. 그게 우리 삶이야. 젊음이야.
그러니까,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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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번의 도전 중 성공은 단 한 번이면 족해, 근데 그 한 번을 위해선 999번의 실패가 있어야 해.’
오늘부터 제 좌우명으로 삼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긴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어이없는 생각과 비논리적인 사유를 사랑해주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