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단약기15)수능 3번 망한 입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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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망해도 네 인생 크게 안 바뀐다. 잘 봐도 마찬가지고.
조금 더 크게 보면 돼. 그 이후의 삶에서 자신을 꼭 붙잡고 달리는 그 내심만 있으면 돼. 그걸 키워가는 사람이 결국, 앞서가는 사람이 아닐까. 젊음의 본질은 자기자신에 있으면서, 그것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전반이 달라지니까.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네가 생각하는 네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그려봤다면, 너는 잘봐도 이득이고 못봐도 이득인 사람이야. 우리 인생이 대학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지.
12월을 지나서 1월, 2월이 되면 오르비는 자기들이 신이 된 듯 마냥 다 떠들어 댈 거야. 변호사는 이게 안 되고, 이 대학은 올해취업률이 낮았고, 뭐 앞으로 공대가면 망한다느니, 의대가 답이라느니, 문과는 병신이라느니, 결국 내년 신규 영입 강사의 정체가 뭐라느니...
그런 얘기들이 나쁘다는 건 아닌데, 그런 얘기들이 네 내심엔 크게 도움되지는 않아. 네 스스로 너와 대화하는 무게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외부적인 변수, 상황에 별 관심없어 지거든.
네 자신을 키워나가려면, 다른 사람들에 관심이 꽂히면 안돼.
다른 사람들이 이 대학의 학과가 좋다고 말하니까, 그 쪽으로 가자. 합리적인 생각이고 좋은 선택이라고 다들 말하지만, 너는 알게 될 것 같아. ‘이게 씨발 내가 원하는 건 아닌데’
그렇게 나 자신이 네 삶에서 결여된 채 30,40대를 맞이하면
‘세상은 무섭다’며 행복 까짓거 집어치우고 공부나 잘 하라고, 우리네 부모들이 너에게 얘기했던 것처럼 똑같이 말하는, 제2의꼰대가 되어가겠지.
작금의 우리 사회에, 그리고 지금의 너에게 필요한 건, 인생을 조금이라도 더 길게 본다면, 너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성찰과 통찰력이라고 난 보고 있어.
그 관념을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이라도 만져보았다면, 넌 성공한 사람이야. 우리 생이 대학이 다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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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능 3번 망하고 자신을 바라본끝에 남은게 뭔가요. 남들한테 그런말 쉽게 안하는게 좋을거 같은데
인생사 새옹지마. 제가 3번 망하고 자신을 바라본 끝에 남은 건 이겁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정직하고 솔직하게 공부했다면, 설령 그것의 결과가 실패로 끝났을 지라도, 생을 사는 언젠가는 반드시 그것의 도움과 보상을 받는다. 반대로, 한 결과가 좋게 끝났을 지라도,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서 다시 나쁜 일로 번질 수 있으니 너무 자만해서도, 좋아해서도 안 된다. 수능을 망해도 내 인생 크게 안 바뀌고, 수능을 잘 봐도 내 인생 크게 안 바뀐다. 내 인생을 바꾸는 건 나의 마음에서 온다. 나의 마음이 바뀌면 나의 인생은 바뀐다. 나의 순수한 마음과 세상의 초가변적인 흐름이 만날 때, 그걸 성공이라 부르리라.
20살에 들어서서,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친구들에게 "괜찮다"고 얘기해주고 싶었습니다.
제가 살아보니까, 진짜 괜찮았거든요. 오히려, 그 실패 속에서도 자신만의 성찰을 할 수 있고, 자신만의 공부를 할 수 있으니 너무 두려워하지도, 불안해하지도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남들한테 그런 말 쉽게 하는 것 아닙니다. 제 3번의 수능을 거치는 과정이 전혀 가볍지 않았습니다. 제목에 3번의 수능을 망하고 나서라고 지은 것도, 내가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그렇게 가벼운 얘기는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함이기도 했구요.
어떤 구절, 어떤 맥락에서 쉽다고 생각했는지. 난 오히려 당신의 말이 너무도 쉽다고, 가볍다고 느껴집니다. 여러 실패를 겪고 나서 한탄하는 글일까요. 도대체 그건 아닙니다. 나또한 병을 이겨내면서 나만의 방향성을 끝없이 고민해가고 있고, 그 고민하는 과정에서 "학벌"이란 가치는 크게 문제될 것도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탄할 필요 자체가 없으니까요. 그냥, 이 시기를 여기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더 일찍 거쳐온 사람으로서, 망해도 괜찮으니, 조금은 안심해도 된다는 말을, 여유를 가져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가치관이라는 건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말의 어투나, 감정, 어조를 살펴보면 마치 자기자신만의 주장이 정답이고, 그와 다른 생각과 가치는 전부 오답이라고 주장하는 성싶습니다. 한.. 2-3년간 당신을 가끔 만나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그만하시지요.
당신과 같은 사람이랑 가치관에 대해서 백날이고 천날이고 토론해봐야 답 안나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길게 쓰는 이유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이 글이 정말로 진심이었음을, 그렇게 가볍게 뱉지 않았음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지요. 어떤 사람은 새싹에서 무한한 생명력을 보고, 어떤 사람은 새싹에서 더러운 개미새끼 한 마리를 보는 법입니다.
무한한 생명력을 본 새끼는 잘한 놈이고, 더러운 개미새끼 본 새끼는 못한 놈입니까?
뭔 그런 개같은 법이 다 있습니까? 원래 사람은 보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고, 사람이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삶"을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봅니다.
누군가에겐 삶이 행복일 수도, 누군가에겐 삶이 불행일 수도 있지요. 마찬가지 이치아닙니까? 수능 3번을 망해도 남는 게 없는 사람도 있고, 4번을 망했어도 그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는 사람이 있으며, 명문대를 갔어도 하나도 얻은 게 없는 사람도 있지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 결과라는 가치도 마찬가집니다. 우리가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생각과 가치가 나와버리지요. 원래 삶이란게 무어라 정의내릴 수 없는 관념입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요. 그저, 내가 보는 것을 사랑하고, 내게 보이는 것을 믿을 뿐이지요.
나는 당신에게 수능 3번을 망한 끝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았노라고 백번 천번 말해도 당신은 못 알아들을 겁니다. 당신과 나는 가치관이 다르기에 당신은 수능 3번을 망한 상황에서 그 따위의 존재성을 도대체 볼 수 없는 존재일 테니까요.
오늘도 똑같은 말을 하게 되네요. 갈 길 가시지요.
네 좋은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