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 쪽지

2020-11-10 15:43:47
조회수 363

고양이 일지2)생각 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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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톨이


공황도 잘 이겨내고 있는데 무엇이 불안한 것일까. 아마도, 삶과죽음은 먼 것 같지만서도,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오는 실존적 문제 때문이리라.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며, 굳세게 살아낸다는 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 것인가. 저녁에 샤워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는 날이 많아지는 게 진짜 행복한 삶일텐데. 도통 요즘엔 샤워가 재미있지 않았네.


오늘은 이 친구가 산책길에서 가장 반기더라. 걷는 도중에 마주쳐서 얼른 따라가서 만져주었다. 박치기를 하더라. 그게 고양이 세계에선 친근한 사이에서 해주는 인사라면서? 나를 친하다고 생각하는 거구나. 그래, 우리가 친구가 된 지 긴 시간은 아니지만 그새 한 계절이 바뀌었지. 


너도 생존에 시달리는 것 같았어 친구. 그런데도, 사념에 잠긴 나를 두고 인사를 해주다니. 초면에 겁을 냈지만, 지금은 의심이풀어져서 그런건가. 무튼, 그런데도 참 고마워. 네 박치기 덕분에 내 불안이 많이 해결된 느낌이라서.


너도 언젠가는 그 생존의 문제를 내게 맡겨주지 않을래? 조금만기다려줘. 여건이 되면 다음 해엔 내가 너의 영원한 친구가 되어볼게. 수의사가 그러더라. 밖에서 지내면 3년 살고, 안에서 지내면 15년 산다고. 넌 15년을 살고 싶지 않니? 나도 젊어서 잘 모르는데, 아무리 싫어도 좋은게 삶이래. 그 삶을 나랑 같이 살아내보지 않을래?....


앞으로도 박치기 많이 해줘. 나 너 만지는 거 정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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