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첫 문단 글의 흐름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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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는 최대한 정보를 섬세히 처리하며
글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예상하며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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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서 가장 지나치기 쉬운 중요한 행동 중 하나가 바로 ‘글의 흐름 잡기’입니다. 글에서 흐름은 초반부(첫 문단~둘째 문단)에 제시되는 경우가 많죠.
왜 근데 초반부를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게 되는 걸까요?
마음이 급하기 때문입니다. 실전에서는 빨리 빨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어요. 언제 별 정보도 없는 첫 단락 읽고 있겠습니까.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딱딱 읽어내고 싶은 심리일 거예요.
하지만 오산입니다. 첫 단락은 이후에 제시될 많은 양의 프로그램(정보)들을 저장할 폴더의 역할을 할 거예요. 첫 단락을 뭉개고 갈 경우, 오히려 정보가 매우 산발적으로 제시될 것입니다. 오히려 독해 정확도도 떨어지고, 문제 풀이 속도도 느려지겠죠.
아, 그럼 실전에서도 초반부 좀 천천히 읽을게요. 됐죠?
아뇨.
단순히 첫 문단을 천천히 독해하라는 추상적인 얘기가 아닙니다.
천천히 독해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섬세히 처리하고
이후의 글 흐름을 아예 ‘구체적’으로 ‘예상’해볼 수 있어야 해요.
9모 행정규제 지문의 초반부입니다.
단순히 천천히 읽는 것을 넘어
정보를 섬세히 처리하고
이후의 글 흐름을 ‘구체적’으로 ‘예상’해봅시다.
우선,
초반부에 제시되는 정보를 섬세히 처리해봅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정보가 정리될 거예요.
“행정규제는 원래 국회가 하는데, 여러 특수한 상황에서는 행정부/행정기관에서 ‘행정입법에 의한 행정규제’를 해. 이런 행정입법에는 위임명령, 행정규칙, 조례라는 게 있어”
라 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만약
1) 이후의 글의 흐름에 대한 예상이 전혀 없었다면 하수입니다.
2) “행정입법의 유형 세 가지 각각을 소개하지 않을까?”이라고 예상했다면 중수입니다.
3) “행정입법의 유형 세 가지 각각들이 어떻게 행정규제를 하는지, 국회보다 특수한 상황들을 다루는 데 왜 유리한지 등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면 고수입니다.
하수는 말할 것도 없고, 중수는 둘째 문단의 첫 문장만을 가지고 흐름을 예측했을 뿐입니다. 고수만이 초반부 전반의 정보를 토대로 이후의 글 흐름을 ‘구체적’으로 ‘예측’했습니다.
예측을 해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다음 문장을 읽을 때 그 깊이는 현저히 다를 것입니다.
예측. 행정입법 유형 세가지는 어떻게 행정규제를 할 수 있을까?
실제. 위임명령 : 원래 행정규제를 하는 국회가 자신의 권한을 위임해줘서
예측. 행정입법 유형 세 가지는 왜 국회보다 더 특수한 상황을 다루는데 유효할까?
실제. 행정규칙 : 제정 절차가 없어서 빠르게 제정되는 것 아닐까?
물론 글이 언제나 예측 되는대로 흘러가지는 않겠죠.
하지만 결국 ‘글을 압도하는 독해’란 일단 초반부에 글의 흐름을 미리 예측해놓고 그 이후에 그 흐름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독해란 말을 하고 싶은 겁니다.
예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일단,
초반부에 제시된 정보를 섬세히 처리해봅시다.
① 키트는 뭔가를 과학적으로 진단/검사할 때 쓴다.
② 빠르고 정확성 높은 키트 제작이 요구된다.
③ 항원-항체 반응(=항원과 항체의 면역 반응)이 키트에 응용된다.
④ LFIA를 이용한 다양한 종류의 키트가 개발 중에 있다.
⑤ LFIA 키트는 나타나는 선을 통해 목표 성분의 유무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정보 처리를 토대로 잠깐 멈춰 글의 흐름을 예측해봅시다.
① 키트는 어떻게 진단/검사할 수 있는 걸까?
② 빠르고 정확성 높은 키트는 어떻게 만들까?
③ 키트에서 항원-항체 반응은 어떻게 응용될까?
④ 키트의 종류에는 무엇들이 있을까?
⑤ 키트에 나타나는 선과 목표 성분의 유무 간 관계는 무엇일까?
사실,
이 질문을 던지는 순간 독해의 70%는 완성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아주 구체적인 예측이 가능하거든요
①+③+⑤ : 키트는 목표 성분의 유무에 따라 항원-항체 반응으로 선을 나타나게 해 진단/검사를 하는 도구라는 점이 제시되지 않을까?
② : 키트의 속도나 정확성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④ : 종류 별 키트의 특징이 나오지 않을까? (→대비점 인식해주자.)
물론, 이 정도의 예측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초반부의 정보를 섬세히 처리했고,
잠깐 멈춰 이후의 글 흐름을 아예 ‘구체적’으로 ‘예상’해보는 것을 습관화한 사람에게만 당연하겠죠.
키트 지문아시는 분들은 아실텐데,
결국 지문 속 폭발하는 정보량들이 위의 예측 안에서는 쉽게 압축될 겁니다. 이게 지문의 ‘주제’일 것이고요. 이를 토대로 대부분의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초반부에서 흐름을 잡는 행동이 불러온 어마어마한 효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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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는 최대한 정보를 섬세히 처리하며
글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예상하며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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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적으로 얘기하면 글의 흐름이 항상 초반부에만 제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2015 수능 슈퍼문 지문도 1문단에서 슈퍼문 발생 원인에 대한 흐름을 연 다음, 4문단에서 ‘지구의 공전 궤도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글의 초점을 돌리죠.
20.09 점유소유 지문도 1,2 문단에서는 여러 개념을 제시하다가 3문단에서 ‘소유권 양도는 어떻게 이뤄질까?’로 글의 초점이 모이며 글의 흐름이 이어지죠.
17.09 사단법인 지문 역시 초반부에는 여러 개념을 제시하다가 중반부 넘어서 ‘1인 주식회사의 문제는 어떡할까?’라고 글의 초점을 모으며 글의 흐름을 이어나갑니다.
초반부에서 글의 흐름을 예측하는 게 체화된 사람은 중후반부에서도 이렇게 글의 초점을 모으는 문장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글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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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국어님이 올려주시는 칼럼들이 실질적으로 정말 도움 많이 돼요.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잘못 공부하고있었는지 체감하게 됩니다. 좋은 글들 감사해요!
ㅎㅎ 저도 감사합니다 :)
유성님.
저 역시도 초반부에서 글을 읽을 때 질문을 통해서 글의 흐름을 예측해보고 느낌을 잡기는 하는데 글의 주제가 딱 뭐다!!라고 인출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데 어떤 방식으로 뽑아내는 연습을 하는게 좋을까요?
주제는 <필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초반부는 예측할 뿐, 정확한 주제는 글을 다 읽고 나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 때 주제 정리가 잘 안되면 1) 근거/예시 등을 들어 설명한 결론은 무엇인지? 2) 비교/대조/나열 등을 들어 대비되는 대상들은 무엇인지? 집중해보세요.
이를 통해 <필자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진짜 국어의 정석....
항상 고맙습니당ㅎㅎ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좋은 칼럼들 올려주셔서 제가 더 고맙죵ㅎ진짜 이걸 몇달전에 봤어야했는데....ㅇ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