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1-02 21:05:36
조회수 186

공황장애 단약기12)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922027

어릴 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란 말을 듣고 자랐다. 부모님이 사랑하셨기에,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고, 또 그러기에 주어진 이 생을 잘 이어가는 것이 내게 주어진 과제라고 배웠다. 당신은, 사랑받고, 존중받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나는, 유치원을 다닐 시절 즈음부터 배우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고, 20살이 된 지금. 나는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내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재수학원, 그리고 지금까지의 메모리를 돌이켜보면, 사랑으로 가득 찼다기 보단, 누군가에의 혐오와,누군가에로의 열등감으로 점철되었던 삶이었으니까.


어린 순수의 시절을 지나고 나니 어른들은 한결같이 차갑고 무서워졌다. 초등학교를 안가면 큰일날 것처럼, 중학교를 안가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고등학교를 가지 않으면 내가 병신인 것처럼.. 또, 그 속에서 내가 누군가를 이기고, 짓밟지 않으면 숙명의 쓰레기가 되는 것처럼. 그러기에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자세로, 삶을 건너갈 수밖에 없었다. 그저, 앞에 있어야 하는 관념들에게 내 삶을 팔았던 것.


과연, 이 아픔을 두고도, 어른들은, 지금의 젊음들은, 앞으로 자라날 빛들에게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인가. 기만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어른이 되고 나니 알겠더라. 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는 아니라는 걸. 오히려, 하이데거의 말대로 ‘던져진 현-존재’라는 생각이 짙다. 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고? 그러기엔, 우리는 너무도 전투적이었지. 대학이 다가 아니란 말 끝에, 숨겨진 미소가 있었잖아. 시험 망친 친구를 보며 괜찮다고 위로해주는 말 뒤엔, 항상 시원한 통쾌함이 있었잖아. 너도 아마 할 말 없겠지.


오히려 던져진 상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세상에 주어진 도구들, 그 도구들에 부과된 의미를 공부하기에도 모자랐을 걸. 그렇게 역사성 속에 너는, 그저 ‘너’가 아닌 ‘누군가’의 모습으로 자라났던 것. 


그 모순이 제일 심하게 나타나는 국가가, 대한민국이라고 난 생각한다. 외국 사람들이 한국 와서 제일 놀란 것 중에 하나가 삐까뻔쩍한 강남이 아니라더라. 존나 무표정한 한국인들의 일상이래. 웃음기없는 우리네의 삶. 그것이 제일 놀랍더래.


너도 알지? 겉으론 꿈을 위해, 대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열정을갖고 노력한다지만, 그거 니가 진정으로 행복해서 선택한 길 아니잖아. 던져진 사실로 말미암아 안정성을 찾기 위해, 그저 누군가가 제시하는 레이스 위에서 치열하고 비열하게 달려가는 것에불과해.


그게 나쁘단 건 아닌데, 그게 우리의 행복을 더럽혔던 원인 중 가장 큰 것이라곤 생각해. 조금 더 우리의 색깔을 이 세상에게 선 보이는 것이 어떨는지. 던져졌으면, 너만의 의미를 이 세상에서 만들어 봐. 너무 다들 ‘Survive’만 하려고 해. 왜 ‘Life’는 없는 거야? 우리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야.


‘살게 된’ 사람이지. 그럼, 네가 진정으로 생각하는 삶이란 관념이 네 머릿 속에 뚜렷하게 존재해야 되는 거 아닐까. 또, 그것을 가능케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 아닐까.


우리는 과연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왔을까.  다들 문학 문제는 너무 잘 풀어. 근데, 대학 가고나면 소설, 시집을 자기 돈 주고 사서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학 진학률은 엄청 높지. 80%에 육박하고. 제일 똑똑하대. 근데 정작 우린 우리 삶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지. 우린 어쩌면 제일 멍청한 것 아닐까.


난 요즘, 이게 불만이야. 내가 과연 똑똑한 사람이었을까?

아니, 난 진짜 멍청한 놈이었어.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다만, 나는 내가 멍청하다는 걸 알아. 그래서, 이참에 조금은 더 똑똑해지려고. 내 삶에 내 의미를 만들어 집어넣을 거야.


학점, 스펙 쫓아가면 큰 돈은 못 버는 것 같아. 내 의미가 내 삶에 있어야만 해. 그럼 던져진 현-존재로서 이 세상에 본래적으로 기투할 수 있을 것이고, 떼돈을 벌 수 있겠지.


내 삶. 그건 Survive가 아냐. Life지. 

그리고, 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태어난 사람이야. 그게 뭐가 될 진 그 누구도 모르지.


그건 니가 정하는 거니까.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