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 쪽지

2020-10-26 22: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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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단약기8)할로윈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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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겨울을 반기는 차디 찬 바람이 내 이마를 적실 때 즈음이면, 나는 할로윈 데이를 떠올리곤 한다. 이유가 무엇때문인지는 어릴 땐 잘 몰랐지만, 지금 어른이 되어 생각해보니,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영어 교실에서 미국의 할로윈 문화를 가르쳐준 젊은 여선생님 때문인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사실 내 초등학교 시절은 기억 나지도 않지만, 그 때 그 교실에서 할로윈 문화를 배웠다는 건 아직까지도 내 머릿 속에 살아있다.


한 해가 모두 마무리 되어가고, 그 마무리를 이웃들과 함께 사탕으로 축복하는 느낌이었다. "Trick or Treat." 낯선 이가 갑자기 내 집에 초인종을 누르고 이 말을 할 때, 깜짝 놀라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사탕을 쥐어주는 그 문화가 왠지, 너무 멋있어 보였다. 그러니, 그 문화를 배웠을 때, 뭐라고 얘기하긴 힘든데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탁 트인 기분을 받았었다. 


"저렇게 사탕을 받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진짜 맛있겠다..."


할로윈 문화를 가르쳐주는 수업이 끝나고, 그 여교사는 반 학우들에게 말씀하셨다. 점심시간 끝나고, 영어 교실에 찾아와서, "Trick or Treat"을 외치면 사탕을 주겠다고. 점심시간이 되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 문을 콱 열고, 그녀 앞에서 웬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가 "Trick or Treat"을 외쳤다. 그리고, 그에게 주어지는 몇 개의 사탕.


그 사탕의 맛도, 종류도 기억나지 않지만, 선명하게 기억나는 하나는, 따뜻함이었다. 사탕을 받는 그 기분.

솔직히 말해서 너무 좋았다. 공짜 사탕이라서가 아니라, 무언가 그 문화를 알고 즐기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또, 한국에서 파생되지 않은 외래 문화를 처음으로 즐겨본 것이기에, 내겐 그 사탕이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일까. 항상 10월의 말을 바라보는 때가 오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편의점을 지나갈 때, 사탕 한 웅큼을 매번 사는 이유이기도. 무튼, 커가면서 이 생각이 조금 더 구체화되었다. 이제, 내게 사탕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사탕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는 건 어떨까. 그 여선생님처럼 말이다.


내게 사탕을 받게될 그 누군가도,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따뜻한 10월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사탕과 함께.... 그래서, 오늘 나의 우울과 공황을 치유해준 사람에게 사탕과 커피를 보냈다. 그의 일상에도, 내가 느끼는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빌며. 


잘 먹었다니 다행입니다. 나보다 거진 7-8살은 많은 인생 선배에게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고, 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 오래오래 봐요 형.


Happy, Halloween. 당신도,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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