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 쪽지

2020-10-25 23:19:02
조회수 283

공황장애 단약기7)새벽 두 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814335

쉴 새 없이 몰아쳤던 하루. 달콤함은 사라지고, 복잡한 생각만이맴돈다.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는지를 여전히 모른 채.. 나는 나를 찾고 있다. 그저 그것 하나에 의의를 두고 살아내고 있다. 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당장 하고 싶은 공부, 일들을 하며.


그렇게 몰아치고 나면, 보라빛 밤하늘이 나를 반긴다. 괜시리 내감정이 요동치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하늘에게 묻는다. 이런 갈팡질팡하는 고뇌는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을까.


잘 모르긴 하더라도, 내 생각엔 수능 시험장을 빠져나온 그 날부터였다. 어른들은 분명 내게 말했다. 고1, 고2, 고3, 재수, 삼수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게 된다면, 넌 자유인이 된다고.


그런데, 왜 다들 학점을 따라고 하는 거야...? 내가 원하는 공부가 그 학문인지는 또 어떻게 알고? 캠퍼스 생활? 지금은 코로나. 모든 것이 잠정적으로 멈추어 있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아.


대학생들의 인스타그램을 봐도,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들, 잠시 멈출 생각을 안하거든. 진정한 자유는 여유에서 오는데, 우리들은 여유를 즐길 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자유를 ‘미래’라는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맞바꾼다. 진정하게 하고 싶은 것을 찾지 않고, 남들이 말하기에 중요하다고, 귀중하다고 하는 것들을 찾아 몰아친다. 


그게 학점이고, 취업이다. 그것들을 챙기는 삶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당연히 따야하는 거고, 당연히 해야한다는말에 반기를 들고 싶을 뿐이다. 그게 왜 나한텐 당연해야 하는데? 하이데거의 책을 읽다가 문득 철학을 알게 되어, 일주일 간 밤을 샐 수도 있고, 유체역학의 심오함을 알게 되어, 몇 일간 그것에 메달릴 수도 있어야지.


단지 그것들을 우리의 짐이라고 여기고, 또 다른 미래를 책임지는 개같은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지. 또 그 문제의 근본은, 우리가 뭘 원하는지 찾지않는 다는 거고.


나는 대학이 적어도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수험판에 있으며 내린 결론이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찾는 곳. 그러기에 학사 경고.. 까짓거 받아도 별 상관없다. 오히려 그를 한 번받아보는 것이 진정한 대학생의 자유를 입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짐으로 여기지 말고, 미래를 위한 생계수단이라고 여기지 말고, 그 자체가 주는 재미와 관심, 그리고 행복에 초점을 두어 나를 찾아야 해. 아직까지도 뭘 원하는지 모르지만, 그러기에잠 못자는 새벽 두 시 즈음이 되면 괜시리 서글퍼지지만, 다시 일어나야 해. 아직 만나지 못한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몰아치느라 고생했어. 그런데, 가끔은 여유를 챙겨. 하고싶은 말은 결국 이게 다야.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Isshoman 빈지노 · 962597 · 20/10/25 23:50 · MS 2020

    노래 가사같은 글이네요 :)

  • ✨공쥬✨ · 979083 · 20/10/26 00:03 · MS 2020

    :D

  • 초콜릿메론 · 513050 · 20/10/26 03:18 · MS 2014

    생각은 생각대로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실천을 하세요 정말 진지하게 드리는 말이에요. 오르비에 글쓴다고 인생 바뀌는거 없어요

  • ✨공쥬✨ · 979083 · 20/10/26 07:47 · MS 2020

    앞으로 나아가는 실천이요? 그거 이미 잘 하고 있는 중입니다. 던져진 현-존재로서 이 세상에 나만의 의미를 투사하기 위한 여러 행위들을 끝없이 해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나름 이룩한 성취들도 분명 존재하지요. 마치, 당신의 댓글을 쭉 보면, 남에게 조언/충고를 하면서 일침을 놓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같은데, 오히려 당신이야말로, 남에게 신경 쓸 시간에 당신 인생에 더 집중하시지요.

    또한, 오르비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내 글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이 공유되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이게 인생의 나태를 상기할만큼 당신에게 문제가 되는 일인가 봅니다.

    오르비에 글을 쓴다고 인생 달라질 건 없지요. 그럼 작가들은 왜 소설을 쓰고, 왜 시를 쓴다고 생각하십니까? 소설, 시를 써 보아야 시간만 엄청 잡아먹을 뿐 이 글이 많이 읽힐 보장이 없는 데도요.

    설마 그네들은 그것이 밥벌이 수단이기에 그래도 된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건 아니시겠지요. 소설과 시에는 사람이 담겨 있고, 그 사람을 통해서 우리는 공감받고, 공감을 하지요. 작가가 원하는 것도 결국 그것일 겁니다.

    내가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지만, 당신 말대로 인생을 지금보다도 더 잘 끌고가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두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고, 또 누군가는 공감을 할 테지요.

    그 저번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적어도 나랑 술 한 잔 기울인 사이 아니면, 인생의 성패여부나, 지금 상황의 고난 등의 문제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 충고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갈 길 가시지요. 당신이랑 더이상 할 말 없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