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단약기7)새벽 두 시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814335
쉴 새 없이 몰아쳤던 하루. 달콤함은 사라지고, 복잡한 생각만이맴돈다.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가는지를 여전히 모른 채.. 나는 나를 찾고 있다. 그저 그것 하나에 의의를 두고 살아내고 있다. 내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당장 하고 싶은 공부, 일들을 하며.
그렇게 몰아치고 나면, 보라빛 밤하늘이 나를 반긴다. 괜시리 내감정이 요동치고, 어디로 가야하는 지를 하늘에게 묻는다. 이런 갈팡질팡하는 고뇌는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을까.
잘 모르긴 하더라도, 내 생각엔 수능 시험장을 빠져나온 그 날부터였다. 어른들은 분명 내게 말했다. 고1, 고2, 고3, 재수, 삼수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게 된다면, 넌 자유인이 된다고.
그런데, 왜 다들 학점을 따라고 하는 거야...? 내가 원하는 공부가 그 학문인지는 또 어떻게 알고? 캠퍼스 생활? 지금은 코로나. 모든 것이 잠정적으로 멈추어 있는 시간. 이 시간 속에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대학의 모습은 그려지지 않아.
대학생들의 인스타그램을 봐도,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있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들, 잠시 멈출 생각을 안하거든. 진정한 자유는 여유에서 오는데, 우리들은 여유를 즐길 틈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또 자유를 ‘미래’라는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맞바꾼다. 진정하게 하고 싶은 것을 찾지 않고, 남들이 말하기에 중요하다고, 귀중하다고 하는 것들을 찾아 몰아친다.
그게 학점이고, 취업이다. 그것들을 챙기는 삶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당연히 따야하는 거고, 당연히 해야한다는말에 반기를 들고 싶을 뿐이다. 그게 왜 나한텐 당연해야 하는데? 하이데거의 책을 읽다가 문득 철학을 알게 되어, 일주일 간 밤을 샐 수도 있고, 유체역학의 심오함을 알게 되어, 몇 일간 그것에 메달릴 수도 있어야지.
단지 그것들을 우리의 짐이라고 여기고, 또 다른 미래를 책임지는 개같은 지배자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지. 또 그 문제의 근본은, 우리가 뭘 원하는지 찾지않는 다는 거고.
나는 대학이 적어도 그런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3년 동안 수험판에 있으며 내린 결론이다. 내가 뭘 원하는지를 찾는 곳. 그러기에 학사 경고.. 까짓거 받아도 별 상관없다. 오히려 그를 한 번받아보는 것이 진정한 대학생의 자유를 입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짐으로 여기지 말고, 미래를 위한 생계수단이라고 여기지 말고, 그 자체가 주는 재미와 관심, 그리고 행복에 초점을 두어 나를 찾아야 해. 아직까지도 뭘 원하는지 모르지만, 그러기에잠 못자는 새벽 두 시 즈음이 되면 괜시리 서글퍼지지만, 다시 일어나야 해. 아직 만나지 못한 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몰아치느라 고생했어. 그런데, 가끔은 여유를 챙겨. 하고싶은 말은 결국 이게 다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무조건 올려야 하서ㅜㅜㅜ
-
러셀 모의슈능 관련 글을 보다가 익숙한 분이 보인다.... 2
흐흫 개추박기
-
원래 보충 설명 하려 했으나 원본 그대로 올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보충 설명 없이...
-
묘한 쾌감과 중독성
-
시범과외 후 정식과외 할 경우 정식과외비만 내면 되는거 맞나요?
-
메인글 일은 내가 사실관계 확인한 게 아니니까 언급 안할텐데 별개로 저 나이 먹고...
-
ㅈㄴ 긴거 영상으로 해설강의 올려달라한 애는 좀 돈의 개념을 알 필요가.....
-
혀가 황홀한데?
-
요즘 생각해볼 수록 내 진로가 뭔지 모르겠음 내 진로를 실현시키기 위해 공부하는건데...
-
숙취가 0
하루 뒤에 올 수도 있나??
-
이주호는아니지씨발
-
화1 내신 1
2단원부터 고석용 어떰요? 대성패스 중고사기당해서 김준 못들음;; 아님 대성패스를...
-
아니 ㅅ발 ㅋㅋ 3
어떤 애가 자꾸 답변은 안하고 타문제 질문만 계속 쳐올려서 내가 그거 하나하나...
-
사상초유 교육부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이주호는 누구 8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퇴하면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
tem.com/npay
-
강기원라이브질문 4
예습해가야함?
-
대통령 프리미엄 3
1개월 무료체험
-
누군지 오늘 처음 알았어요,, 효과 좋네요,,
-
겁나 부러워 ㅠ
-
안 믿기노..
-
겹치는 내용있음? 없으면 둘 다 병행해서 나거려고 하느제
-
강의 안들으면 못푸나요??
-
사람들 다 어디 이상한 사람 취급했겠지? 상상보다 더하다 진짜
-
윤사 질문 0
이거 주자라는데 첫번째 지문은 심즉리 내용 아닌가요?
-
요즘 수탐 내신기출 학교별로 서치하는 맛에 살고있었는데
-
군대갔다오고 생각
-
수학 기출문제집 1
추천햐주세요ㅠㅠㅠ 작년에 이미지t미친기분 풀엇는데 양을 좀 늘려야할거같아서 한완기...
-
엔제추천해주새요 1
아직 한완기밖에 안풂 ㅊㅊ해줌 저뭐냐 이상한돈? 드림
-
하루동안 0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면 피로 싹 풀리겠지 내일 일정 하나도 없는데
-
아니야 그냥 자자
-
너무 순간적으로 지나간 상황 나보고 그 질문글 그대로 올려주세요 라함 전 백퍼센트...
-
난바보 9
세상모든사람을용서해
-
과연 07년생 현역은 수학에 빠질 수 있을까?(falling in math) 10
친구가 소개해준 문제집인데, 포만한에서 구해서 풀어보고 있습니다. 어렵고, 해설도...
-
화1에서도 그대로 낼 수 있겠던데 계산량 화2처럼만 내도 컷 정상화 될거 같은데
-
물론 내가 시비걸긴했어
-
군대가 범죄다 8
-
드릴이 왔다 1
드릴 이해원만 하고 실모 200개 풀러간다 !!
-
맞팔구함! 2
잘해줄게 하트도 잘 누르고 댓도 많이씀
-
토할뻔함 밥먹고 자려고 했는데 그냥 자야지
-
솔샤르 좋아하고 텐하흐 ㅈㄴ 싫어했음
-
앞 문단의 도덕률을 출제자가 아는 대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므로 근처 구절만...
-
졸려 5
-
낼 되면 4
ㅈ반고라 중간 끝나서 분위기 씹창날 것 같은데.... 하..... 벌써부터 걱정된다...
-
흐으음 18
맹구 토트넘 볼까 지금 자고 4시에 일어나서보고.. 몬스터 한잔 드링킹하고 독재를 가는거지..
-
같은 학교 애들 있으면 ㄷㄷ
-
그게 나야
-
개에반데
-
ㅇㅇ
노래 가사같은 글이네요 :)
:D
생각은 생각대로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실천을 하세요 정말 진지하게 드리는 말이에요. 오르비에 글쓴다고 인생 바뀌는거 없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실천이요? 그거 이미 잘 하고 있는 중입니다. 던져진 현-존재로서 이 세상에 나만의 의미를 투사하기 위한 여러 행위들을 끝없이 해나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나름 이룩한 성취들도 분명 존재하지요. 마치, 당신의 댓글을 쭉 보면, 남에게 조언/충고를 하면서 일침을 놓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같은데, 오히려 당신이야말로, 남에게 신경 쓸 시간에 당신 인생에 더 집중하시지요.
또한, 오르비에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한 명이라도 좋으니 내 글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이 공유되고,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이게 인생의 나태를 상기할만큼 당신에게 문제가 되는 일인가 봅니다.
오르비에 글을 쓴다고 인생 달라질 건 없지요. 그럼 작가들은 왜 소설을 쓰고, 왜 시를 쓴다고 생각하십니까? 소설, 시를 써 보아야 시간만 엄청 잡아먹을 뿐 이 글이 많이 읽힐 보장이 없는 데도요.
설마 그네들은 그것이 밥벌이 수단이기에 그래도 된다는 이상한 주장을 하는 건 아니시겠지요. 소설과 시에는 사람이 담겨 있고, 그 사람을 통해서 우리는 공감받고, 공감을 하지요. 작가가 원하는 것도 결국 그것일 겁니다.
내가 작가처럼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아니고, 글로 밥 먹고 사는 사람도 아니지만, 당신 말대로 인생을 지금보다도 더 잘 끌고가기 위해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두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고, 또 누군가는 공감을 할 테지요.
그 저번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적어도 나랑 술 한 잔 기울인 사이 아니면, 인생의 성패여부나, 지금 상황의 고난 등의 문제에 관해 이렇다 저렇다 충고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말씀드린 것 같습니다. 갈 길 가시지요. 당신이랑 더이상 할 말 없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