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단약기6)승리한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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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을 가면 안 되는 걸까. 처음으로 이 질문을 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선생들은 언제는 양복, 언제는 후줄근한 후드티, 때로는 펌, 때로는 염색을 하는데, 왜 나는 그럼 안 되는 거지? 집단 의식? 그게 내 자유를 제한할 만큼 중요한 것일까.
항상 아침에 등교하며 나의 복장을 검사하는 학년주임이 너무도싫었다. 이게 교육이라고? 도대체 나는 그럼 이 곳에서 뭘 배우는 거야? 그저, 나보다 높은 사람이 까라면 잘 까는 방법을 배우는 것말곤 없는 것 같은데.
자유의 잔상을 스스로 지워내기 위해 공부를, 학교는 가르친다 생각했다. 뭐, 무튼 그렇더라도 학교만 벗어나면 이제 좀 편해지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어느덧 스물이 되고, 스물 하나가 되었다. 그 사이엔 우울과 공황에 잠식되고. 어쩌면 ‘다행히 죽지않고 스물이 되었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되지 않을까.
어른이 되어서도 이 족쇄는 풀어지지 않았다. 방식만 조금 다를 뿐 본질은 똑같았다.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아야, 모범생 소리 듣고, 지식인 소리 듣더라. 그게 합리적이라는 이유였다.
철학을 공부해보니까,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된 것 같다고 처음, ‘어른’으로서 ‘어른’들에게 설레어 말했을 때, 다들 날 비웃었다. 그거 해봐야 뭐하냐고. 도대체 무슨 과냐고. 철학관 취업이 되지않는다고. 내가 원하는 공부를 했을 때, 내 자유를 내 스스로 펼치어 냈을 때 인정받는 세상이 아니었다. 지금껏 내가 바라본 이세계는.
승자는 이 세계의 순순한 여종이다. 패자는 이 세계의 굳건한 죄수다. 이 세상을 향해 드넓게 웃는 자는 패자다. 그걸 알게된 이후엔 이 세계에 철저히 패배해보기로 했다.
난 고독과 자유를 원한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고, 내가 느끼고 싶은 감정을 느끼고, 내가 발설하고 싶은 말을 표현한다. 그리하여, 이해와 말, 그리고 심정성 이 세 가지의 양식을 나란 인간 안에 고스란히 묻어둘 테야.
어렸을 땐 꿈이 모두 과학자, 대통령 쯤이었으면서 어른이 되니 공무원, 취업왕이란다. 그 직업과 세계관이 나쁘단 것이 아니라,자기 삶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한 흔적이 많지 않으면서 세상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려는 그 움직임이 내겐 메스껍게 다가왔다. 그야, 그 불쾌함이 계속해서 나를 집어 삼키려 들었으니까.
결국 왜 그게 되고 싶냔 질문을 던져보면, 먹고 살기 위해서란 말을 할 거잖아. 그럼 그 이후엔, 돈을 번다는 것. 그것이 충족되면, 그것만이 충족되면 우리네 삶은 어떻게 되어도 좋은 걸까.
난 나를 찾고 싶은데. 이 욕구가 죄는 아니니까. 이 세상에 패배하는 건, 천벌받은 일은 아니지 싶다. 언젠가 이 순수함을 내 가슴 속에 꼬옥 담아 ‘승리한 패배자’가 되어야지. 꼭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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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예요.
파이팅
돈만 있고 여건만 된다면야
이탈한 궤도 밖에 님만의 길이 있길..!
항상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