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보이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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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다. 남들이 나를 보기엔, 내가 참 가벼워보이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솔직히 수능을 공부하는 시절엔 그런 의문이 들었다.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한 것일까. 수능이란 시험이 끝나고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질문했다.
‘형, 근데 뭐 때문에 이렇게 사는 거에요?’
-그냥, 살아가는 거지 뭐. 왜 그런 것에 의문을 품냐. 야. 이렇게 안 살면 결국 먹고 살 수가 없다.
그런데, 나는 잠시 걷지도, 뛰지도 말고,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지, 어떤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를 공부하고 싶었다. 수능은, 내게 그걸 가르쳐주지 않았다. 난, 그래서 수능판에서 치열한 삶을 살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내가 스스로 납득할 수 없고 꿈꿀 수 없는 길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형, 근데 뭐 때문에 이렇게 사는 거에요?’
이 질문 속엔 작은 내 분노가 깃들어 있다. 대학에 가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니면 그 이후의 미래에서 나의 삶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지를 단 한 번도 알려주지 않았으면서 나를 어두운 감옥 속으로 그저 내몰아버린 것에 대한.
근데, 이런 질문을 술자리나.. 일상에서 꺼내보면 돌아오는 대답들은 다 똑같았다.
‘넌 너무 이상해’
근데 뭐 어찌할 도리가 있나. 내가 사랑하고 꿈꿀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행복해지는 삶을 살기에도 너무나도 바쁘고 아까운 젊음인데, 거기에 어떤 납득도 못하는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고?
어른이 되어서도, 이 굴레는 없어지지 않았다. 19살에는 대학.
20대에는 군대, 학점, 좋은 직장 취직, 연봉, 명예, 지위. 그것들을 위해서 나는 살아가야 했다. 내가 그들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나를 지배해야 했다.
그럼 묻고 싶는 것은 이것이다. 그렇게 다 정해져있으면,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명제도 다 거짓말 아닌가? 이게 어떻게 사랑이야. 이건 엿 먹으라고 욕하는 꼴보다도 더 잔망스런 형국인데. 그냥 이참에 나를 노예라고 하지 그래?
나를 꿈꾸게 하는 공부를 하고, 그 과정에서 나를 찾고, 그렇게 발견된 자신이 이 세상을 ‘주체적으로’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사랑아닐까? 그런데 이 세상엔 그게 있을까!
내 눈엔 다들 너무 바빠보인다. 어느 한 노교수 말대로..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할 시간 조차 이 세상은 주지 않는다. 그저 어디론가 달리고 있는 사람이 승자인 것. 근데 웃긴 건, 그 승자도 왜 자기가 승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삶의 마라톤에서 진정으로 웃는 시람은 패자인 것 같았다. 철저히 패배해보지 뭐.
수천명, 수만명이 앞을 보며 경쟁할 때, 나 혼자 뒤로가보자. 그리고 그 길에서 1인자가 된 후, 사실은 그 길이 진정한 ‘앞’이었다고 주장하면 될 일 아닌가? 그렇다라면, 내 몸 속에서 가장 빼내야 하는 것은 ‘성급함’, ‘조바심’이다.
반드시 무얼 억지로 만들어갈 필요가 전혀 없다. 낭중지추라 하였다. 가만히 있어도 송곳은 주머니를 뚫고 나오는 법. 내가 꿈꾸는 미래, 그리고 지금의 그림들을 잘 정리해나가면 알아서 그 세계는 내게 열어밝혀질 터. 하이데거가 말했듯이.
중요한 건, 이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야라는 것이다. 오후의 나무가 슬퍼보일 때, 하루종일 그 자리에서 같이 울어줄 수 있는의지. 내가 키워내야 하는 꽃은 그런 모습이어야 하리라. 우스운 말일지는 몰라도, 이것을 내 삶에 담아둘 수 있다면 나는반드시 ‘날카로움’을 거머쥘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금의 사람들이 살고있는 삶이 틀렸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냥, 나는 그거랑 잘 안 맞는다고. 그래서 그저 다른 길을 택한 거라고. 그러니, 내가 살아가는 길엔 옳고 그름따위 개입할 수 없다고. 그저 행복과 불행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누군가에게 가벼워보여도 어쩔 수 없다고. 어차피 내 인생 다 책임졌고, 후회도 하는 채 지내봤으니. 적어도 가벼워보인다고 내게 상처를 준 그 말보다는 무거운 삶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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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힘이 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