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단약기1)꿈의 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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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아쉽게 내뱉어대는 한 대낮에, 나는 꿈을 꾸었다.
-죽지 마.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게. 내가 도와줄게.
키는 나보다 선연하게 작아보이는, 그렇지만 자세한 생김새는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소녀의 목소리.
꿈에서 깬 나는, 그녀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일단은 요정이라고 불러보기로 했다.
어쩌면,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어린 모습이었을 지도 모른다. 분명 나를 지켜준다고 하셨으니까. 하늘에서.
공황장애와 우울을 겪고 있는 내가 딱하셨을까. 왜 갑자기, 이런 목소리를 듣게 된걸까.
모르긴 모르더래도, 단약을 준비해가는 이 시기가 내게 많이 무서웠었나 보다. 그래서 내 스스로 요정을 불러낸 것일 게다. 그래, 그거다. 그냥 많이 무서웠던 것이다. 내가 자살하지 않으면, 내가 없어지지 않으면, 도저히 이 존재를 감내할 방법이 없는 날이 도래하는 것이.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가슴 한 켠엔 아직도 삶을 향한 두려움이 있다. 최대한 밝게 지내려고 하지만, 이 병을 앓고 난 이후엔 그런 이물감 비슷한 감정이 나를 자주 찾아오곤 한다.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그를 해소하곤 하지만, 아직은 치료 과정이라 그런지 무서움을 완벽히 제어하는 것에 미숙함이 있다.
일전에 내 꿈에 찾아왔던 그 요정에게 부탁하고 싶은 건, 삶의 생기.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아무렇지 않게 운동을 하고, 책을 읽는 일상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물론 지금도 부분적으로 누리고는 있지만, 죽음을 향한 무서움이 아직도 나를 사로잡는다. 이것과 관련하여 사고 체계도 수정하는 훈련도 하고 있지만, 시간은 아무래도 더 걸릴 것 같다.
누군가 나를 돌봐주고 있음은 분명하다. 부모, 친구가 그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 나의 북극성을 찾고 있다.
나의 마음을 훤히 비추어주는, 그래서 내 주변을 밝게 하는, 나를 밝게 하는 그런 사람을. 내 우주 저 깊숙한 것 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그런 별을 찾고 있다. 공감이란 가치를, 순수라는 관념을 소중하게 다룰 줄 아는 그런 북극성을 찾고 있다.
그것을 찾아감에 있어 요정이 나를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제껏 내 삶은 항상 혼자였다는 말을 가끔 늘어놓는 소년의 손을 꼭 붙잡고, 치유하는 그런 소녀를 내게 주었으면. 내 무서움이 더 번져가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는, 강렬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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