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lssm [872199] · MS 2019 · 쪽지

2020-10-05 08:4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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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 이맘때쯤에 나의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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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원고료 지급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아침 6:30 -> 아버지가 깨워줘서 일어난다. 난 무척 피곤해하면서 차려주신 아침상으로 간다. 새벽 4시까지 핸드폰하는 통에 잠을 거의 못 잤기 때문이다.

아침 6:50 -> 피곤해서 별로 입맛이 안 돌지만, 어찌됐건 아침을 먹는다.

아침 7:10 -> 씻고, 교복을 입고 현관을 나선다. 비오는 날이면 더 빨리 출발하거나 뛰었어야 지각을 면할테지만, 오늘은 자전거를 타면 된다.

아침 7:30 -> 학교 교실 내 책상에 앉는다. 요즘 아침부터 물리 모의고사를 푸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딱히 수능 시간표에 맞는건 아닌데 아무렴 어떤가. 최근에 산 수능 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한 회차를 풀어본다.

아침 8:00 -> 어느새 담임이 교탁에 와있다. 채점해보니 44점...이 아니고, 찍어서 맞춘 거, 직관적으로 때려맞춘거를 빼면 35점이다. 답지를 보면서 다음부터는 비역학을 안 틀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역학? 시간만 있으면 다 풀 수 있는 건데...

아침 8:20 -> 대략 오답이 끝났다. 물리 모의고사 한 회분을 또 시작한다. (아직도 생생하다. 2018년 5월 더프였다.)

아침 8:50 -> 충격이다. 찍어서 맞춘게 두문제, 그런데도 17점. 회의감이 든다. 그래도... 찍은거 포함이지만... 그동안은 40점대 꾸준히 받았는데.

아침 9:00 -> 내가 아는 모든것을 다 버리기로 했다. a4 한장을 꺼냈다. 그동안 풀어놨던, 약 10회분의 사설 모의고사에서 내가 틀린 문제들을 보면서, 정리했다. 뭘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되는가. 등등..

오전 11:00 -> 다 했다. a4 반 페이지 정도를 채운 것 같다. 친구들에게 내가 17점 맞은 걸 떠벌린다. 기만이라고 하는 반응이 주류이다.

오후 1:00 -> 4교시는 그 5월 더프를 마저 오답하고, 점심도 먹었다. 그 a4는 무시하고 다시 물리 한 회분을 더 풀어본다.

오후 1:30 -> 다행히도, 44점이었다. 찍은걸 포함한 점수다. 찍은 문제, 찍은 선지에 대해서 뭘 생각했어야 하는지, 내가 뭘 몰랐는지 정리했다. 주로 비역학에 한해서.

오후 1:50 -> 마저 오답을 하는데, 역학이 답답했다. 뭘 어떻게 풀지? 그러다가 친구가 불러서 이 문제 아느냐고 했다.

오후 2:30 -> 놀랍게도 전혀 몰랐다. 기출문제인데, 내가 아는 건 "이 문제 어렵다" 밖에 없었고, 오히려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푸느냐고. 너무 충격적이게도 충격량을 활용하면 아주 쉽게 풀리는 문제였다.

오후 3:00 -> 몇년전 킬러조차도 못 푼다! 올해 6평 물리 문제 조차도 모른다! 내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멘탈이 흔들려서, 원래 하루에 물리 실모 4~5회분을 풀려던 것을 3회분만 풀고 말았다.

오후 5:00 -> 학교 끝나고, 독서실로 왔다. 나는 1인실을 썼다. 사물함에서 오래된 책을 하나 꺼냈다. 메카니카이다. 내가 도저히 못풀겠던 역학 유형 하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있었다. (인강이라는 걸 단 한번도 안 들어봤어서 독창적인지 흔한지는 모른다)

오후 6:00 -> 물론 새로운 관점 하나를 접했다고, 바로 문제가 쉽게 풀릴리 없다. 마침 저녁 시간이니, 풀던(쳐다보던) 문제 바로 포기하고 저녁을 먹는다.

오후 8:00 -> 저녁 먹으면서 잠시 핸드폰한다는게 그만 이 시간까지 길어졌다. 다시 독서실 책상에 앉는다. 1인실은 독방처럼 되어있어서 어두웠다. 밥 먹은 직후여서 그런지, 졸음이 온다. 좀만 자고 포기했던 문제를 마저 풀어봐야겠다...

오후 11:00 -> 아, 잠을 조금 잔다는게 3시간을 곤히 자버렸다. 오픈카톡방에 이 사실을 떠든다. "속보) 현역 오늘 순공 3시간 ㅋㅋ 인생 좆망 ㅋㅋ"
기만이라는 반응을 즐기며 핸드폰을 한다. 웹툰 보기도 하고, 웹소설 보기도 하고, ...

오전 12:00 -> 집으로 간다. 한 건 없는데 배는 고파져서, 일단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간다. 주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이다.

오전 1:00 -> 가벼운 야식을 마치고 불을 끈다.

오전 4:30 -> 조금 피곤하긴 한데 핸드폰 좀 했다. 채팅방에서 떠들기도 하고... 웹툰 웹소설 또 보고... 유튜브는 안 봤지만 이것저것 많이 봤다. 슬슬 눈이 감길 정도로 피곤해서, 자야겠다. '지금 자면 2시간은 잘 수 있다...'

오전 5:00 -> 그래도 욕구해소는 포기할 수 없다. 피곤함을 참고 하느라 좀 오래걸렸다. 뭐 1시간 반 정도는 잘 수 있겠네... '독서실이나 학교에서 자겠지만 뭐 하루에 10시간을 자더라도 14시간이 남지 않는가? 그중 절반만 공부해도 충분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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