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이맘때쯤에 나의 어느 하루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520881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되었습니다. 원고료 지급 없이 작성되었습니다)
아침 6:30 -> 아버지가 깨워줘서 일어난다. 난 무척 피곤해하면서 차려주신 아침상으로 간다. 새벽 4시까지 핸드폰하는 통에 잠을 거의 못 잤기 때문이다.
아침 6:50 -> 피곤해서 별로 입맛이 안 돌지만, 어찌됐건 아침을 먹는다.
아침 7:10 -> 씻고, 교복을 입고 현관을 나선다. 비오는 날이면 더 빨리 출발하거나 뛰었어야 지각을 면할테지만, 오늘은 자전거를 타면 된다.
아침 7:30 -> 학교 교실 내 책상에 앉는다. 요즘 아침부터 물리 모의고사를 푸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딱히 수능 시간표에 맞는건 아닌데 아무렴 어떤가. 최근에 산 수능 시계로 시간을 재면서 한 회차를 풀어본다.
아침 8:00 -> 어느새 담임이 교탁에 와있다. 채점해보니 44점...이 아니고, 찍어서 맞춘 거, 직관적으로 때려맞춘거를 빼면 35점이다. 답지를 보면서 다음부터는 비역학을 안 틀려야겠다고 생각한다. 역학? 시간만 있으면 다 풀 수 있는 건데...
아침 8:20 -> 대략 오답이 끝났다. 물리 모의고사 한 회분을 또 시작한다. (아직도 생생하다. 2018년 5월 더프였다.)
아침 8:50 -> 충격이다. 찍어서 맞춘게 두문제, 그런데도 17점. 회의감이 든다. 그래도... 찍은거 포함이지만... 그동안은 40점대 꾸준히 받았는데.
아침 9:00 -> 내가 아는 모든것을 다 버리기로 했다. a4 한장을 꺼냈다. 그동안 풀어놨던, 약 10회분의 사설 모의고사에서 내가 틀린 문제들을 보면서, 정리했다. 뭘 먼저 생각했어야 하는가,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되는가. 등등..
오전 11:00 -> 다 했다. a4 반 페이지 정도를 채운 것 같다. 친구들에게 내가 17점 맞은 걸 떠벌린다. 기만이라고 하는 반응이 주류이다.
오후 1:00 -> 4교시는 그 5월 더프를 마저 오답하고, 점심도 먹었다. 그 a4는 무시하고 다시 물리 한 회분을 더 풀어본다.
오후 1:30 -> 다행히도, 44점이었다. 찍은걸 포함한 점수다. 찍은 문제, 찍은 선지에 대해서 뭘 생각했어야 하는지, 내가 뭘 몰랐는지 정리했다. 주로 비역학에 한해서.
오후 1:50 -> 마저 오답을 하는데, 역학이 답답했다. 뭘 어떻게 풀지? 그러다가 친구가 불러서 이 문제 아느냐고 했다.
오후 2:30 -> 놀랍게도 전혀 몰랐다. 기출문제인데, 내가 아는 건 "이 문제 어렵다" 밖에 없었고, 오히려 그 친구에게 물어봤다, 어떻게 푸느냐고. 너무 충격적이게도 충격량을 활용하면 아주 쉽게 풀리는 문제였다.
오후 3:00 -> 몇년전 킬러조차도 못 푼다! 올해 6평 물리 문제 조차도 모른다! 내 현주소를 알게 되었다... 멘탈이 흔들려서, 원래 하루에 물리 실모 4~5회분을 풀려던 것을 3회분만 풀고 말았다.
오후 5:00 -> 학교 끝나고, 독서실로 왔다. 나는 1인실을 썼다. 사물함에서 오래된 책을 하나 꺼냈다. 메카니카이다. 내가 도저히 못풀겠던 역학 유형 하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있었다. (인강이라는 걸 단 한번도 안 들어봤어서 독창적인지 흔한지는 모른다)
오후 6:00 -> 물론 새로운 관점 하나를 접했다고, 바로 문제가 쉽게 풀릴리 없다. 마침 저녁 시간이니, 풀던(쳐다보던) 문제 바로 포기하고 저녁을 먹는다.
오후 8:00 -> 저녁 먹으면서 잠시 핸드폰한다는게 그만 이 시간까지 길어졌다. 다시 독서실 책상에 앉는다. 1인실은 독방처럼 되어있어서 어두웠다. 밥 먹은 직후여서 그런지, 졸음이 온다. 좀만 자고 포기했던 문제를 마저 풀어봐야겠다...
오후 11:00 -> 아, 잠을 조금 잔다는게 3시간을 곤히 자버렸다. 오픈카톡방에 이 사실을 떠든다. "속보) 현역 오늘 순공 3시간 ㅋㅋ 인생 좆망 ㅋㅋ"
기만이라는 반응을 즐기며 핸드폰을 한다. 웹툰 보기도 하고, 웹소설 보기도 하고, ...
오전 12:00 -> 집으로 간다. 한 건 없는데 배는 고파져서, 일단 편의점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사간다. 주로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샌드위치이다.
오전 1:00 -> 가벼운 야식을 마치고 불을 끈다.
오전 4:30 -> 조금 피곤하긴 한데 핸드폰 좀 했다. 채팅방에서 떠들기도 하고... 웹툰 웹소설 또 보고... 유튜브는 안 봤지만 이것저것 많이 봤다. 슬슬 눈이 감길 정도로 피곤해서, 자야겠다. '지금 자면 2시간은 잘 수 있다...'
오전 5:00 -> 그래도 욕구해소는 포기할 수 없다. 피곤함을 참고 하느라 좀 오래걸렸다. 뭐 1시간 반 정도는 잘 수 있겠네... '독서실이나 학교에서 자겠지만 뭐 하루에 10시간을 자더라도 14시간이 남지 않는가? 그중 절반만 공부해도 충분하다.' 라고 생각하면서 잠에 든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ㄹㅇ뇨이…
-
오늘 이 글 쓴 이후 오후 10시 40분 전에 내가 들어오는거 발견해서 댓글달면...
-
암페타민, LSD,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대마), GHB, 메틸페니데이트, 케타민,...
-
안 풀리는 문제 딱히 시간 정해두고 끊기보단 그냥 딴 생각하게 되고 문제에 대한...
-
2천덕 2
아무도 2번 투표 안하면 25분까지 첫 댓글
-
1월 중순부터 시작한다고 하긴 했는데.. 솔직히 초반에 집중 안되서 거의 한달...
-
국어 기출 분석 1
다들 국어 기출 분석 평가원 지문만 하나요?? 매월승리 푸는데 고1,2 기출이랑...
-
저번주 월요일시작 수1 정답률 75 % 수2 84% 원래 5일잡고 풀랬는데 이번에...
-
본인 중딩때 1
옆집에 지상렬 닮은 본인 학교 역사쌤 계셨음 근데 코로나 터지고 이사하심 ㅠ
-
방 치워야지 7
개판이네
-
스카 자리 잡고 앉았는데 맞은 편에 어떤 어른이 노트북 쓰고 계심 노트북존이었어서...
-
"다음 수능이 반년이 남았다는것"
-
나 매일 관독 가기 전에 화장함 20분 투자 그래서 20분 일찍 일어남 물론 풀메는...
-
인증해주세요 10
넵
-
지금은 거의 다 끊어가요.. 대학가기 전까지 완전금연이 목표
-
몇수를 하든 수능을 망쳐도 망한인생은 없다. 주체적으로 살아가자 나라는 주체로...
-
항상 이게 고민인데 원래는 답 안봤긴 한데 솔직히 이게 이러다 보니 엔제가 끝나는...
-
근데 저거 담배 0
우리 아빠가 저거보다 10배 이상 많이 폈을거라 솔직히 엄청 놀랍진 않음 아빠...
-
비 그친 뒤에 약간 쌀쌀한 바람과 어깨동무하며 오는 흙냄새 나무냄새 풀냄새 진짜 좋지 않나요 ^~^
-
동네친구라 안지 ㅈㄴ 오래돼서 아이스티 하나 뽑아서 벤치에서 한 10분...
-
물어볼곳이 딱히없어서……
-
현역시절..
-
수분감 한바퀴 돌리고 한번더 풀려합니다 이동훈기출 한완기 고려중인데 더 있을까요.....
-
뭐라는지 모르겠어 다시 지구로 넘어가야 하나...? 실모 21점 맞음...ㅠ
-
뻘글 하나 써보자면 10
사랑은 쉽지 않더라구요....하... 내가 좋아하는 애는 내 친구랑 사귀고 정작...
-
ㅋㅋㅋ
-
기록용 2
지인선n제 1회 55m 11/11 2회 83m 11/11 3회 73m 11/11...
-
수능판에 없는 나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
오모오모~
-
관심없음말고 다른 이유없나
-
나 아직 말하는 감자라고 오ㅑㄹ케 시간이 빠른거야 흐어엉
-
ㅂㅂ
-
투표부탁드립니다 0
본인 재수해서 인하대 왔는데 3반수해서 건대 목표로 할까 생각중입니다 경영학과...
-
실모 한회분당 5만원 6만원에 팔던데 진짜 이게 뭔가 싶음
-
자기 전에 무물 24
암거나 질문 ㄱ 개같은 질문 환영
-
저는 현역이 이고 자퇴생.. 부모님한테 뭔가 죄송해서 정말 열심히 살고있어요.....
-
정작 게정 만들고나니까 칼럼쓰던 사람들은 다 없어져버렸어
-
맞팔구글, 실모 난이도 평가글 같은게 많이 올라와야됨 나같이 순도 0퍼 뻘글...
-
오르비에 오랜만에 글쓰네요 다들 오랜만입니다 대학생활 하다가 문득 반수 생각이...
-
노베때 생명 유전파트 듣고 바로 드랍하고 그때는 사탐이 있는 지 몰라서 일단 지구만...
-
나는 엄준식이다.
-
플필 바꿨당
-
공부 개잘하는 칼럼러 옯창이길...!
-
4규 미적 0
미적 미분파트에 21번인가 오류 하나 있지 않아요? h(t)가 (가)조건 만족하면...
-
(무료 강의) 4개월만에 4->1등급, 국어 이정표가 무료 비문학 세미나를 개최합니다 ! 0
안녕하세요 여러분 중하위권 전문 국어 선생 이정표입니다. 경력은 첨부 사진에 기재해...
-
작년에 단어 도합 50개도 안외운듯 반성중
-
오르비 망한이유 4
내가 덜구ㅏ여우ㅜ서
-
국어 4~5 인데 수국김만 들었는데 안맞아서 문학론 독서론이 땡기더라고요 독해력 좀...
+1
운 좋아서 한번에 오긴 했는데.. 아무래도 +1될 확률이 크긴 했죠
제가 현역때 저러다 +n중입니다..부럽읍니다 ㅜㅠ
아니 이렇게 사셨는데 대학을 가셨다고요??!?1? 저보다 심한데 ㅋㅋㅋ
수시 덕 좀 보긴 했죠. 정시로는 지금 대학을 추합이나 했을까..
아.... 보니까 ㄹㅇ 재능충이셨네ㄷㄷ
진짜 현역때 하루 2시간도 안하다가 반수하려니깐 너무 힘듦 ㄹㅇ...
하루 2시간도 안 하던...? 엄청 성실하시네요 ㄷㄷ 저는 대학 와서도 그냥 멍-한데
얘 왜 내 친구같냐 ㅋㅋㅋ 수원사니 혹시?
근데 님들 충격적인건 이분보다 공부안하는 혀녀기들 은근 많음
재수생도 아주가끔 보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