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고 조경민 [875628] · MS 2019 · 쪽지

2020-09-23 13:23:17
조회수 4,797

9평 국어 22번 이의제기에 대해 + 은밀한 재정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306916

얼마 전 22번에 대한 이의제기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그 이의가 타당하지 않음을 간단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수험생은 그냥 재미로만 읽을 것







이의제기 내용


지문에 근거하면 모방론에서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1. 대상의 재현이여야 한다.

2. 그 재현이 닮은꼴이여야 한다.

라고 볼 수 있는데 2번 선지는 재현하기만 하면 예술 작품으로 인정한다고 했으므로 2번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틀린 선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지문에서는 재현뿐 아니라, 그 '재현이 닮은꼴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한 것이었는데,


2번 선지에서는 재현하기'만'하면 예술이라고 했으니


보조사 '만'을 잘못 써서 틀렸다는 얘깁니다.



그럴듯하죠? 그러나 이 이의제기가 타당하다고 보지 않는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문의 '재현'과, 선지의 '재현'은 다릅니다.



지문의 문장을 다시 보죠.


모방론은, 대상그 대상의 재현이 닮은꼴이어야 한다는~


여기서 '대상'은 뭐고, '그 대상의 재현'은 뭐죠?


네, 맨 윗줄을 봤다면 알 수 있듯


'대상'이 자연이고 '그 대상의 재현'은 예술입니다.

(이런 읽기가 잘 안 된다면 https://orbi.kr/00031467438)


지문에서 명사로서의 '재현'은 그냥 '예술 작품'으로 치환하여 읽어도 됩니다.




그럼 2번 선지에서의 '재현'은 어떨까요?


여기서 동사로서의 '재현'은 '모방'과 같은 말입니다.


'모방을 필수 조건으로 삼지 않는 낭만주의 예술가'가 


'대상을 재현하기만 하면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는'='모방을 필수 조건으로 삼는'


모방론자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죠.


여기서의 '모방'은 재현의 투명성 이론이 전제된 것이고, 


선지의 '재현'은 '닮은꼴'이 이미 가정된 것이라 읽는 것이 문맥상 옳습니다.


거시독해가 안되는 상황에서 너무 미시독해에 힘을 쏟으면 안되는 이유입니다.




아니 선생님, 지문하고 문제에서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쓴다는게 말이 되나요? ;;


유감이지만 말이 됩니다.




기출을 통해 예시를 볼까요?


15 6월 B형입니다.



처음의 '관계'명제들 사이에 갖는 정합적 관계인데, 


이 '관계'가 뭔지를 정의하는 것이 '모순 없음'과 '함축', '설명적 연관'의 세 입장입니다.



두 번째 '관계'는 '모순 관계'로,


두 명제가 갖는 논리적 관계를 뜻합니다.



세 번째 '관계'는 앞선 '관계'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의미상 관련이 있음'의 의미입니다.



선지를 볼까요?




이거 맞는 선지였습니다. 


정합설은 '모순 없음'이 포함된 상위 개념인데,


'모순 없음'은 지문에서 '관계가 없는 명제들도 참이 될 수 있다'라고 했죠.


어? 그러면 관계가 기준 아닐수도 있는거 아니에요?


라고 말할 수 있는데,


'모순'이라는, '동시에 참이 될 수도 없고 또 동시에 거짓이 될 수도 없는 명제들 사이의 관계'는 쓰잖아요.

(사실 1번 선지의 관계는 정확히 말하면 처음의 '정합적 관계'를 말하는 것입니다)





같은 단어는 둘 이상의 뜻으로 쓸 수 있습니다.


같은 단어를 다른 뜻으로 사용하는 것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국어'와 더 가까운게 사실이죠.


다만, 모평에는 이런 예시가 꽤 있습니다만 수능에는 이런 식으로 서술하는 경우가 거의 없긴 해요.


수험생들은 그냥 재미로 읽으시고 너무 깊게 들어갈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ㅋㅋ


이런 부분에서 등급이 갈리는 문제는 더더욱 아닐 것 같구요.


그냥 제가 쓰고 싶어서 쓴 글이지만


혹시 재밌었거나 도움이 되었다면 좋아요나 팔로우 부탁드립니당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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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언대 · 981836 · 20/09/23 13:24 · MS 2020

    저 말고 다른 사람도 이의제기 했나요 선생님?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0/09/23 13:24 · MS 2019

    쪽지는 안 왔는데 찾아보니까 좀 있더라구여 ㅋㅋ

  • 안녕​ · 840539 · 20/09/23 13:26 · MS 2018

    와아앙 어려운거다
  • 심프_✨ · 811076 · 20/09/23 13:28 · MS 2018

    추민경

    저거 제거 읽어보셧나용 ㅎㅎ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0/09/23 13:31 · MS 2019

    앗 이 얘기 심프님두 하셨나요

  • Pride 2020 · 916588 · 20/09/23 14:14 · MS 2019

    필요충분조건으로 받아들였는데 맞나요?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09/23 14:29 · MS 2003

    '대상을 재현하기만 하면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는'은, 재현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하기 위한 충분조건이라는 서술 아닌가요? '만'이 '~이어야만' 꼴일 때는 필요조건이지만, '~하기만 하면'일 때는 충분조건의 강조니까요.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09/23 14:30 · MS 2003

    자기참조적(?)이긴 하지만, 'A이기만 하면 B이다'의 해석에 대해서는 제가 아래에서 정리한 적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lu0m54pCEE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0/09/23 14:44 · MS 2019

    넵 저도 충분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 낭만주의 사조와 모방론을 대비시켜서 읽는 것을 강조하려다보니 표현이 엄밀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선생님:)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09/23 15:11 · MS 2003 (수정됨)

    제가 이의제기 게시판에서 봤던 이의제기 취지는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1. 지문에서 모방론은 모방을 예술의 필요조건(필수조건)으로 본다.
    2. 22번의 ②는 모방론이 재현을 예술의 충분조건으로 주장했다며 비판한다.
    3. 따라서 22번의 ②는 허수아비 공격이의 오류이므로 적절한 평가/비판이 아니다.

    저도 해당 문제에 대한 영상을 준비 중이었던 터라, 제 의견은 추후 유튜브 등에 올려보겠습니다. :)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0/09/23 15:24 · MS 2019

    챙겨보겠습니다ㅎㅎ 개인적으로는 저 이의제기 본 순간 과외 학생이 정합성 지문 질문 했던게 생각나서... 은밀한 재정의랑 엮어서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해황쌤은 어떻게 해설하실지 궁금하네용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09/23 15:28 · MS 2003

    정합성 지문에 대한 설명은 제가 이해를 못했습니다. '관계가 없는 명제들도 참이 될 수 있다'는 지문에서 긍정되는 것이 아니라, 귀류법 논증의 전제로서 불합리한 문제점으로 제시된 것 아닐까요?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0/09/23 15:29 · MS 2019

    ‘모순 없음’이 ‘관계가 없는 명제들’도 정합적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fact이자 문제점 아닌가요? 여기서의 ‘관계’는 지문의 다른 ‘관계’들과 다른 의미이구요.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09/23 15:36 · MS 2003 (수정됨)

    관련 없는 명제도 참으로 판정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라고 표현됐다고 봅니다.

    1. 정합적=모순없음 → 관련 없는 명제도 참으로 판정
    2. ~관련 없는 명제도 참으로 판정
    3. 정합적≠모순없음

    이런 맥락으로 보면, '모순 없음'은 '정합적'이기 위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즉, '모순 없음'을 '정합적'의 정의(필요충분조건)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정의인 '함축'을 살피는 것이고요.

    물론 '모순 없음'이 참인 명제를 과다포함한다면, '함축'은 참인 명제를 과소포함하는 문제가 발생하므로, 두 개념 모두 정합적의 정의로 기능할 수 없습니다.

  • 성남고 조경민 · 875628 · 20/09/23 15:49 · MS 2019

    저도 그 부분은 선생님과 똑같이 보았습니다! 다만 '관계'의 의미가 지문 내에서 다르게 드러남을 집중해서 보고 싶었습니다.

    '모순'이 동시에 참이 될 수도 없고 또 동시에 거짓이 될 수도 없는 명제들 간의 '관계'라고 제시되고, '모순 없음'에서도 이 모순/~모순의 '관계'가 사용이 된다고 했는데, 지문에서는 '모순 없음'의 정의에서 '관계가 없는 명제들'도 정합적으로 판단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뒤의 '관계'는 선생님께서 '관련'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뒤의 '함축'과 '설명적 연관'에서 반영되는 부분이며, 지문의 앞에 나온 '관계'라는 단어와는 의미가 다르게 보입니다. '관계가 없는 명제들'로 지적되는 예시도 '모순이 발생하지 않는 관계', '모순없음의 정의에서 정합적으로 판단되는 관계'는 지니고 있지 않나요?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리겠습니다 :)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09/23 15:54 · MS 2003

    'A인 관계', 'B인 관계'라는 표현에서, '관계'가 각각 A와 B에 의해 제한(구체화)된다는 의미라면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있습니다.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10/31 21:50 · MS 2003

    오늘 올렸습니다. :)
    --
    논리학 배워서 더 틀린 문제..
    https://orbi.kr/00032891673

  • Pride 2020 · 916588 · 20/09/23 14:55 · MS 2019

    선생님 질문 드려도 괜찮을까요?

  • 이해황T(국어의기술) · 27444 · 20/09/23 15:37 · MS 2003

    혹시 어떤 선생님을 가리키시는 건가요?

  • 허시 · 902931 · 20/09/23 19:58 · MS 2019

    강대 김용현쌤도 이의제기 하시던데...
  • 화1 · 966706 · 20/09/23 20:20 · MS 2020

    재현하기'만' 하면~ 이길래
    그런 내용은 없는 것 같다 하고 넘어갔는데
    정답 근거가 복잡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