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9-19 20: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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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회복기44)따뜻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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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삶을 살다가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의 지위와 직급, 혹은 경제적 목표나 문화적 가치를 폄하하는 뒷담화를 듣는다. 인간의 이해관계, 성격 등이 서로 충돌할 수 있으므로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가슴 한 켠으론 참 맘이 아프다. 남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더 칭찬해주고, 부각해주는 것이 이 세상이 아름다워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잘 알아서.


조한해정 교수 연구팀들의 공동저작, <노오력의 배신>이라는 책에서 이런 말을 했음을 기억하고 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청년들은 ‘노력’이란 말에 지쳐버렸노라고. 그리하여, 그들은 그것을 ‘노오력’이란 말로 힐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맞는 말. 죽자고 노력했는데, 죽자고 공부했는데, 이 사회의 중심으로 가긴 커녕, 가장자리로 내몰리는 형국이니,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가꾸어나갈 힘을 청년들이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저, 다같이 망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힐난하는 것만이 답이다. 


연구팀이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로 뽑았던 것은 충으로 끝나는 신조어였다. 맘충, 오유충, 급식충, 학식충 등등의 말로 서로의 직급과 지위를 맘껏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것은, 이 사회가 평화로운 기제로 가득한 광장이 아닌, 피와 욕설로 흠뻑 적셔진 광장이 되어버렸음을 알리는, 아픈 총소리이기도 하다.


세상은 무서워졌다. 길가를 거니는 초등학생들에게 맘씨 좋은 인사를 건네도,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세상이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혐오한다. 어쩌면, 이 모든 악의 근원이 역설적으로 ‘노력하면 다 될 것이다’는 명제가 아닐까, 난 생각하고 있다.


노력하는 청춘들의 잘못이 어디 있겠는가. 다만, 이 사회가 이들의 각오와 의지를 조금 더 높이 평가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또 노력하는 당사자들이 서로에게 상처주고 서로에게 독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그리하면 조금은 더 깊고 따뜻한 사회가 일찍 도래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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