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십수 [528779] · MS 2014 · 쪽지

2020-09-17 00: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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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평 국어영역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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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수능이 미뤄지는 것도 겪어봤지만, 모평을 볼 수 있느냐 없느냐로 시끄러웠던 적은 또 처음이었습니다. 여러모로 정신 없는 시국 속에서도 오매불망 기다렸던 9평 후기 시작하겠습니다.




(0) 총평 : 띠용? 띠용..? 띠용......


상상 국어 모의고사를 포함해서 실전 모의고사들을 검토하다 보면, 출제진이 실모 세트의 밸런스에 대해 정말 많이 신경쓴다는 걸 알게 됩니다. 특정 영역이 너무 어렵거나 쉬우면 실전을 대비하는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입니다. 검토를 반복 또 반복하고, 때로는 뒤집어엎기도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를 내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런데 평가원은 평가원이네요. 풀면서 감탄했습니다. 과한 지문과 선지 없이도 난도를 조절하고 세트 밸런스까지 갖춘 평가 세트를 만들었네요. 뭐 하나 너무 어려운 건 없지만 뭐 하나 쉬운 것도 없어서 거듭 띠용했습니다. 문법 영역을 풀다가 찾아온 이유 모를 뇌절에 원점수는 98점이라 부끄럽습니다. 6평과 더불어 꼭꼭 씹어먹어야겠습니다.


(1) 화작언 : 무난했던 화작, 당황스러웠던 훈민정음


화작이 너무 쉬웠죠? 1번부터 10번까지 다 풀고 나니까 8시 48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를 읽으면 정답 선지가 손 들고 나오는 느낌이 들 정도였기 때문에... 사실 여기까지 풀었을 때는 '으휴 6평도 쉽더니 9평도..' 라고 생각했는데.....


문법이 참 여러모로 당황스러웠죠. 11번은 EBS에 있던 개념이 그대로 출제됐습니다. 사실 저는 EBS를 아예 안 보는데 주말에 우연히 이 주제를 보게 돼서 기시감이 좀 있었습니다. 그런데 또 EBS를 보지 않았으면 못 풀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문법을 정확히 공부하려다 보면 다 보게 되는 주제라서... 12-13번은 독서 지문처럼 풀고 넘어갔고, 14번은 잠시 혼동이 왔으나 너무도 확실한 정답 선지 때문에 틀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15번... 사실 이 문제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왜 이렇게 냈는지 뭘 원하는 건지... 수능에서도 이렇게 낼 건지... 저도 뇌절이 와서 3번 찍고 죽었는데... 앞으로의 문법 공부 방향에 고민이 좀 생기는 문제이긴 합니다.


(2) 문학 : 나올 만큼 나왔던 작품에 나온 적 없던 선지


사실 다른 지문들에 대해 굳이 언급할 필요가 있나 싶긴 합니다. 16번의 '개괄적 제시'와 같은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기는 했겠지만 정답을 고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고, '심청전'은 무난했으며, 현대시 문항 세트 또한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번 문학 영역의 백미는 38번~42번 문항 세트였는데요. 사실 시험지를 받아보고 파본을 확인하면서 '만흥'이 출제됐음을 확인하면서 특별히 어려울 건 없겠구나, 싶었습니다. 기출이 안 됐던 작품도 아니고, 많은 사설 모의고사와 콘텐츠를 통해 지겨울 만큼 만나봤기 때문에 쉽게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당장 38번부터 힘들었습니다. 눈으로 슥슥 풀다 보니까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39번부터 풀까 했더니 39번도 난감했구요. 꼼꼼하게 작품을 파악하지 않으면 쉽게 선지 판단을 할 수 없는 문제들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EBS 학습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됐는데, 내신처럼 특정 작품을 달달 외우는 식의 공부법은 이제 지양해야겠습니다. 오히려 개괄적인 내용을 정리한 후에 기출 문제를 통해 고전 작품 풀이에 대한 근본 실력을 높이는 방법을 택해야 할 것 같아요. '만흥'을 열심히 정리했다고 해서 38~39번을 쉽게 풀 수는 없었을 겁니다. 앞으로의 고전 공부 방향에 대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네요.


(3) 독서 : 나랑 너랑 얘랑 쟤랑 걔랑 


16~21번 '예술의 정의와 비평'

이제 (가)+(나) 구조는 수능에서도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사실상 4지문 비문학 체제로 접어드네요. 유기적으로 연결된 두 지문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개념어들을 비교/대조하는 문제들이 출제됐습니다. 비단 이 문항 세트뿐만 아니라 독서 영역 전체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는데요. 이런 유형의 독서 지문을 많이 접해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정작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은 지문인데 정보가 다양하게 뻗어가다 보니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아요. 정신 바짝 차리고 항목화하는 작업을 꼼꼼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26~30번 '행정 입법의 유형과 특징'

법 지문치고 용어가 어렵지 않았고 내용 또한 무난했습니다. 문항으로서의 특징은 같은 층위의 개념을 비교하는 것뿐 아니라 상하위 개념까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었는데요. 만약 이런 유형이 경제학이랑 연관된다면... 좀 끔찍하겠네요. 법으로서의 상하위 개념과 전체 국민과 특정 지방의 주민을 나누는 상하위 개념 등 여러 개념을 적절하게 분류하고 비교/대조할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했습니다.


34번~37번 '항미생물 화학제의 종류와 특징'

코로나 시대에 방역 지문이라니! 레트로바이러스는 작년 수능 때 써먹었으니 이번에는 방역 지문이 나온 걸까요? 역시나 상하좌우 개념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면서 비교/대조하는 문제였습니다. 적용해보는 <보기> 문제가 하나뿐인 건 이걸로 난도를 비교적 쉽게 잡아줬다는 건데... 이미 앞에서 많이 맞고 왔기 때문에 쉽게 느껴지지 않았겠죠? 시간만 있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많이 두드려 맞은 시험이었는데요. 멘탈 부여잡고 남은 77일 열심히 공부하고 다들 수능에서 좋은 결과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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