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9-15 10: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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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회복기43)약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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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 다니는 것이 익숙해졌는지, 항상 돈을 쓰는 날이면 책을 사는 버릇이 고스란히 지방에도 퍼진 것 같다. 오늘 산 책은, 신카이 마코토의 <날씨의 아이>. 


영화는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모든 것들을 알려주는 카메라 문학이지만, 소설은 호다카의 간절함을 그가 직접 말하고, 히나의 슬픔을 그녀가 직접 속삭이는 1인칭 시점의 문학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본 타키와 미츠하, 소설에서 본 타키와 미츠하는 같으면서 다르게 다가왔다. 순수하고 쾌활하지만 은근 내성적이고 꼼꼼한 미야미즈 미츠하는 소설에서 꽤 덤벙대는 여고생처럼 내게 다가왔고, 밝지만서도 욱하는 성질이 있던 타치바나 타키는, 소설에서 꽤 섬세한 소년으로 내게 다가왔었다.


사실, 이것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의도했다기 보다는, 그가 소설 <너의 이름은> 작가 해설에서 말했듯, 이것은 시점의 차이로오는 미묘함이다. 무튼, 그래서 이 책을 산 이유는, 또 다른 히나와 호다카를 만날 수 있지 않나하는 기대감. 이 세상에 그와 그녀와 같은 남고생, 여고생이 존재하고 있음을 추문으로 만드는 문학의 그 섬세한 아픔을 조금 더 느껴보고 싶어서.


다만,


구슬피 울려퍼지는 래드윔프스의 노래없이, 날씨의 아이의 사람들을 내가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그들을 반겨야 할까. 그걸 조금 더 생각해보고 책을 펼쳐야 겠다. 사람을 만나기 전엔 무릇 나 자신을 가꾸어야 하는 법. 조금 더 순수하고 반가운 마음으로그들을 맞이하고 싶다. 정신과를 나오는 길에 이 책을 산 것은, 그 순수함과 따뜻함이 내게 더 고스란히 왔으면 하는 바람 때문인가.


히나, 호다카. 조금 이따가 보자. 내가 몰랐던 너희들만의 세련된 순수를 잘 보여주렴. 그림을 그리듯, 아주 차분하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에서 너희들이 잘 호흡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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