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9-06 23:04:53
조회수 158

잘자라구해주세요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020905

어둔 바다를 쓸쓸히 표류하는 우린, 그저 작은 돛단배. 밤은 황혼을 지나, 빛이란 위로를 쏘아주지 않고, 달은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아.


단단히 배를 부여잡아야 했다는 후회만을 바다에 담구어둔 채, 우리는 그저 흘러내려가고 있어. 푸른 바다의 밝음도, 그 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의 꼬릿빛도, 그 무엇도 보이지 않아.


하늘에 있음직한 어두움이 나를 받치고 있어. 고개를 들어보아도, 고개를 내려보아도, 색없는 사물들로 가득 찼어. 어디로든지 가야할 수 있다지만, 어디로든 갈 수도 없어. 어쩌면, 그 패러독스는 지극히 당연한거야. 


하지만, 흘러 내려가다보면 아침은 와.

잔인함을 생기의 회로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찬스.


나는 다만, 어두움을 전도시키기 위해 그에 몸을 맡기는 너의 배를 비춰주려 어떻게든 먹구름을 헤엄치는, 북극성이 되고 싶어.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