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9-05 23: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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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회복기33)젊음은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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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으로 탁구공의 횡 측을 깎아서 상대 테이블에 갖다대는 서브를 횡회전이라고 한다. 사실, 국제 탁구대회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서브라고 할만큼, 이 회전은 선수들에게나, 탁구를 좋아하는 생활체육인들에게나 흔한 구질이다.


그러나, 누구나 다 이 회전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횡상회전, 횡커트회전, 횡회전 모션 너클 등의 다양한 구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적어도, 몇 천 번, 많게는 1만번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야구 선수들이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 등의 구질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팔을 혹시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탁구공에 접지시키는 그 감각만 익혀놓으면, 수많은 공격 루트가 탄생하고, 자신만의 탁구에 고유한 옷을 입힐 수 있는무한한 가능성이 주어진다. 


난 삶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분명 삶은 자신만의 의지대로,자신만의 색깔대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학창시절 때 배운 실존주의 철학의 가르침이 아닌가? 식물은 식물의 색이 있고, 동물은 동물의 가죽이 있듯, 인간은 이성이란 색다른 무기가 있는 것이다. 그것으로 우리는 우리 존재를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하이데거 철학으로 말하면, ‘염려’ 내지는 ‘마음씀’일 것이다. 


한데 탁구의 공을 횡으로 접지시키는 감각, 직구와 커브의 감각처럼, 본래적인 삶을 살아가는 감각은 보편적이지만서도 누구나 익힐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제 아무리 자신의 선이 주어진다한들, 자기가 그를 보지 못하면 끝이다. 내 고유함을 인식하는 것은 치열한 성찰 끝에 가능하다.


수만번의 회의와 자기긍정을 위한 생의 발악을 통해서 비로소 한 생명의 고유한 의미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그것을 이 세상에서 ‘자존감’이란 말로 요약하곤 한다. 젊음이 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공부? 취업? 


내 생각엔 그것은 젊음의 파생물이지 젊음의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 젊음이 바라보아야 할 것은 그 자신의 본래적인 의미 자체다. 나 자신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 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감각. 바로 그것이다. 때론 미친놈처럼 트럭 밑에서 술 퍼마시고 드러눕기도 해보고, 때론 술자리에서 애늙은이 정치 토론을 해보고, 때론 교수의 따분하지만 가슴을 적시는 한 마디를 이해하기 위해 독서실에서 일주일 간 밤을 새보기도 하는 것.


그것이 젊음이 가야 할 방향이다. 생명의 의미는 그렇게 탄생한다. 자신의 이데올로기와, 자신의 방향성을 스스로 정하는 굳건한 주체성을 기를 수 없다면, 젊음의 가치는 필시 늙음과 다르지 않다. 분명 젊음은 위대하다. 그러나, 왜 위대한가?


지금 이 세상에서 살아 숨쉬는 젊음들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나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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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늬바람° · 910816 · 20/09/06 00:10 · MS 2019

    평생 가져갈 그 자산을 쌓는 시기가 청춘이겠지요 이렇게 깊게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지는거 같아요
    공쥬님도 오늘 좋은 밤 되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