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회복기27)살아도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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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죽을 것인데 난 왜 살고있는 거야?
처음 이 질문을 던졌을 당시엔, 중학교 2학년. 한창 사춘기라는 땀에 흠뻑 젖었을 때. 답은, 인연. 그냥, 부모와 친구가 그 당시엔 내겐 너무 소중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뭐 살아있는데.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고.
그냥 눈이 떠지니까, 이왕이면 인연을 만들어가면서 행복해지면되는 거지.
근데, 이 답이 완전히 깨져버린 지는, 사실 얼마 안 되었다. 공황장애와 우울에 걸린 내가 나에게 하는 반박.
인연이란 것을 죽을 때 들고 갈 수 있어? 그것도 의미없는데?
그럼 넌 왜 사는 거야? 의미없는 걸 삶을 살아가는 내내 좇겠다고? 그럴 바엔 그냥 죽는 것이 낫지 않아? 삶은 외롭고, 부박하고, 춥고, 가난한 거잖아. 도대체 왜 사는 거야?
이런 사고회로, 내지는 스스로를 향한 공격에 처절히 무너졌다.
이것이 결국 내 공황을 일으키는 주범이 되었고, 가치관 중심에 행복을 두었던 나의 굳건함이 한순간에 먼지가 되어버리는 잔혹함을 초래했다.
정신과 약을 먹지 않고서는, 이 잔인무도함을 버틸 수 없었다.
약을 복용하고, 더 이상 이 잔인함이 내게 스며드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요양에만 신경을 쓰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 잔혹함을 기회로 만들어 아예 이참에, 내가 살아도되는 이유를 확립하고 싶었다.
-어차피 죽을 건데, 왜 살아?
참으로 부박해보이지만 어떤 한 측면에선 상당히 난잡한 이 질문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답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얼마 전에 답을 찾은 것 같아. 내가 생각하는 답은 일단 이거.
나는 소멸하는 순간 없어지겠지만, 그러므로 내가 죽음의 존재가능성으로 치닫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추겠지만, 아직 이 땅에 살아 숨쉬는 이에겐 내가 ‘의미’로 남을 수 있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은, 곧 누군가에게 나의 삶이 남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거야. 그래서 죽음의 운명에 처한 세계적 존재자들은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 치열함을 죽는 순간 저승으로 들고갈 수는 없겠지. 한데, 그 뜨거움은 분명 이 땅에 새싹이 되어줄거야. 그렇게 우리들은 누군가의 기억, 추억에서 숨 쉬게 되겠지.
꼭 숨을 내뱉어야 살아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우리가 죽게 되더라도, 우리 삶의 의미는 어떤 식으로든 이 땅에 남아. 그러니, 죽을 듯이 살아가자. 어떻게든 우리 생을 붙잡고, 살아, 살아, 살아가서, 살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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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삶의 의미에 대해 지금까지 내린 나름의 답이 이거였어요 세상에 나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고 후대 사람들이 그걸로 나를 떠올려준다면 의미있는 삶 아닐까..후손을 남겨 유전자를 전달하려는 본능이나 자신의 사상을 퍼뜨리고 사람들이 그에 동조하도록 끌어모으는 것도 다 똑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는거 같아요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랑 같은 답이라니! 언젠가 또 무너질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이 답안은 꽤 강력하단 생각이 들어요! 죽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품 속에선 :-) 항상 감사드립니다 꾸벅 (__)어차피 누구나 다 죽지만 이왕 태어난거 ㅋㅋ
한번 제대로 잘 살다가야지
하는 생각..입니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에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