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ELic [970072] · MS 2020 · 쪽지

2020-08-31 23:49:13
조회수 1,403

(스압) 고1이 의대 정원 확대를 바라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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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고1이 이렇게 글 올려봅니다.


아직 저는 너무 어리고, 경험한 것도 적습니다. 그래서 글 내용도 형편없을 수 있고, 경험하지도 않은 것을 미리 비관하는 제 태도에 화가 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꼭 끝까지 읽고 댓글로 의견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의견 나눌 가치도 없다 싶으시면 그냥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한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주세요. 원래 무플이 악플보다 무섭습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이번 의사 파업을 찬성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겠지만
각자 자신의 입장에 대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지만 내가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써 봅니다.


의대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가는 곳이죠. 그러니 교육부터 짚고 갑시다.


핑계대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입시를 경험하는 중인 한 명의 학생으로서 현재 교육은 영 제정신이 아닌 거 같습니다.


이 시국에도 대치동은 학생이 넘쳐나고... (저도 다니고 있으니까 할 말은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입학설명회 한다 하면 학부모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 계셨죠...


그리고 수시든 정시든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육체적•정신적으로 학생을 갉아먹습니다. 성적 비관으로 인한 자살도 자주 언급되곤 하죠.


그리고 입시 끝나면? 대학 입학하면? 행복한가?
라고 물으시면 그것도 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뭐 당연히... 중대한 과업을 끝냈으니까 기쁜 게 당연합니다.


그리고 고3 끝나면 성인이니까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거고...


그런데 아직 성인은 커녕 고3도 안 된 제가 감히 생각을 말하자면


대학에 가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 때 꿈꿔왔던 이상의 실현을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거죠.


예를 들면 연애라든가...


학생 때 하고 싶은 거 참고 공부만 하다가 대학 가서 이성을 뚝딱 사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령 사귀더라도 감정을 주체 못 하고 사고 치는 경우도 더러 있죠...


학생 때 요구했던 것과 다른 요소들을 필요로 하는 캠퍼스 라이프에


일부 학생은 포기한 요소
(ex ) 개인 취미, 이룰 수 있던 인간관계 등등)에 비해서


적은 보상을 받을 것이고


이는 결국 그들 자신에 대한 비관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어디까지나 뇌피셜이지만요)


다시 의대 얘기로 돌아와서!
의대는 이 대학 중에서도 차별화된 곳이죠.


취업 백퍼 보장... 안정적 미래 또한 보장..

게다가 전문직입니다. WoW


하지만 그만큼 상상을 초월하는 준비와
많은 것을 포기할 용기와 멘탈이 필요합니다. (저는 의대 지망생은 아닙니다. 간접경험...)


우리나라에서 신급으로 대우받아 왔던 전문직 타이틀 하나 때문에...


그것만 보고 중딩? 심하게는 초딩 때부터 압박받으면서 준비하고


나름 수학 천재, 과학 천재라고 불리는 학생들도 의대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죠.


그런데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은?
의대 정원 확대, 의사 = 공공재, 공공의대...


공공의대는 너무 뭐 같으니 논외로 치고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말해봅시다.


의대 정원을 더 늘린다?

이러면 현재 의대생들이 입학하면서 한 많은 경쟁들은 뭐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정말로요.


자기 바로 아래 입학생보다 노력한 총량은 많은데
대우는 똑같은 것이니...


그리고 의사 = 공공재 라는 인식이 여기에 결합되면

의사의 지위는 미래 보장 전문직에서


'되는 건 힘든데, 졸업하고도 경쟁만 빡센 직업'으로 바로 추락할 것입니다.


정말 의학에 뜻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고연봉, 사회적 지위만 보고 노력한 학생들은 청천벽력 그 자체일 수도 있죠.


그리고 의대 정원 증가 이유 중 비인기과 의사 부족 해결도 있는 걸로 아는데,


증가한 인원 중 비인기과 가는 애들은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러면 돈, 명예만 보고 의대 오고, 산부인과, 외과 안 가고 정신과, 피부과 간 게 잘못인가? 적폐인가?


10대를 싹 바쳤는데 그 정도 보상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아도 그 노력을 해서 의대 가면
화려한 연봉이 나를 감싸는 정신과, 피부과 갈 겁니다.

(정신과, 피부과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인기과의 예시 중 몇 가지일 뿐입니다...)


그런데 정부, 여론은 10대를 제물로 바쳐서 겨우 미래를 보장받는 의대생을, 의사를 적폐로, 지들 밥그릇만 챙기는 속물로 몰아가는 듯 합니다.


그것도 취업률 떡락시켜서 영재들도 의대 가는 사회를 만든 놈들이 말입니다.


제가 아직 학생이라서 편협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건 단순 밥그릇 싸움을 넘어서 과도한 입시 경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투견장 주인이 개들에게 "네가 이기면 고기를 주겠다" 라고 말하고


개를 굶기고, 자극해서 공격성을 높여 싸움에 내보내고,

막상 싸움이 끝나고 이긴 개한테는 고기를 안 주는 느낌...

물론 수험생은 사람이지, 개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상황에서는 모두 주인에게는 분노를, 개한테는 동정을 주지 않을까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기형적 입시 구조 속에 성공만을 꿈꾸고 의대생이 된, 며칠 전까지는 수험생이었던 사람에게


그깟 고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 개를 무시하냐,

이긴 개 중에서 다른 개를 쓰러뜨린 정도가 아니라 죽여버린 개도 있으니 저 개도 똑같다,


라면서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판단은 알아서... 각자의 관점은 다르니까요...


글에 첨부한 이미지는  이 (두서없는) 글을 쓰게 된 계기인 성명서입니다.


이번 파업에서 의대생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주목하는 경우는 거의 없던 거 같았는데,


이 글의 첫째 문단


'학창 시절부터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자신의 맡은 바 일을 묵묵히 실행하는 것을 미덕으로 알던


우리 전공의들이 제도를 벗어나 제도에 맞서겠다고 파업에 나섰다.'


에 감명받아서 이렇게 글을 써 봤습니다...

중2병이 이제 오나 봐요...


솔직히 내일 개학하니까 좀 혼란스럽기도 하고...


이런 주제로 말 할 사람도 딱히 없고...


만약 있어도 뇌에서 자꾸 사고가 꼬여서 말하고 싶은 거 반도 못 말할 거 같아서... 한 번 써 봤습니다...


끝까지 봤으면 의견 하나씩 적어줬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긴 글을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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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모더니즘 · 895253 · 20/08/31 23:51 · MS 2019

    정작 가라는 분야는 지원을 안하고…

  • 이게 맞다 · 790896 · 20/08/31 23:53 · MS 2017

    와우.. 고1이신데 생각이 되게 깊으시네요 내용과 상관없이도 멋있어요

  • ETELic · 970072 · 20/09/01 00:00 · MS 2020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국밥먹는초밥 · 923895 · 20/08/31 23:53 · MS 2019

    뭐 의대정원증가에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나, 많은 노력과 좋은 결과는 비례되는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노력으로 보자면 운동 선출들은 어떤가요 축구로 보면 초등학교 혹은 더 어릴때부터 엘리트로 운동을 하고 축구를 한 학생들이 수도 없이 있는데 그들중 그 노력에 비례한 보상을 받은 학생들은 얼마나 될까요?
    손흥민? 김민재? 아니 k리그1마저도 못가고 다른 길로 가는 이들이 수두룩합니다.
    초등학교때부터 경쟁하고 싸워온 아이들이라 하신다면 그러한 노력을 해서 설카포 공대를 간 친구들은 의대보다 노력을 덜해서 취업시장에 뛰어들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의대가 좋기때문에 경쟁을 해서 가는거지 경쟁을 해서 가니까 의대가 좋은게 아니라봅니다

  • 종합병원 · 898859 · 20/08/31 23:57 · MS 2019 (수정됨)

    마지막 문장 공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고 한국사회에서는 전문직+안전성+이른바 철밥통의 지위를 보장받는 면허의 여부가 같은 화이트칼라 직업군이어도 격을 나누게 되니까요.

    작성자분이 간과하신 부분은 "현 정부가 과도한 입시 경쟁의 창조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회가 만들었다고 생각하셔야 옳습니다. 사회 속 구성원에서 행정부와 대통령은 일부(물론 그들에게는 권력이라는 게 존재하지만)이며,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가 대다수입니다. 수적으로 다수라는 건 사회에서 굉장한 의미를 지닙니다. 일례로 확인하실 수 있는 건... 박 전 대통령만 봐도 아시겠죠.

    과도한 입시경쟁의 결과물이라는 말과 함께 행정부 탓을 하시면 모순이 생깁니다. 과도한 입시경쟁을 만든 건 우리이고, 우리 뒤에는 거대한 사회기반인 자본이 버티고 있을 뿐입니다.

  • ETELic · 970072 · 20/09/01 00:00 · MS 2020

    그렇군요. 이슈에만 중시하다 보니 정부=나라=사회(?)라는 공식에 모순이 있음을 간과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 종합병원 · 898859 · 20/09/01 00:03 · MS 2019

    네. 작성자 분이 나이에 비해 깊은 생각을 하고 계신 건 맞아 보이나, 제가 아는 선에서 틀린 부분은 바로잡아주기 위해 몇 자 적어봤습니다.

    사회라는 거대한 틀 안에 나라가 있고, 그 안에 또 정부가 있는 것이죠. 게다가 대한민국의 행정부는 4~5년이면 바뀌니까요.

    말씀하신 부분인 정부=나라=사회는 저 역시도 자주 했던 실수였어요. 다음부턴 조심해주시면 좀 더 정확해질 것 같네요 ㅎㅎ

  • ETELic · 970072 · 20/09/01 00:04 · MS 2020

    좋은 피드백 감사합니다. ㅎㅎ

  • 왓더꿕 · 494294 · 20/09/01 01:52 · MS 2014

    고1 학생의 글이지만 진지하게 읽어보았네요.
    과외학생도 이 정도 사고 깊이가 있었으면..
    잘 읽고 갑니다. 제가 이쪽은 깊이 아는게 없어서 감히 피드백은 안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