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회복기14)어린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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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를 놓치지 않은 어른으로 크고 싶습니다. 훗날 직업을 갖게 되어 아침 일찍 출근을 할 때에도, 나뭇잎의 향기를 무시하지 않는 사람으로 자라고 싶어요. 한 사람을 그가 가진 내력과 레테르만으로 평가하기 보다, 그가 가진 세계관을, 넓은 우주를 보며 공감할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때로는, 어른들의 논리가 크게 잘못된 경우가 있음을 잘 압니다. 이것은 저래서 안 되고, 저것은 저래서 안 된다며 끝없이 어린 아이들의 목적과 방향성을 '공부'로 한정했습니다만, 그 끝이 행복이라기보단 불행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생각합니다. 얼른 추석이 와서 출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그런 생각이 더 짙어지곤 하지요. 무튼, 어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앳된 순수가 때로는 그 친구의 철학을 표상할 수도 있다고 난 봅니다.
근데 좀 웃긴 것은요, 나 또한 아직 어리다는 겁니다. 사회의 빛에 감화되어 20년이란 세월을 실존해왔습니다만, 여전히 철이 없고, 어리고, 선선한 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분명, 내가 지금 꿈꾸고 생각하는 이상 중에는, 비논리적이고 실현불가능한 망상 또한 있겠지요. 다만, 그런 생각을 가능케하는 나의 세계관은, 적어도 이 사회에 중독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나의 목소리를 내가 듣지 않으면, 그 누가 들어주나요? 결국, 나의 음파를, 전파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 아닐는지요. 이 목소리를 들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호흡하는 것이 크게 잘못된 일일까요.
때때로, 어른들은 이 방식에 특정 잣대를 들이밀며 나의 목소리는 '잘못되었다'고 규정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묻고 싶은 것은 이것. 가치관에 옳고 그름이 있는가. 목소리에 크고 작음은 있을 수는 있어도, 맞고 틀림이 있는가. 치열하게 수능을 공부하던 시절엔, 내가 대학을 왜 가야하는가를 짙게 생각해본 밤의 수효가 적지 않았답니다. 내가 생각하고자 하는 대학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어요. 단순히 '대학가면 미팅하고, 공장가면 미싱한다'는 명제를 참으로 여기고, 퇴락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였어요.
나만의 의미를 대학에 부여하고, 공부에 부여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가치관의 옳고 그름은 없습니다만, 자신만의 가치관을 가지고 이 세계에 존립해야 하는 것만은 진리인 성싶습니다. 이것을 철학적으로 어렵게 말하면 본래적인 기획투사(Projection, Entwurf)가 되는 것이지요. 무튼, 나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삶을 살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태풍이 슬금슬금 나를 어루만지는 깊은 저녁,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결국, 태풍으로도, 아니 그 어떤 바람으로도 흔들 수 없는 나 자신의 고귀함이 아닌가.
존재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것이라고 가르쳤으면서, 존재의 방식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나쁜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습니다. 끝없이 나 자신만이 가진 '아이덴티티'를 꿈꾸면서, 그렇게 공부해야 겠습니다. 그것이 나 자신의 소중함을 깨닫는 길이라고, 그것이 나 자신의 존재 자체를 동경하는 길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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