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회복기6)이 병이 무서운 것은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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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너무 가벼이 여길 때가 나한테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다. 이제껏 쌓아 올린 생명의 탑을 처참히, 그리고 처절히 무너뜨려도 어떤 죄책감도 들 것 같지 않은 그 오묘함이 내게 올 때, 나는 부르르 떤다. 어떤 값으로도, 어떤 댓가로도 치를 수 없는 이 귀함을 그저 하나의 보잘 것 없는 형상으로 취한다는 그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햇빛을 보며 달리지 않으면, 나는 안 된다.
솔직히 말하자. 유튜브에, 죽고 싶을 때 듣는 노래를 치면 나오는 여러 영상의, 댓글들을 볼 때면 나는 글쓴이들의 심연을 잘 공감할 수가 없었다. 죽고 싶다, 생의 의지가 처참히 붕괴되었다, 끝없이 다른 삶을 살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등의 말들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병에 걸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한데, 이제서야 조금은 그들의 마음에 불씨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생각하는 우울이란, 또 지금 내가 겪는 우울이란, 평소에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우울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동음이의어라는 것을 알고있는 상태니까. 철저한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다. 생명의 벽을 허물고, 죽음의 세상으로 가려는 무책임한 자아와, 끝없이 생을 유지하며 그를 끌어안는 의지로서의 자아의 투쟁이다. 그것이 그들과 내가 지금 겪고 있을 '우울'이란 것의 실체이다.
그러기에 때로는 바보같은 돈키호테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감정 앞에서 서툴 때가 찾아온다. 공포가 찾아올 때면 침착히 대응하여 생의 의지를 붙잡기 보다는, 그저 이 감정 앞에서 서서히 무너지며, 또 그 무너짐을 마지막까지 보지 않으려 눈을 질끔 감을 뿐이다. 불쌍하다면 불쌍한 삶일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이들에게 그런 말을, 또 내 자신에게 그런 가혹함을 주고 싶지는 않다.
바보같은 돈키호테가 되고, 죽음을 끝없이 생각하며 생을 이어간다고 해도, 살아있음 자체가 아름답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미래, 과거, 현재. 꿈, 목표, 이상, 철학. 다 필요없는 말들이다. 생이 없으면 이들은 그저 보잘 것 없는 관념에 불과하다. 생의 고귀함에서부터 모든 것들이 시작된다. 그것이 생의 가치요, 더 나아가 삶의 가치다.
이 병이 무섭긴하지만서도, 내가 하나 배워가는 것은, 바로 이 삶의 소중함인 성싶다. 공포에 질리고, 더 나아가 죽음에 질려 나쁜 생각을 하게 될 때면 끝없이 되뇌인다. 삶은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그것이 나를 이루고 있는 중심이라는 것을.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숨을 쉰다. 언젠가 찾아올, 푸르디 푸른 밀실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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