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쥬✨ [979083]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8-15 13: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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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투병기6)최고의 항우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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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항우울제는, 햇빛이라고 생각한다. 뜨겁게 길가를 적시는 그 이적 아래서, 어떤 걱정도 없는 것처럼 달리고 나면 우울감은 금새 사라진다. 땀이야 조금 나지만, 젊음의 사념의 복합성을 뇌가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의 행복감을 내게 준다. 


죽음에 대한 공포심도 많이 사그라든다. 햇빛의 뜨거움, 그것은 곧 생기의 표상이 아니겠는가. 생생함과 싱그러움을 느끼게 되면 죽음은 내게 서서히 멀어져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동시에,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기대감이 파르르 하늘을 향해 솟는다.


햇살이 나를 정직하게 비추어 왔음을 몰랐기에 우울증과 공황을앓게 됐다 여기고 있다. 세상이 나를 이렇게나 사랑해왔음에도, 단 한 번도 그의 생기를 따스함으로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최근1년 간은. 이는, 언택트(Un-tact) 사회로의 가속화에 코로나 19 사태가 크게 기여했다는 점, 또 그로 말미암아 사회의 광장이 차츰 사라져가고, 개인의 말실만이 남게 되었던 점이 한몫했을 게다. 


어찌 되었든, 이 병이 내게 찾아옴으로 해서 다시 이 세상의 생기와 솔직함, 그리고 순수함을 인식하게 되었다. 우울감과 공황장애가 내게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처음으로 들었을 땐 앞과 뒤가 꽉꽉 막혀있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병이 내게는 스승의 역할을 하고 있는 성싶다. 


다시 한 번, 이 세계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부디 앞으로 펼쳐질 삶에서는, 우울증은 그저 축제 같은 레슨이었다고 부드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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