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투병기5)나약함에도 나름의 의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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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와 레테르로 정해지는 얄상한 꿈말고, 진짜 꿈을 향해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고질적인 공황장애라는 병에 걸리는 이 순간에 마저도. 무슨 학문을 공부해야 된다든가, 무슨 직업을 목표로 공부를 해야 한다든가. 그런 알고 싶지도 않은 의무감에 철저히 덧씌워진 가짜 꿈말고, 내 자신이 학문이 되고 내 사상이 교과서가 되는 나만의 꿈을 찾고 싶다. 그런 순수함은 아마도, 직업의 형태를 갖고 있지도, 어떤 꼬릿표를 지니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저, 나의 생각의 풍선에서 넘실 넘실 떠 다니는 하나의 꿈의 먼지겠지. 그럼에도 좋다. 그 먼지를 모으고 모으면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될 테니까. 젊음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 진짜 꿈을 고민하면서 말이다. 단, 그 과정에서 죽음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참으로 치명적이지만. 뭐, 어찌 되었든 나약함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지위를 인정해야 비로소 강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잠깐 나약해졌을 때에 남에게 기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때론 남에게 기대기도 하고, 다시 괜찮아지면 또 다시 나 혼자서만이 갈 수 있는 길을 향해 달리기도 하고, 그 곳에서 다시 처절히 넘어지기도 하고, 또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그것이 젊음의 색채라는 것만은 확신한다. 그것이 꿈의 먼지들을 모으는 법이란 것만은 확실하다. 계산의 논리에 매몰되지 말고, 내 자신의 고유한 존재가능성으로 기투하는 길에 내가 서 있어야 한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제까지의 삶이 퇴락이었다면, 지금부터 살아가게 될 삶은 자유와 고독으로 부디 요약될 수 있길. 그 색채를 내 가슴에 끌어들여, 나만의 도화지에 누구도 그리지 못하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길. 직업과 꿈이라는 그런 간단한 명사로는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진짜 "꿈"을 찾을 수 있길. 추상적인 것이든, 구체적인 것이든, 그것이 나의 삶을 이끌어가는 수레인 것만은 분명한 것.
근데, 지금은 조금 힘드니까, 잠깐 그 길 위에 서 있는 내게 편안한 휴식을. 그런 내게 위로를 건네는 사람들에겐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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